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제4권
숭악嵩嶽 파조타破竈墮 화상
그의 이름과 성씨는 알 수 없다. 말과 행실은 헤아리기 어려웠으며,
숭악嵩嶽에 은둔해 살았다.
산 중턱에 매우 영험하다는 제당[廟] 하나가 있었는데,
그 안에 조왕신竈王神 하나만을 모셔 놓고
원근遠近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제사를 지내면서 산목숨을 매우 많이 삶아 죽였다.
대사가 하루는 시봉하는 스님을 데리고 제당에 들어가서 지팡이로 조왕신을 세 번 때리고 나서 말했다.
“쯧쯧, 이 조왕신은 단지 진흙과 기와로 이루어졌거늘,
성스러움이 어디로부터 왔고 영험함은 어디로부터 일어났기에 이렇듯이 산목숨을 삶아 죽이는가?”
그리고는 다시 세 번을 치니 조왕신이 넘어지면서 깨졌다.
[안安 국사國師가 파조타破竈墮라고 불렀다.]
조금 있다가 어떤 사람이 푸른 옷을 입고 높은 관을 쓰고서 홀연히 대사에게 절을 하니,
대사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그가 대답했다.
“저는 본래 이 제당의 조왕신이었는데, 오랫동안 업보를 받다가 오늘에야
화상께서 설하신 무생법문無生法門을 듣고서 이곳을 벗어나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사례하러 왔습니다.”
“이는 그대가 본래 가지고 있는성품이지, 내가억지로 말한것이 아니다.”
조왕신은 다시 절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조금 있다가 시봉하는 스님들이
대사에게 물었다.
“저희들은 오랫동안 스님을 곁에서 모시고 있었지만,
아직도 스님께서 애써서 저희들에게 직접 일러 주시는 말씀을 듣지 못하였는데,
조왕신은 어떤지름길을 얻었기에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습니까?”
“나는 다만 그에게 ‘본래 진흙과 기와가 합친 것’이라고 말했을 뿐
그를 위해 별다른 도리를 말한 것은 없다.”
시봉하던 스님들이 선 채로 말이 없자,
대사가 다시 말했다.
“알겠는가?”
주사(主事:직책의 이름)가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본래 가지고 있는 성품인데, 어찌하여 알지 못하는가?”
시봉하던 스님들이 이내 절을 하자, 대사가 말했다.
“떨어졌다, 떨어졌다. 깨졌다, 깨졌어.”
나중에 의풍義豊 선사라는 이가 안安 국사國師에게 모든 일을 아뢰니, 안 국사가 탄복하였다.
“이 사람이 물아일여物我一如를 몽땅 알아 버렸으니,
‘밝은 달이 허공에 있는 것과 같아서 보지 못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의 말의 본뜻을 바로 알기 어려우리라.”
의풍 선사가 머리를 숙이고 합장한 채 물었다.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사람이 그의 어맥을 바로 알겠습니까?”
“알지 못하는 자이다.”
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사물마다 형상이 없을 때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절을 하면 오직 그대일 뿐 내가 아니며,
절을 하지 않으면 오직 나일 뿐 그대가 아니다.”
그 스님이 절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대답이다.
그 스님이 절을 하고 물러가자, 대사가 말했다.
“본래 있는 물건은 물건이면서 물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능히 사물을 굴리는 것이 바로 여래와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선행善行을 닦는 사람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창을 들고 갑옷을 입은 사람이니라.”
“어떤 것이 악을 행하는 사람입니까?”
“선禪을 닦아서 정定에 든 사람이니라.”
“저는 근기가 얕으니, 스님께서 곧바로 가르쳐 주소서.”
“그대가 나에게 악을 물으나 악은 선을 쫓지 않고,
그대가 나에게 선을 물으나 선은 악을 쫓지 않는다.”
양구良久하고는 다시 말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악한 사람은 착한 생각이 없고, 착한 사람은 악한 마음이 없다.
그러므로 선과 악은 모두 뜬구름과 같아서
둘 다 일어나거나 사라지는 곳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스님이 이 말끝에 크게 깨달았다.
또 어떤 스님이 우두산牛頭山에서 왔는데, 대사가 물었다.
“누구의 법회法會에서 오는가?”
그 스님이 다가와서 합장한 채 대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나가자,
대사가 말했다.
“우두의 회상에는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없다.”
스님이 대사 주위를 돌다가 위쪽에서 합장하고 서 있자,
대사가 말했다.
“과연이로다, 과연이야.”
스님이 불쑥 물었다.
“사물을 감응하매 타자他者를 말미암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사물에 감응한다 함은 법신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을 이루는 것이요,
그를 말미암지 않는다 함은 주인공을 말미암지 않는다는 말이니,
수행을 부정하는 뜻이다.
“어떻게 타자를 말미암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것이 바로 정正을 따라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근원에 돌아가는데 무엇을 따르겠는가?”
“화상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허물에 떨어질 뻔하였습니다.”
“아직 4조 때의 도리는 보지 못했으니, 본 뒤에 다시 소식을 통해 오라.”
그 스님이 불쑥 대사를 한번 돌고 나가자,
대사가 말했다.
“정正을 따르는 도는 예나 지금이나 그러하다.”
그 스님이 절을 하였다.
또 어떤 스님이 오랫동안 모시고 서 있자,
대사가 곧 입을 열었다.
“조사와 부처들은 오직 사람 그대로의 본성本性과 본심本心을 말했을 뿐이다.
따로 도리는 없으니, 알아 차려라, 알아 차려라.”그 스님이 절하고 물러가려고 하자,
대사가 불자拂子로 때리면서말했다.
“한 곳이 이러하니, 천 곳이 모두 그러하구나.”
그 스님이 합장한 채 가까이 다가와서
“네”라고 소리를 지르자,
대사가 말했다.
“다시는 믿지 않겠다. 다시는 믿지 않아.”
그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대천제(大闡提:善根이 없는 무리)인 인간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예배를 존중하는 자이다.”
“어떤 것이 크게 정진하는 사람입니까?”
“욕하고 성내는 것이다.”
그 뒤에는 어찌 되었는지 그의 행적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