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딸에게 보내는 301일 간의 편지
<<아빠는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딸에게 날마다 편지를 쓰는 아버지! 그렇게 한 해 동안 쓴 것을 모은 편지가 301통입니다. 문장마다 뜨겁고 애틋한 부정父情이 흘러넘칩니다. 그 딸의 인생에 분명 자양분이 되었을 꿈과 용기와 일과 정직과 성실에 대한 아버지의 이야기! 우리 시대의 이웃들과 나누고 싶은 다정다감한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저자가 편지를 쓰게 된 동기는 평범하나 그 실천은 남다릅니다. 고3을 앞둔 딸이 일 년 동안 수능 시험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고생스러울까 생각한 아버지는 딸이 시험을 치르는 날까지 ‘날마다’ 편지를 쓰겠다는 무모한(?) 결심을 합니다. 그러나 회사 일로 출장을 갈 때처럼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무려 301통의 편지를 쓰게 되면서 ‘평범한 아빠’의 분류에서 훌쩍 벗어납니다.
----반칠환 시인
“크이라는 잉어가 있단다. 이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서 키우면 작게 자라지만, 강물에 방류하면 아주 크게 자란단다. 크이처럼 네가 만날 세상을 어항이나 수족관이 아닌 넓은 강물에 두고 제한된 환경을 이겨 내는 고3 생활이 되길 바래.” - 본문 중에서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을 정도로 어려워했는데 지금은 조금만 야단쳐도 바로 동영상이 올라오는 시대가 되었구나. 선생님도 그저 생활 수단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봉급쟁이 교직자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네.” - 본문 중에서
자식을 위해 편지를 쓴 사람은 드물지 않습니다. 다산 정약용도, 퇴계 이황도, 표암 강세황도 아들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인도의 초대 총리 네루도 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여기 또 하나 아버지의 편지를 소개합니다. 이 편지는 다산이나 네루처럼 유명한 사람의 편지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아버지의 편지입니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퇴계가 국책을 돌보다가, 표암이 진경산수를 그리다가, 네루가 옥중에서 편지를 썼다면 이 평범한 아버지는 직장에서 점심시간의 짬을 이용해 딸에게 편지를 썼답니다.
저자가 편지를 쓰게 된 동기는 평범하나 그 실천은 남다릅니다. 고3을 앞둔 딸이 일 년 동안 수능 시험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고생스러울까 생각한 아버지는 딸이 시험을 치르는 날까지 ‘날마다’ 편지를 쓰겠다는 무모한(?) 결심을 합니다. 그러나 회사 일로 출장을 갈 때처럼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무려 301통의 편지를 쓰게 되면서 ‘평범한 아빠’의 분류에서 훌쩍 벗어납니다.
딸에게 주는 소박한 선물이었던 이 편지글은 가족사의 추억을 넘어 우리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오늘날 교육 현실을 꼬집어 ‘학교는 있어도 진정한 교육은 없고, 교사는 있어도 가르치고자 하는 의욕이 없으며, 학생은 있어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없다’고 합니다. 여기에 중요한 축이 하나 빠졌습니다. 학부모가 담당해야 할 가정교육이 바로 그것이지요.
‘아빠는 있다’는 말은 ‘아빠가 없다’는 것을 웅변합니다. 이 때의 아빠는 생물학적인 아빠가 아니라 스승이자 동반자로서의 아빠를 가리키겠지요. 항간에는 ‘기러기 아빠’니 ‘펭귄 아빠’니 ‘독수리 아빠’니 하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모두 자녀의 해외 유학을 전제로 아빠의 재력을 기준으로 분류한 용어들이지요. 그러나 유학을 보내든, 보내지 않든 대부분의 아빠는 ‘뻐꾸기 아빠’라고 불러야 옳을 듯싶습니다. 제 새끼를 남의 둥지에 낳는 뻐꾸기처럼 제 자식의 인격적, 지적 성장을 모두 학교와 학원이라는 남의 둥지에 맡기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시작은 가정입니다. 엄마 아빠의 뒤를 일렬로 졸졸 따르는 새끼오리 떼가 그렇듯, 인간도 수렵 채취 시절부터 부모의 뒤를 따르며 독초와 약초를 구분하고 사냥하는 기술을 배우고 예절을 배웠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나경일 아빠오리’는 딸을 어떻게 물가로 인도하고 있을까요? 옛 선비들의 편지가 매섭고 수직적이라면 저자의 편지는 부드럽고 수평적입니다. 이 아빠는 딸과 마주 보지 않고, 딸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을 믿는 저자는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내가 하지 못 한 일을 딸에게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기성찰부터 합니다. 엄부라기보다 자모 같은 여성성을 지닌 저자는 오히려 현대 사회에 잘 어울리는 아버지상처럼도 보입니다.
저자는 모든 것이 유예된 고3 딸을 교실에만 놓아 두지 않고 동시대의 세상으로 이끌어 줍니다. 신문과 방송을 꼼꼼히 읽고 보며 현실에서 일어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다양한 이슈들을 조근조근 들려 줍니다. 또 수능을 앞둔 딸을 태평하게 자신의 서가로 인도합니다. 그 곳에서 종교인과 소설가와 시인과 CEO를 만나게 해 줍니다. 독서를 통해 흘러나오는 지혜와 지식의 샘물로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늘 새롭고 풍성합니다.
스승을 뜻하는 ‘멘토’는 본래 오디세우스가 전쟁터로 떠나면서 아들의 교육을 친구인 멘토에게 맡긴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위탁 교육은 차선이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최상의 교육은 아버지가 전쟁터로 떠나가지 않고 함께 살면서 직접 가르치는 것이지요. 물론 고도로 분화된 산업화 시대의 현실은 그럴 수 없습니다. 이 책은 딸을 사랑하는 한 아빠가 전쟁터(회사)에서 주먹밥을 먹으며 써 보낸 것입니다. 편지는 확장된 교실처럼 보입니다. 딸과 함께 무한한 지식과 지혜의 숲을 거닐게 해 줍니다. 편지는 연장된 탈것처럼 보입니다. 딸과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하게 해 줍니다. 편지는 또 다른 스킨십처럼 보입니다. 함께 할 수 없는 물리적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아빠와 딸의 영혼을 따뜻하게 연결해 줍니다.
교육의 붕괴와 아빠의 부재 속에서 쓰여진 이 편지는 우리에게 이 시대 ‘부정父情의 의미’와 ‘편지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줍니다. 전문 글쟁이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 아빠의 편지는 다소 투박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로 보내 온 선물이자 다 함께 해석해야 할 의미 있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저자 소개: 나경일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ROTC로 제대한 뒤 LS산전㈜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아내, 그리고 1남 2녀와 함께 청주에서 살고 있다.
<<아빠는 있다>>는 301통의 편지 중에서 시인 반칠환이 100편을 선정하였으며, ‘제1부 삶의 바탕화면’, ‘제2부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산다면’, ‘제3부 삶은 달걀이다?’ ‘제4부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편지
성진에게●●●
아빠가 성진이에게 보내는 첫번째 편지란다. 이제 막 고3이 되는 네가 안쓰러워서 수능이 끝나는 날까지 날마다 편지를 써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마음 한 켠으론 걱정도 된단다. 약속을 지키더라도 네가 늘 기다리는 편지가 되어야 할 텐데. 하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단다. 날마다 편지를 쓰게 되면 날마다 새로울 거야.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일들도 낯설게 보일 거야. 날마다 눈이 왔는지 비가 왔는지 날씨도 유심히 살피게 되겠지. 무심천변에 벚꽃이 피면 ‘벚꽃이 피었다’ 적고, 육거리 시장통에서 국밥을 먹으면 ‘국밥을 먹었다’ 적을 거야. 가족이 함께 본 영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
아빠는 편지를 통해서 아빠가 바라본 세상, 그리고 성진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줄 생각이란다. 수험생이라 놓치기 쉬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도 다루어 볼 거야.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응용되는 것은 사회니까. 학교가 지도라면 사회는 밀림이란다. 아빠가 읽었던 책들에 대해서도 소개해 줄 생각이란다. 천 권의 책이 꽂혀 있는 서가는 천 명의 스승과 함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란다. 신문에서 공시적인 고민을 읽고, 고전에서 통시적인 혜안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아빠는 편지가 사소한 일부터 심각한 일까지 구애받지 않는 문학 장르라는 걸 충분히 활용할 생각이란다.
산에는 산삼, 바다에는 해삼, 그리고 수능생을 둔 가정에는 고삼이 있다지? 고3은 인생에서 큰 갈림길에 놓여지는 때란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훗날 네 삶의 모습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단다. 아빠는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자랑스러움보다는 후회스러울 때가 더 많은 것 같구나. ‘그 때 왜 그렇게 했을까?’ 하는 후회보다는 ‘왜 용기 있게 그 일을 하지 못 했을까?’ 하고 아쉬워할 때가 더 많단다. 성진이는 이런 후회를 안 했으면 좋겠다. 아빠의 편지가 훗날 성진이가 후회하는 걸 조금이나마 막아 주고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단다.
고3이 되면 야자를 하느라 매일 밤 11시가 넘어서 집에 온다지? 지치고 힘들 때마다 꿈에 한 발씩 가까워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거야. 김광수의 <<둥근 사각형의 꿈>>에 나오는 글을 소개해 줄게.
‘위대한 일을 성취하는 사람은 위대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다. 고통의 해결은 고통의 감지에서 시작되고, 위대한 고통은 그것을 해결함으로써 인간의 자부심을 드높일 수 있는 위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영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위대한 고통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은 축복을 받았다고…….’
아빠와 함께 위대한 고통 너머 위대한 꿈을 향해 나아가자꾸나. 내가 동행해 줄게.
2010년 11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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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육아일기 이후로, 초등학생 숙제때문에 쓰고, 죽 안썼는데 딸에게 편지 쓰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