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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백석의 시는 매우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시는 1988년 납월북 문인에 대한 해금이 이루어진 후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일제강점기의 어느 시인보다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고, 그에 대한 연구도 단기간내에 아주 많은 업적이 산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의 시는 후대의 시인들에게 자발적인 모방의 대상이 된다. 시인들은 가능한 한 전대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것에서 벗어나려 하거나 영향을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백석의 경우에는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본고는 백석 시의 독특한 개성을 파악하기 위해 백석이 중점적으로 표현한 대상이 무엇이며 그것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 방법상의 특징이 무엇인가를 밝히고자 했다. 백석은 자신의 고향이나 거주지 주변의 풍물만이 아니라 여러 곳의 생활 국면을 관찰하고 그것을 시의 재료로 삼았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여러 곳을 편력하면서 관찰과 사색과 탐색을 거듭한 체험을 그의 시에 담아냈다. 그는 대상의 표면만 보지 않고 그 안에 감추어져 있는 정신적인 요소를 찾아내려 했다. 그의 시는 대상의 숨은 의미를 발견하는 작업이고 그것을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려는 탐색의 과정이다. 대상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려는 노력은 마음의 영역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되는데 그러한 경향을 처음 드러낸 시가 「탕약」(1936.3)이다.
그는 자신의 독특한 체험과 사색을 개성적 어법으로 표현하려 했다. 백석의 표현방법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서술성을 중심에 두면서 압축적인 어법을 결합시키는 것, 이항 대립의 발상을 축으로 하여 이항 대구의 형식미를 추구하는 것, 이 두 가지로 집약된다. 백석의 시가 서술적 경향이 두드러진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백석은 서술성을 활용하는 시에서도 압축과 생략의 기법을 집중적으로 구사했다. 백석의 시가 표면적으로 진부한 형식을 취하면서도 상당히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이 서술성과 압축성의 결합 방식 때문이다. 백석의 시는 유년의 충족감과 성인의 결핍감 사이의 이항 대립, 누추한 세상과 높고 맑은 정신 사이의 이항 대립의 구조를 지닌다. 이러한 이항 대립의 양상은 주제나 의식의 측면만이 아니라 형식의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거의 대부분의 백석 시는 이항 대립 내지는 이항 대구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항 대구의 형식적 구성이 백석 시 전편에 일관되게 흐르는 시작 원리로 작용했다.
백석 시의 독특한 개성은 이러한 정신적 지향과 표현방법이 창조적으로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특징적 요소들은 밀접하게 결합하여 백석시의 미학을 창조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요소들이 백석의 시에서 유기적으로 결속하여 백석의 독특한 방법적 미학으로 승화된 것이다. 필자는 본고에서 백석 시의 미학을 구성하는 요소 중 일부를 검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