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47. 참피온
이글리지 골프장에서는 매월 둘째 토요일마다 토너먼트가 열린다.
멤버들은 으례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우리는 대부분 아주 친한 분이 함께 하자고 제안 할 때만 참가한다.
새벽 녘부터 세찬 비가 내린다.
토너먼트는 아침 7시 반부터 총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적어도 집에서 6시 반에는 출발해야 한다.
백드롭을 마치고 데스크에서 자신의 출발 hole number를 확인하고, 자신의 이름이 적힌 카트를 찾아서 출발 지점까지 가서 대기해야 한다.
비가 사정없이 내린다. 그래도 이 우중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비 때문에 경기는 30분 늦춰진다. 비가 약간 가늘어지는 틈을 타서 모든 카트들이 백을 싣고 분주히 움직인다. 그 행렬이 가관이다.
남자는 Dye코스, Lady는 Faldo코스, 그리고 남자 Senior는 Norman코스이다. 매번 코스도 바뀌고 매번 경기 룰도 바뀐다.
이번엔 Individual이다. 못 쳐도 잘 쳐도 철저히 자신 만의 문제이다.
우린 평소 관리해온 핸디캡이 상당하니 그만큼 유리하다. 그러나 그까짓게 무슨 상관이람. 하루 즐기고 잘 먹고 상품 행운이나 오려나?
드디어 총은 울리고, 우산을 쓰고 섰거나 비를 맞으며 두 홀까지 쳐 나간다. 젖은 잔디에서 공은 무겁고 웃긴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18홀이 다 끝날 때까지 날이 좋다.
잘 차려진 뷔페로 떠들썩하며 점심을 먹고 참가 때마다 주는 상품권으로 장갑을 고른다.
사회자가 단상에 오르고 가벼운 상품들부터 제비를 뽑아 호명을 하고 상품을 나눠준다. 그릴, 믹서, 찜솥, 선풍기....그 때마다 환호하고 박수치고 요란하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세탁기,TV, 냉장고도 나올 예정이다.
중간에 사장이 나오더니 트로피를 수여한다.
먼저 젊은 남자 팀의 이름이 차례로 두어 사람 불려지고 트로피를 주고 받으며 사진을 찍어 댄다. 레이디 팀도 끝났다. 이제 시니어 팀만 남았다.
우리는 남의 잔치처럼 심드렁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
Kim sonsuk ?? 익숙한 이름이 두 번이나 불려진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옆에서 죠셉이 벌떡 일어선다.
그는 보기에도 쑥스러워하며 단상으로 올라가서 트로피를 받는다. 친구들이 소리치며 박수를 쳐 준다. 나는 사진도 못 찍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이 곳의 룰이다. 각자의 핸디캡을 뺀 숫자와 특별 룰- 마지막 세 개의 홀 점수 퍼센트를 높인거라나 어쩐 거라나?
아무튼 그들이 영어로 잔뜩 써 놓은 룰에 맞았나보다. 남편이 기적처럼 참피온이 된 거다. 밥을 한 번 거하게 사야겠다.
집에 돌아와서 내가 뭣 때문에 잔소리를 하니까 "당신 참피온한테 그러면 못 써" 죠셉이 그런 농담까지 한다. 그는 진짜 참피온이 되었다.
첫댓글 나는 지금껏 한번도 챔피언 못해 봤는 데.............
축하 합니다.
그런 맛이 인생 살이죠?...................
축하합니다.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