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는 옛말, 이젠 건강관리도 즐겁게
박용선 이코노미조선 기자 나라경제 2022년 01월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가 뜨고 있다. 달리기와 등산, 자전거 라이딩 같은 신체단련은 물론이고, 식단관리와 정신건강관리에 ‘즐거움(plea-sure)’이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인가구 증가와 팬데믹이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가운데 SNS 인증을 좋아하는 MZ세대의 재미 추구 경향, 이를 겨냥한 다양한 건강관리 앱 개발 경쟁과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 트렌드가 맞물린 덕분이다.
특히 즐거움을 더한 게임 방식이 과거 고진감래 방식의 건강관리를 대체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헬시 플레저를 2022년 10대 소비자 트렌드 중 하나로 꼽으면서, “소비자들이 더 이상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거나 절제하려 하지 않는다”며 “맛있고 즐겁고 편리한 건강관리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신체단련, 식단관리, 명상 등을 포함한 글로벌 건강관리시장은 2025년 6조332억 달러(약 7천조 원)로 2019년 대비 3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헬시 플레저는 흥미를 유발하고, 경쟁 관계를 만들고 성취에 보상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온라인상에서 사용자와 경쟁하며 운동을 즐기는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Peloton), 러닝 앱 스트라바(Strava) 등이 고성장하고 있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도 건강 측정 및 운동 기록 기능을 갖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헬시 플레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단순 운동을 넘어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도 헬시 플레저를 반영한다. 미국의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개발한 앱 ‘리셋(reSET)’은 마약·알코올 중독자들이 매주 교육 및 미션을 완료하면 온라인 룰렛을 돌리게 해준다. 룰렛에는 꽝도 있고 아마존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도 있다.
‘어차피 다이어트를 할 거라면 행복하게 한다’는 말을 줄인 ‘어다행다’도 헬시 플레저 트렌드를 잘 나타낸다. 식단을 엄격히 제한하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도중에 포기하는 것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포기하지 않는 ‘행복한 다이어트’를 하는 게 어다행다의 핵심이다. 이들은 닭가슴살과 고구마가 아니라 곤약 떡볶이, 두부면 파스타, 초콜릿 맛 프로틴 브라우니, 딸기 맛 무설탕 아이스크림 등 칼로리가 낮고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 이들에게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고칼로리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즐거움과 함께 느끼는 죄책감)’는 찾아볼 수 없다.
팬데믹이 만든 ‘코로나 블루’ 확산은 행복한 삶을 위한 ‘멘털관리’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직장생활로 인한 정신적 피로는 물론 팬데믹 이후 겪는 우울증 등을 치료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것이다. 최근 캄(Calm), 헤드스페이스(Headspace) 등 심리치료 및 명상 앱 이용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유다. 1억 명 이상이 내려 받은 캄은 키스 어번 등 유명 가수와 함께 만든 명상 및 수면유도 음악, 이용자가 NBA 스타선수 르브론 제임스 등과 정신건강을 위한 대화를 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글로벌 명상 앱 시장이 올해 29억 달러(약 3조4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 헬시 플레저는 직원들의 단순 복지를 넘어 효율적인 사업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랜드뷰리서치의 2021년 3월 기업 건강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각종 질병으로 인한 직원 결근으로 향후 5여 년간 총 1,500억 달러(약 179조 원)에 달하는 생산성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