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기 시인께서 ' 나 무엇이 될까하니' 를 부르시며
278회 시낭송회 무대를 열어주셨습니다
곽도경 시인의 낭독입니다.
안부
여기 책상머리 앉아 있어도
네 눈물짓는 소리 아프게 들린다
그렇게 메시지 보내고 나니
나도 늙나 보다, 어느새 희끗한 귀밑머리
사람이 고픈 저녁이다
저무는 해가 애달파
어디 부뚜막에라도 붙들어 매고 싶은 세밑
여기 멀리 물병자리 앉았어도
네 들썩이는 어깨가 보인다
별이 차가워서 나는 슬프다
또, 보자
김양미 사무국장님의 낭독입니다.
경칩
겨울잠과 동안거의 화두를 주머니 넣고 발밤발밤 돌아오는 길. 내 다리는 지구를 밀고 지구는 내 다리를 되밀어 걷게 되는 길. 너의 물살 쪽으로 생각을 지느러미 치는 길. 만남의 질량과 사랑의 부피를 함부로 계산해 보면서. 우리 사이 반작용은 없었으면 해요. 양서류와 양다리의 삼각함수를 설겅설겅 곱씹어 보면서. 뒷다리를 땅에 짚어보며 자꾸만 뒤를 두는 개구리의 울음 더듬거려 보는
나는 구석이 많아 슬픔의 편자를 자주 갈아 끼우는 사람. 잠 속에 난입해 누군가의 꿈을 뭉텅뭉텅 베끼고 싶은 사람. 개구리밥이 부평초구나, 덧없지만 올챙이 시절을 명심하는 사람. 뭉근한 불의 상상력을 가진 돌이 부러워요. 부러우면 지니까, 그 돌에다 삼행시를 돌돌돌 새겨 넣으면서. 구름의 방향을 제멋대로 요리하고픈 사람. 그래서 개구리 떠난 강물에 시시로 빗물 연서를 띄우고픈 사람. 곰비임비 쓸쓸해져 오는 눈시울로 불콰해진 석양을 쓸어 주는 사람. 그러구러 아무 일 없었다는 돌처럼 능청스럽게 춘몽으로 만화방창 흘러들고 싶은
이은우 시인의 낭독입니다
벚꽃뱅어
황사는 웃었고 마스크는 울었다 꽃가루가 입술 틀어막자 쿨럭, 창은 비염을 앓았다 구름의 등뼈가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직진해야 하는데 좌회전 차선에 들었다 칼날 뒤집으면 칼등에도 꽃은 핀다고 밀어서도 당겨서도 문은 열릴 수 있다고, 라디오 주파수에 쑥물빛 짱짱 꽂혔다 때아닌 우박이 네이버 속보에 쏟아졌고 둥글둥글 파문에 우산처럼 접혔다 펴지는 마음, 무르팍 당겨 앉은 바람이 슬쩍 악수를 청할 때 수당 받으러 온 실직자처럼 쭈뼛쭈뼛 보리 이삭 패는 사월,
가시나가 공부해서 뭐 하노, 그 덕에 미싱을 빨리 돌렸고 내력만큼 답답한 산소마스크 낀 누이는 마침내 식물이 되었다 녹색 심장을 가진 봄은 빚쟁이처럼 몇 번 더 찾아왔고 까무룩, 노모는 웃음이 무거워 자주 발등을 찧었다 절정의 계절에 강으로 돌아와 알 낳고 죽는 벚꽃뱅어처럼 세상이 다 웃는 봄 같아도 누구나 울음 한 바가지 늑골 깊이 쟁이고 사는 것을, 목단 이불에 찬밥 쑤셔 넣던 기억의 아랫목에서 보내지도 잡지도 못할, 누이여!
박송애님의 낭독입니다
일일연속극
줄거리가 빤해서
시청자가 몇 없다
서까래 삭은 시골집
두엄자리 넌출넌출 호박 넝쿨이
녹슨 경운기에 올라타는 허름한 세트장
백발의 빠마 머리 여주인공 혼자
기껏해야, 숟가락 꽂힌 대문 밖 고샅길을
말뚝 매인 염소처럼 뱅글뱅글 돌 뿐인데
맨날 보는데도 지겹지 않은지
아내가 폰으로 CCTV 흑백 화면을 켜자
드드드 목 꺾인 채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남이사 19금 하든 말든, 젖통을 축 늘인 채
장모가 신문지 펴고 시퍼런 정구지를 다듬고 있다
첫댓글 동영상이 있으니 더 풍성합니다 ㅎㅎ
늘 수고 많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