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권정생 지음 『몽실 언니』
몽실언니를 읽고 난 후 넋두리
처음에 몽실언니를 읽었을 때에는 굉장히 어렵게 읽히는 책이었다. 책을 읽어도 수학/과학 교과서 같은 책들이나 철학책만 읽는 나는 사실 소설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메시지 있는 소설책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많은 소설책들이 메시지를 잘못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의 깊이와 그 메시지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굉장히 아쉽고, 그리고 심지어 어떤 책들은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물론 ≪진격의 거인≫ 같은 예외는 있을 수 있으나, 이런 소설은 굉장히 소수이기 때문에 보통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소설책들에 대해서는 보통 편견을 가지고 있다.
몽실언니도 그런 책이어서 그랬을까? 읽고 나서도 별로 감흥이 있는 책은 아니였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내가 이미 다 생각을 해 보았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에서 다루고 싶은 내용은, ‘전쟁의 당사자는 모두 인간이다’, ‘잘못을 한 사람들은 나쁜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 같은 열악한 사회가 인간을 나쁘게 만든 것이다’ 등의 메시지를 던진 것 같은데… 사실 이런 문제들은 사실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과거 나는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있었으나, 민주화운동이라는 여러 사건으로 인해서 이런저런 행동들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사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행동들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전쟁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결론지었었다.
또한 동의가 안되는 내용이 있었는데, 시집을 안 간다는 몽실이의 말에 훌륭하다는 답을 하는 대사가 잘 동의가 안 되었다. 물론 이해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이 소설을 읽는 어린아이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왜냐하면 사실 아들러나 에리히 프롬은 자립과 사랑을 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특히 이 소설은 고통을 이겨내는 모습에 집중하지 않는 느낌이었고 고통스러운 환경만을 계속 표현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이 소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권정생 선생님의 철학을 잘 모르기 떄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일 수 있기에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표출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2023년 8월 19일날 14회 보령인문학축제에서 감상평을 세대별로 발표하는 자리에서 내가 발표해야 했었는데, 내 생각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읽는 동안 굉장히 고통스러웠다는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솔직히 고통밖에 없는 한국전쟁 삶에서 살아남는 여자 이야기 아닌가. 가정폭력 가정에서 가난하고,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결국 아무도 남지 않는 상황을 솔직히 읽기는 싫었다. 왜 읽기 싫었냐면, 해결책을 제시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였으면은 나도 좀 배우고 싶었겠지만, 그런 모습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내 현재의 생각이다. (이 생각은 책에 대한 나의 주관적 해석일 뿐이지 책이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그리고 나서 몽실언니의 저자 권정생 선생님에 대해서 이기영 선생님이 강연을 해주셨는데, 굉장히 인상깊었던 말들이 있었다. 1. 권정생 선생님은 착한 사람들과 살았던 낙으로 삶을 살았다. 2. 몽실이를 곱추라고 한 것은 어른이다. 몽실이는 인간답게 살려고 했다. (이 말들은 내가 이기영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말은 아니고 이기영 선생님이 하신 말들을 내가 해석한 형태로 재풀이한 문장들이다. 따라서 의미가 틀릴 수 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다. 몽실은 인간다운 삶을 살려고 했구나.
그런데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알았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의 경우에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외우긴 했지만,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 대답에 대한 해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이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증, 우울증, 낮은 회복탄력성, 중독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나도 유튜브에 중독되어 있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알아도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몽실은 어떻게 실천했을까? 다시 한번 쭉 읽어보았는데 잘 모르겠다. 굉장히 고통을 그냥 잘 넘기는 것 같다. 이 것이 인간답게 사는 삶인가? ‘어려움에 부딪치면 금방 쓰러져 버리는 나약한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더욱 강하게 일어서서 견뎌 나가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몽실은 아마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살아갈 것이다.’
인간답게 살려면 사실 실천력이 필요한 것이다. 실천력이 없으면 인간답게 살지도 못한다. 몽실은 아버지가 싫어도 끝까지 같이 살며 이해하려고 했다. 인간답게 살려고 했다. 실천력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밤이다.
책 익는 마을 원 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