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는 ‘일심회 사건’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이, 28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장민호 등 5명의 피고인들에 대한 변호인 심문으로 진행된 이날 공판은, 방청객으로 참석한 자유진영 단체 회원들의 격앙된 웅성거림으로 인해 다소 소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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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시작에 앞서 법원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유진영. 회견을 주최한 단체인 '안보전략연구소' 민영기 회원은 "지난 항소심 1차 재판에서 일심회 피고인들이 '밖에 좀 나갔다 와도 되겠느냐'는 등, 깡패도 하지 않는 상식이하 행동을 법정에서 했다. 이는 판사와 검사들의 기를 죽이고 자신들 의도대로 재판을 유리하게 끌어가려는 수작"이라며 "담당 검사와 판사는 대한민국 법의 수호자라는 자부심으로 조국을 배반한 이들의 범죄를 철저히 응징하라"고 말했다. ⓒ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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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서는 '보복폭행' 김승연 회장 선처를 호소하는 1인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konas.net |
재판에 앞서 법원입구에서 일심회 규탄 및 사건에 대한 철저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이들 진영은, 회견을 마치고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자신들은 “우파”라며 오른쪽(재판정에서 볼 때는 왼쪽) 자리에 모여 앉았다.
이후 왼쪽에 자리하기 시작한 방청객들은 이들로부터 일단 “빨갱이”로 취급되었다. “멀쩡하게 생긴 X들이 빨갱이네”라는 등 웅성거림이 나왔다. 재판이 시작될 무렵이 되자 양측 인원수는 서로 비슷해졌지만, 웅성거리는 소리는 오른쪽에서만 들렸다.
하필 피고인들이 입장하는 입구와 변호인석은, 그들에게 적대적인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피고인들이 입장하면서 왼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으나, 박수소리나 고함소리 없이 조용하게 재판이 시작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방청석 오른쪽은 점차 술렁이기 시작했다. 협조를 구하는 법원 측의 당부도 계속 이어졌다. 이런 상황이 몇차례 반복되다가, 이진강 피고인 차례가 되자 자유진영의 격분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진강 피고 측 변호인은 먼저 “북한이 반국가단체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변론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쓴 친북성향 글이 무죄라는 취지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이 변호인은 “북한은 유엔에 가입했으므로 반국가단체가 아닌 교류협력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보아야 하며, 남북간에 서로 불가침 조약을 맺고 있다는 점은 국가보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논리를 완전히 부정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미국이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조차 (진통을 겪고 있는 과정이긴 하지만) 기존의 수구냉전적 정책을 변경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이같은 정세를 미리 분석한 피고의 글을 수사기관이 문제삼는 것은 ‘친미반북적·냉전적 사고 논리’이며 ‘국가보안법의 반인륜적·폭력성을 다시한번 보여준 것’”이라는 내용의 주장이었다. 이는 법을 다루는 변호인이, 피고의 행위가 실정법에 위배되는가의 여부를 법리적으로 따진 차원을 넘어 특정 법률에 대한 시각을 피력한 것처럼 들릴 여지가 있다.
피고인 이진강 역시 “국가보안법은 비현실적” “국가보안법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말하는 등 법정이 국보법 성토장이 되어가자, 급기야 한 방청객이 의자를 쾅 치며 “어휴 열받아!”하고 소리쳤다. 재판장이 자제를 호소하자, 그는 “열받아서 더 이상 못듣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뒤이어 우측 방청석에서 몇 명이 더 나갔다. 이들은 법정입구 로비에서 분을 삭이고 있었다. 박정섭 우국충정단 대표는 “‘그 법(국가보안법)이 너희같은 이들을 잡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법’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일심회 총책으로 지목된 장민호 피고는 부인으로부터 이혼 당하고 자녀들도 출국을 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자신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칠순노모와 처자식을 볼 수 없게 돼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수사관들이 ‘협조를 하지 않으면 정치권으로 수사가 확대된다’는 등 협박을 가하는 바람에 없는 죄를 시인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그는 이날 '목소리가 안들리니 크게 좀 하라'는 방청객의 호통에, "예예"하며 다소곳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공판이 끝난 후, 자유진영 쪽에서 변호인들에게 항의를 하는 등 소동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재판은 7월5일(목) 오후 2시로 예정됐다.(konas)
김남균 코나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