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1조2500억원 데이터센터 ‘검증 필요하다’
막대한 규모의 전력소모로 인해
주민들은 신종 기피시설로 인식
춘천시의 네이버 데이터센터보다
7.5배 큰 300㎿ 국내 최대 규모
휴천면과 함양읍 2곳 예정 지역
공청회 등 군민의견 수렴이 먼저
함양군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2500억원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했지만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센터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는 구상이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아 도움이 되지 않는 ‘신종 기피시설’ 취급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고까지 불리는 데이터센터지만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반발 또한 거세다. 막대한 규모의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특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병을 유발한다는 부정적 평가가 확산되면서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연중 24시간 서버나 스토리지가 가동돼야 하고,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력소비가 막대하다. 데이터센터 1개당 평균 연간 전력사용량은 25기가와트시(GWh)로 이는 4인 기준 6000가구가 사용하는 수준에 해당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등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2000년대 초반 50여개에서 2022년 9월 147개로 늘어났고,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한국전력에 신청한 수만 637개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재 춘천시에 건립된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40메가와트(㎿) 수준인데, 함양에 들어설 예정인 센터는 이보다 7.5배 규모가 큰 300㎿ 수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전략 사용량이 큰 만큼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용인시 공세동 주민들은 2019년 네이버의 제2데이터센터 건립계획을 무산시켰다. 경기 김포시 구래동 주민들도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인 디지털리얼티가 2022년 10월부터 지상 8층, 지하 4층 규모로 짓고 있는 76㎿의 데이터센터를 반대하고 나섰다.
엘지(LG)유플러스가 현재 국내 최대 규모로 안양시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인 ‘평촌2센터(평촌NC센터)’도 주민들의 발목에 잡혔다. 주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15만4000볼트(V)의 지중선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지속을 반대시위를 하고 있다. 평촌2센터는 연면적 4만450㎡(1만2236평)로 축구장 약 6개에 달하는 크기다.
경기도 양주시의회는 광적면 가납리에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11월 지상 3층, 건물 전체면적 1만2000㎡에 데이터센터 건축 허가신청서를 시에 제출하자 “24시간 발생하는 소음과 154KV(15만4000V)에 이르는 초고압선 매설로 전자파와 지반침하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데이터 장비의 냉각과정에서 수자원이 오염되며, 보안시설인 탓에 고용인력과 방문객이 매우 한정적이어서 실질적인 지역경제효과 유발 가능성도 작다”며 반대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이유는 △특고압 송전로 및 데이센터 주변에 발생하는 전자파 △열섬 현상 △냉각 및 비상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특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 △막대한 전력사용으로 인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 배출한다는 점에서 기피시설로 인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현재 74.5%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비수도권에 지으면 한전은 송배전 관련 혜택 등 올해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시설부담금의 50% 할인, 경남도는 최대 200억원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며 장려하고 있다.
국회도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발전소 인근 지역으로 이전하기 위해 지능정보화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때 발전소와의 거리와 국토균형발전 등을 고려하도록 하는 게 핵심인데 대규모 발전소가 위치한 곳에 산업단지를 유치해 송전망의 추가 설치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함양군은 부지를 함양읍 신관리 투자선도지구(65만858㎡)와 휴천면 목현리 함양제강(8만3000㎡) 자리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업에서 요구하는 부지면적이 18만1085㎡(5만4778평)라 함양읍 신관리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투자선도지구 지역으로 선정된 곳이라 지구 선정도 유지되면 국비 100억원의 재정지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함양군청까지 직선거리로 3.4㎞ 밖에 불과해 주민들이 반발이 거세질 수도 있다. 지난 2019년 8월 함양읍 신관리 산 101-7번지 일대 1만7448㎡(5287평)면적에 5600억원을 투입해 80㎿규모의 국내 최대 수소연료전지 전기발전소를 추진하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신청서를 철회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함양군청과 불과 3㎞ 거리에 불과했고, 지곡면 행복마을과 80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한 몸에 산 곳이다. 당시 함양시민연대는 “함양은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유해 혐오시설을 유치하면서 주민여론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해오다 주민갈등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도 “수소연료발전소가 공해가 적고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경기도 화성·서울 마포·부산 해운대에 있는 수소연료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으로 민원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었다.
데이터센터 입지선점을 두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발전시설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함양군이 발전시설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군민여론을 수렴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함양군 관계자는 “현재 데이터센터 위치는 휴천면 함양제강 자리로 생각하고 있고, 기업은 함양읍 신관리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으로 휴천에 들어서게 되면 추가로 산업단지 부지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1차적으로 데이터센터는 100㎿ 규모로 한국전력과 의논해 의령에서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함양군의 데이터센터 유치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현재 대부분 지자체 주민들로부터 기피시설로 지정된 만큼 사전에 군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갈등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함양군은 지난달 30일 경상남도 투자유치 로드쇼에서 경상남도와 함양군 한울에이치씨디씨(HCDC)와 삼자간 1조2500억원 데이터센터 투자유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특수목적법인(SPC)으로 함양군에도 지난달 11일 법인을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