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송국의 돌싱글즈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돌싱은 돌아온 싱글이라는 뜻으로 이혼이라는 말을 고상하게 미화시킨 표현이다. 벌써 5번째 그 프로를 방영하고 있는데 등장하는 주인공들 모두가 하나같이 외모나 지적 수준을 갖춰 나무랄 데가 없다. 대체로 결혼 1년차에서 5년차로 너무 빨리 가정이 깨져 버린 것에 대해 내 자식처럼 마음이 아팠다.
세상이 변해 이혼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분명 마음의 상처는 남아 있으리라 본다. 그래서 요즘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이혼을 하는지 검색해 봤다. 작년기준 혼인 건수는 19만 4천건이고 이혼 건수는 9만 2천건으로 나왔다. 이혼율이 47%로 아시아권에서는 1등으로 두쌍이 결혼하면 한쌍이 이혼하는 수치이다.
정부에서는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대책으로 많은 정책들을 쏟아 내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권유하고 있지만 그것보다 결혼한 신혼부부들이 이혼을 하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근자에 서울에서는 자녀를 많이 낳는 부부에게 특혜를 주는 대책은 아주 고무적이다.
결혼이란 젊은 남녀가 눈에 콩깍지가 씌여 눈먼 채로 하는 것이 결혼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부부들이 부부의 역할 및 부모의 역할을 모르고 무지한 상태로 결혼을 한다. 게다가 부부 서로간 성격이나 취향이 사뭇 달라 사소한 것으로 다툼이 생겨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까지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싸움을 한다. 이 과정에서 누가 양보하지 않으면 이혼으로 이어진다.
부부싸움에서 이기려고 한 자가 가장 못나고 어리석은 자이다. 성경에 지는자가 이기는 자라고 했다. 특히 부부싸움에서 이기려고 하는 자는 천벌을 받고 지는 자에게는 천복을 준다. 천벌과 천복이 공존할 때 천복의 위력이 천벌보다 훨씬 세다. 때문에 배우자가 잘난 척하고 이기려고 하면 그래 니 잘났다고 해 주고 한평생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고 살다가 보면 어느 시점에 한사람이 변하게 된다.
나도 결혼한지 금년이 44년째이다. 좀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과거의 내가 그런 인간이였고 집사람은 항상 져 주었다. 내가 그런 못난 인간이 된 것은 술이 원인이였다. 남자는 술과 외간여자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있다. 잘못 배운 술버릇 때문에 30년 이상 집사람이 참아 주었고 그러다 보니 내가 개과천선을 한 것이다.
만일 내가 술이 취한 상태에서 집사람이 나에게 잔소리를 했거나 무시를 했다면 분명 우리도 이혼을 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우리 집사람처럼 살아가라고 하면 아무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렇게 살려고 태어나지 않았고 그렇게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이혼 방지법일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정부차원에서 이혼 중재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면 6개월이나 1년에 걸쳐 최소 6차례 이상 서로 다른 이혼 조정 전문가와 상담을 끝내야 이혼할 수 있게 한다던지 아니면 일정기간 별거나 동거형 졸혼을 해야 이혼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사소한 일로 다툼이 일어났을 때 누가 중재를 해 주지 않거나 서로간 화해하지 않으면 극한 상황까지 간다.
배우자가 폭력이나 외도 등의 비도덕적인 행동이 아니라면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돌싱 프로를 보면서 느낀 점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대를 고르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시켜 눈치작전을 펼치는데 원래 천생연분은 없는 것이고 살아가면서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한 시각으로 접근하면 돌싱 프로에 출연한 모든 이들이 재혼에 성공하여 행복한 부부생활을 누릴 것이다.
아까운 시간을 할애하여 배우로서 역할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위해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여주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모두가 돌싱에서 벗어나 멋진 재혼에 성공할 것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 모두가 짝을 찾아 다시 행복한 가정을 꾸려 갔으면 하는 바람인데 그동안 몇쌍이 성공했는지 긍금할 따름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신혼부부는 말할 것도 없고 중년 및 노년 부부들도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결혼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친구같이 살다가 죽을 때 당신을 만나 참 행복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부가 되길 기대해 본다. 나 역시도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고 남은 인생 집사람에게 은혜를 갚는 삶을 살아갈 것으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