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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은 자신의 방에서 기타를 만지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곳에 있는지라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음표만이 가득한 종이를 침대 위에 내려놓고 거실로 나가 답답함에 베란다로 향했다. 주원과 설희가 식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질투심에 머리가 쭈뼛쭈뼛 설 지경이었다.
" 어?……. "
아래로 시선을 떨구자 차에서 내리는 설희의 모습이 보였다. 계속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설희가 고개를 드는 바람에
그대로 눈이 마주쳐버렸다. 설희가 손을 들어 한결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밝게 웃는 얼굴이 멀리서도 보였다.
" 그렇게 웃으니 내가 안 반하나……. "
한결도 손을 들어 설희에게 흔들었다. 설희의 기분이 좋아보이는건 한결만의 착각인걸까. 어쩐지 설희가 들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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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와 다름없이 서재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12시가 될 때까지 일을 한 주원은 방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왔다.
주원이 들어올 것을 배려해서 방 불도 끄지않고 잠든 설희를 보자니 미련하다는 생각도, 착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을 끄고 조용히 침대에 걸터 앉았다.
아이처럼 새근거리며 자는 설희의 얼굴이 얼핏보였다. 갑자기 설희가 뒤척거리더니 주원을 향해 몸을 틀어 누웠다.
조물거리는 입술을 만져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랬다간 설희가 잠에서 깨어나 눈물을 흘리며 상처를 받을 것 같았다.
그 날처럼 이상한 생각이 들자 고개를 저으며 침대에 누워버렸다. 고개를 돌리자 설희가 한 눈에 들어왔다. 낯설고
생소한 감정이었다.
이렇게 지내다가 언제 설희에게 화를 내고 폭언을 할지 알 수 없었다. 미친 말들은 주원이 잡기도 전에 이미 나가
버렸기에. 그렇게 두 사람의 밤은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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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샤워를 마치고 나온 주원이 와이셔츠를 입으며 단추를 끼고 있을 때 설희가 아침을 하러 나가지 않고 옆에 서서
무언갈 하고 싶은지 내내 망설이고 있었다. 주원이 어느새 소매의 단추도 모두 꿰고 있을 때 설희가 옆에서 무언가를
주원의 앞에 내밀었다.
" …? "
" 이거, 넥타이……. "
주원은 넥타이를 보다가 설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곧 설희의 얼굴이 뚫을 기세였다.
" 다,다른 거 하세요. 다른거……. "
설희가 넥타이를 도로 집어 넣으려하자 주원은 말 없이 그 넥타이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곤 능숙한 솜씨로 넥타이를
맸다. 옆에서 지켜보던 설희의 두 뺨이 붉게 물들여질 무렵 밖에서 한결이 다급하게 설희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 형수!!! "
" 네? 가요. "
설희가 그대로 한결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방 안에서 두 벌의 옷을들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 나한테 어떤게 어울려요? 골라줘요. "
" 음. "
" 이거요? 이거? "
" 둘 다 안 어울리네요. "
" 설마요. "
" 정말인데? 너무 안 어울려서 못 고르겠네요. "
두 사람의 장난이 시작되고 있었다. 정장 마이의 단추를 잠그며 문 앞에 서 있던 주원이 헛기침을 했다. 한결의 옷을
들고 장난을 치던 설희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갤 돌리니 주원이 현관문으로 나가고 있었다. 빠르게 그의 뒤를 따라
현관문으로 달려나갔다.
" 갈게. "
" 네. 다녀오세요. "
어색하지만 전에 없던 대화였다. 설희의 입가에 여전히 미소가 담겨져 있었다.김 주원이라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멀쩡하게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랍고,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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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의 비서실인 여직원이 가방을 자리에 내려 놓으며 주원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이른 시간이기에 누굴까라는 생각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 김 주원 사장님 계시나요? ]
대뜸 비서의 말을 막아세우며 먼저 말을 한 상대편이었다.
[ 예. 맞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
[ 자리에 계시나요? ]
[ 흠, 아직 출근 안하셨습니다. ]
[ 그래요? 그럼 말 좀 전해줄래요? ]
[ 말씀하세요. ]
[ 나한테 전화좀 해달라고 해줘요. ]
비서가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 실례지만 성함을 알려주시겠어요? ]
[ 오 채린. ]
[ 네, 알겠……. ]
이미 상대편은 전화를 끊은 상태였다. 기가 막혔지만 전화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지를 꺼내 적었다. 볼펜을 내려
놓을 때 주원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출근을 하고 있었다.
" 사장님. "
" ? "
" 조금 전에 전화가 왔었는데요. 여기. "
비서가 자신이 적은 메모지를 주원에게 넘겼다. 받아든 주원은 메모지의 글씨를 읽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한 눈에
보아도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주원은 그대로 메모지를 가지고 사장실로 급히 들어갔다.
" 후- "
자리에 앉지도 않고 정장 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곤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어? 금방 왔네? ]
[ 뭐하는 짓이야? 미쳤어? ]
[ 미치다니 말이 너무 험하다. ]
[ 여기가 어디라고 전화질이야! ]
[ 치. 전에 그렇게 술 먹고가서 연락이 없길래 걱정되서 해 본거야. ]
[ 네 걱정 필요없어. 넌 내가 찾을 때만 연락되면 되. 알겠어? ]
[ 피이- ]
[ 한 번 더 이런짓 하면 알아서 해. 끊어. ]
[ 어? 주원!……. ]
주원은 그대로 신경질적으로 종료버튼을 눌렀다. 그리곤 휴대폰을 책상으로 집어 던지듯 던져버렸다. 어쩐지 점점
채린의 짙은 향수보다 비누향기가 나는 설희에게 더 마음이 가는 주원이었다. 아침부터 신경질을 냈더니 열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대로 정장 마이를 벗어 한 쪽에 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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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청소를 마친 설희는 주원의 와이셔츠를 손빨래해서 걸어둔 베란다로 나갔다. 햇볕에 잘 말랐는지 손으로 만져본 뒤
거실로 가지고 나와 다림질을 시작했다. 언제나 회사에 갈 땐 와이셔츠의 단 하나의 주름도 먼지도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언제나 설희도 꼼꼼히 주원의 옷을 세탁하고 다림질했다.
" 다 했다. "
잘 다려진 와이셔츠를 옷걸이에 걸어서 주원의 옷 장에 잘 넣어두었다. 다시 거실로 나와 욕실에 세제를 넣어 담궈
두었던 양말들이 떠올랐다.
" 참. 내 정신 좀 봐. "
설희가 급하게 욕실로 들어갔다가 안에 있던 한결을 보고 깜짝놀라 소리를 지르며 급하게 나왔다. 놀란 정신을 가다듬
으며 가슴을 쓸어내리려 할 때 조금 전 한결이 이상한 것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조심히 다시 문을 열어 보았다.
가만히 서서 멀뚱히 설희를 보고 있는 한결이 보였다.
" 뭐 하세요? "
" 아, 아하하하. "
어색하게 웃으며 무언가를 뒤에 감추고 있었다. 설희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보려고 했지만 한결은 더 꽁꽁 숨길
뿐이었다.
" 뭔데요? 혹시 빨래하세요? "
" 네? 아,아뇨. 그냥…하하하. 나가서 일 보세요. "
" 뭔데요? 뭔데 이러세요? "
설희가 한결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보았다. 오랜 사투 끝에 한결이 뒤에 감추고 있던 것을 빼앗을 수 있었다.
" 어? 어? "
" 뭐, 뭘 보려고 하세요! "
설희가 손에 든 것은 한결의 팬티였다. 한결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변해서는 다급히 설희에게서 자신의 속옷을
빼앗아갔다. 설희는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 터뜨리고 말았다.
" 웃겨요? 난 창피해 죽겠구만. "
" 가족끼리 뭐 부끄러워요. 제가 할게요. 두세요. "
" 무슨 속옷을…나,나가요. "
" 우리 도련님이 부끄러움을 타실 줄도 아세요? "
설희가 한결을 놀리며 다시 속옷을 빼앗으려 들었다. 한결은 뒤로 주춤거리며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 그냥 제가 할 게요. 줘요. "
한결에게 다가가며 장난을 치던 설희는 바닥에 떨어져있던 거품에 그대로 미끄러져버렸고, 놀란 한결이 속옷을 내려
놓고 설희를 잡아 주었다.
" 엄맛-! "
" 어!! "
꽉 감았던 눈을 뜨자 너무도 가까운 거리에 한결이 다가와 있었다.
" ……. "
한결은 설희의 허리를 꽉 안고 있었고, 덕분에 두 사람은 너무도 진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정지된
화면처럼 서로를 멀뚱히 쳐다만보고 있었다. 서로의 눈 속에 서로가 담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선명하고 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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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설희는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요즘은 주원도 집에서 저녁을 먹기에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도마에 채소를 올려놓고 일정하게 칼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칼을 도마에 내려 놓고 거실로 나가자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주원이 들어섰다.
" 오셨어요? "
주원은 신발을 벗고 들어서며 설희를 쳐다 보았다.
" 응. "
" 씻고 나오세요. 찌개만 끓이면 되요. "
" 응. "
주원은 방으로 들어와 하루종일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잠옷을 챙겨 입었다. 욕실에 들어가 오늘 하루 받았던 스트래스를
풀듯 따듯한 물에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몸에 남아 있던 물기를 닦아 내려 할 때 밖에서 설희와 한결의 웃음 소리가 욕실에까지 울렸다.
" ……. "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머리를 털지도 않고 밖으로 나갔다.
" 이거 내가 간 봐줄게요. "
" 제가 봤어요. "
" 그래도 내가 또 보고싶어요. "
" 그럼 한 번. "
설희는 수저를 들어 끓고 있던 찌개를 떠서 입김으로 국물을 식혀서 한결에게 내밀었다. 한결은 설희에게 가까이 다가
가 국물을 맛보았다.
" 어때요? "
" 맛있냐? "
이 소리는 한결이 아니라 주원이 뱉은 말이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한 쪽 벽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로 두 사람을 응시하고 있던 주원이 보였다.
" 잠깐 방으로 와. "
" 네? 저요? "
" 그럼 한결이? "
" 아, 네네. "
설희는 손에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고 주원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결의 표정에 씁쓸함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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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주원을 따라 들어오자 주원이 물기가 뚝뚝 흐르는 머리가락을 옆으로 쓸어 넘기며 안으로 들어
오는 설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설희가 주눅이 들 정도였다. 그러더니 가까이 한 걸음
다가오더니 결국 설희를 벽으로 몰아버렸다.
" 왜, 왜요? "
눈을 깜빡이며 연신 주원을 올려다보는 설희가 주원의 두 눈에 쏙 들어왔다. 주원의 머리카락의 물기가 설희의 콧등에
뚝 하고 떨어졌다.
" 시동생이랑 진도좀 그만 빼지? "
" 네?
설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밥. "
" 네? "
" 밥 몰라? 밥 달라고. "
" 아, 네네네. "
설희는 몸을 돌려 주원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부끄러움에 얼굴까지 붉게 닳아오른 설희가 달아나자 그대로 서 있던
주원이 재밋다는 듯 웃어댔다. 이 집에서 이렇게 웃을 날이 오다니 놀라웠지만 분명한건 한 설희가 그가 분풀이를 하던 상대가 점점 귀여워진다는 것이었다.
" 미치겠네. "
주원은 화장대로 걸어와 머리를 털며 말렸다. 한 번 고개를 내민 감정은 들어갈 생각이 없는 듯 계속해서 고개를 들이
밀었다. 처음 당하는 사람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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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현관문에서 주원이 구두를 신으며 출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앞에 서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설희도 보였다.
나가려다 자리에 선 주원은 못마땅하다는 듯 설희를 삐딱하게 쳐다보았다. 아침부터 왜이러는가 싶었다. 할 말이
있는것 같았는데 주원이 나갈 때까지 설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에서 나온 주원이 자신의 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보고 버튼을 불렀다. 바로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탄 주원이
문을 닫는 키를 누르려 할 때 다급하게 달려온 설희가 그 앞에 서버리는 탓에 주원은 문이 닫히지 않는 키를 바꿔 눌렀다.
" ? "
" 저,저기……. "
" 나 지각해. 빨리 말해. "
" 저녁 사주세요. "
" 뭐? "
주원은 믿기지 않아 다시 되물었다. 입술을 한 번 깨문 설희가 다시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 오늘 저녁 사줘요. "
" 스케줄 보고 연락할게. "
" 네? 네. "
" 들어가. "
" 네. 가세요. "
몇 초 후, 두 사람의 시야에 엘레이베이터 문이 가득차 버렸다. 문을 닫히자마자 주원은 그대로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 저녁이라…저녁. "
정신 나간 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주원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언제인지 모르게 천천히 그녀가 흡수된 만큼
흡수된 면적이 시간에 너무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언제 그랬냐는듯 마음이 그렇게 천천히 그녀에게 흡수되어
가고 있었다. 냉전을 했던 2년간의 사이가 무색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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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혼자 살기엔 적합한 오피스텔로 안은 꾸며진듯 꾸미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 속에 2년 가량 주원과 관계를 맺어
온 여인이 살고 있었다. 내연녀라고 하기엔 주기적이지 않고 오고가는 마음이 없는 사이였다.
그저 주원이 필요로할 때 곁에 있어주는 역할 정도였다.
" 대체 요즘 연락도 없고, 뭐야. "
오 채린, 지난 번 주원의 회사로 연락을 해왔던 여인이었다. 귀가 보일듯 말듯 숏커트를 친 스타일이 뚜렷한 이목구비
탓에 잘 어울렸다. 붉게 물들인 입술이 진한 화장을 머금은 얼굴이 질투로 가득 차올라 있었다.
" 설마 부인한테 넘어간거 아니야? "
자신의 주제도 잊은 채 주원의 옆자리, 설희의 자리를 넘보는 여자였다. 술 집을 전전하다 주원을 만났지만 여전히
주원이 다니는 술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 뭐, 내가 찾아가서 만나야지. 어쩌겠어. "
붉게 물들여진 입꼬리가 양쪽으로 보기 좋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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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서 급하게 정리해야 할 서류들을 검토한 주원이 전화기 버튼을 누르며 비서를 불렀다.
" 오늘 내 스케줄. "
" 아, 네. "
비서는 자신이 들어 들어온 다이어리를 열어 주원의 스케줄을 읊어 주었다. 노트북에 시선을 둔 채로 듣고 있던
주원이 오늘 저녁에 다른 사람과 저녁 약속이 잡혔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오늘 저녁? "
" 네. 오늘 저녁에 저녁 약속 있으십니다. "
" 취소해. "
" 네,네? "
" 내가 전화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나가봐. "
" 아,네. 사장님. "
비서가 사장실을 나가자 주원은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었다. 오랜 신호음 끝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 네. 여보세요? ]
[ 오늘 저녁에 만나지. ]
[ 정말요? ]
[ 저녁에 시간 맞춰서 기사 보낼게. ]
[ 아니에요. 오늘은 제가 알아서 갈게요. ]
[ 그럼 그렇게 하든지. 장소는 저번에 점심 먹었던 곳. ]
[ 네. 알겠어요. ]
[ 그럼 끊지. ]
[ 네. ]
전화를 끊은 주원의 표정이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씩 어두워져갔다. 설희로 인해 웃는 날이 늘어갈 수록 김 회장의
웃는 얼굴도 함께 떠올랐다. 모든지 그가 원하는대로 되었는데 정략결혼에 대한 결과까지 좋아져서 그가 자신을
조종할수 있다라는 생각을 할게 될까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생각이 깊어질 무렵 비서가 똑똑 사장실 문을 두드렸다.
" 사장님. 회장님 오셨습니다. "
비서의 뒤로 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주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을 맞이했다.
" 부르시죠. 제가 갈텐데. "
" 아니다. 자리에 앉자. "
" 네. "
" 차는 필요없으니 나가봐. "
" 네. "
비서가 사장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자 김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어머니 말을 들어보니 병원도 안 다녀갔다지? "
" 네? "
" 너희 두 사람 사이에 아무 감정도 없다는 거 안다. 하지만 너희는 양쪽 집안의 회사를 이어주는 관계다.
잊지 않고 있겠지? "
그 말에 주원이 이를 물며 대답을 했다. 아침까지 좋았던 기분을 모두 헤집어 놓는 말이었다.
" 정략 결혼인 만큼 아무리 힘들어도 혼인 관계는 유지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거다. "
" 잘 알고 있습니다. "
" 난 너희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빨리 생기길 바란다. 아이가 있어야 부부사이를 유지하는 게
쉬워질테니 말이다. "
김 회장의 눈을 들여다 봤다. 한 설희라는 여자를 자신의 며느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인질로 삼고 있었다.
그의 말에 주원은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 이제 더 이상 아이에 대한 말은 하지 않겠다. 네가 잘 하리라 믿는다. "
" …네. "
" 그럼 수고 하거라. "
" 네. "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주원의 표정이 어두워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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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이 오랜만에 집을 찾았다. 어머니가 너무 오랫동안 집에 오지 않았다며 아침부터 전화를 해서 성화를 했기에
결국 몇 달만에 집에 발을 들이밀게 되었다. 어머니와 점심을 먹고 거실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 한결의 마음은
이미 형수가 있는 집에 있었다.
" 아버지 회사에 정말 안 들어갈거야? "
" 응. "
" 왜? 어째서? "
" 경영 수업 받는거 지루하고 따분해. "
" 한결아. "
" 그리고 난 지금하는 음악이 좋아. "
한결은 여전히 과일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 언제까지 그렇게 음악만 할래? 늙어 죽을 때까지? "
" 나 회사 들어가면 형처럼 회사 이익따져서 결혼 시킬거지? "
들고 있던 과일을 내려 놓으며 한결이 어머니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 얘,얘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
" 그래서 더 안들어가. "
" 너 좋아하는 얘 있니? "
" 어. "
들고 있던 과일을 내려놓으며 한결의 어머니가 열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 너너너! 혹시 음악하면서 만난 그렇고 그런 애 아니야?! "
" 후, 내가 이래서 집에 안 오는거야. "
" 김 한결! 너 만약 그랬다간 알아서해! "
" 이제 가야할 시간이네. "
" 뭐하는 애야? 어디서 만났어? 이름은? 다 말하고 가! "
" 알면 캐내서 작살내게? "
" 말하는거 하고는. 엄마가 알아야지! "
" 싫어. 엄마한테 안 말해. "
" 너너! 결혼은 꼭 집에서 정해준 여자랑 해! 알겠지? "
" 나도 형처럼 입도 뻥긋 못하게 결혼 진행할라고? 싫어. 안해. 절대로. "
" 김 한결! "
한결은 한 쪽 손으로 귀를 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관문으로 나오는 순간까지 그의 어머니는 절대로 그런
여자랑은 안된다며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반대의 반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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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 때가 되어가자 설희는 주원을 만날 준비를 분주하게 하기 시작했다. 점심 약속을 잡던 날보다 더 화려하고
예쁘게 꾸몄다. 길고 굵게 만들어진 웨이브 머리를 반 잡아서 큐빅이 박힌 핀으로 고정을 시켰다.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기 전에 휴대폰으로 한결에게 문자를 찍어 보냈다.
[ 오늘 저녁 먹고 들어오세요, 저 주원씨랑 약속있어요. ]
문자를 보내고, 힐이 너무 높아서 평소엔 신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구두를 꺼내 신었다. 오늘은 주원에게 더 예뻐
보이고 싶었다. 뒤꿈치가 까질 것 같아서 대일밴드라도 붙일까 생각했지만 그것마저 주원이 보게될까 생각으로
그쳤다.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막힐까 서둘러서 집을 나섰다.
오늘은 주원과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그의 어떤 면을 보게될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고 있었다. 하늘에
서서히 들어차는 먹구름들이 어쩐지 보기 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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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도 퇴근시간이 되자 책상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 마이를 입었다. 윤비서를 일찍 퇴근시키고 오늘은
직접 차를 몰고 갈 작정이었다. 저녁 식사 후 설희와 집으로 가야하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사 로비로 내려가자
문 밖으로 주원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눈에 익은 여인의 뒤태가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이 이미 절반은 퇴근을 한 상태였기에 많은 직원들이 보이진 않았다. 회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여인의 옆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았다.
" 따라와. "
오 채린이었다. 그 말을 내뱉고 자신의 차로 보폭이 넓은 걸음걸이로 차로 다가가 그대로 올랐다. 따라오던 채린도
차 안으로 주원을 따라 올랐다.
" 화났어? 표정이 안 좋네? "
" 입 다물어. "
주원은 사람들이 보기라도 할까 그래도 차에 시동을 켜 회사에서 벗어났다. 질주하던 주원의 차가 신호등에 의해
멈춰섰다.
" 많이 화난 모양이네. "
" 여기가 어디라고 와? 미친거야? "
" 연락도 안하고 보고싶은데 어떻게 해. "
" 너랑 내가 그런 사이였어? 언제부터? "
" ……. "
신호가 바뀌자 그대로 차를 거칠게 모는 주원이었다. 옆에 있던 채린도 이제야 사태 파악이 되었는지 붉은 입술을
꾹 다물고 주원이 다시 입을 열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원의 차가 버스 정류장에 멈춰섰다.
" 한 번만 더 멋대로 찾아와봐. "
" 주원씨……. "
" 그만 내려. "
" 화났어? 나는 저번에 당신 술먹고 김 회장 때문에 힘들어 하길래…그리고는 만나자고 하지도 않고
그래서 걱정되서 온 건데. "
" 네 앞가림이나 잘해. "
그러나 그렇다고 채린이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혹시나 주원이 자신을 찾는 횟수가 적어진 이유가 설희와 잘 되고
있어서 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의 머릿속에 훼방을 놓아야만 했다.
" 김 회장에 대한 반항심 때문에 부인 멀리하는 거 알아. 그러니까 혼자 힘들어 하지 말라고. 응? "
" ……. "
" 부인 받아들이면 당신이 진다는 생각하고 있는것도 알아. 그러니까. "
" 그만 떠들고 내려. "
" 휴우- 알겠어. 연락해. 기다릴게. "
채린은 그대로 차에서 내렸다. 채린이 내리자마자 차는 그대로 출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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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는 먼저 도착해서 주원이 미리 예약해 놓은 자리에 앉았다. 종업원이 시원한 물을 건네고 자리를 떠났다. 설희는
손을 뻗어 차가 막히는 바람에 갈증으로 타들어 가던 목을 시원하게 적셨다. 손목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해보니
이제 여섯시를 넘기고 있었다.
" 흠. "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주원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일곱시가 된 지금도 주원은 도무지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설희가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해볼까 고민을 하다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 좀 늦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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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을 내려주고 설희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가야했지만 어쩐지 계속 핸들이 다른 방향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미친듯
달리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일곱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회장이 했던 말과 차에서 내리며 채린이 했던 말들이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생각들이 한데 모여서 주원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차가 멈춘 곳은 설희와의 약속 장소였다. 다시 시간을 보자 곧 여덟시가 될 것 같았다. 자신의 옆 자리 창문을 내리고
레스토랑의 창가 쪽을 쳐다 보았다. 밤의 야경을 보며 식사를 할 생각으로 창가쪽에 예약을 했었는데 라는 생각으로
눈을 돌리자 반듯이 앉아 있는 설희가 보였다.
저녁 식사 치고는 너무 늦은 시간이지만 아직까지 전화 한 통화 없이 기다리고 있는 설희가 보였다. 정략결혼으로
묶인 두사람의 사이가 계산기처럼 두둘겨지고 있는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단단히 묶어둔 사이지만 회사
간의 분쟁으로 언제 어떻게 잘라질지 모르는 사이였다.
" ……. "
주원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휴대폰 액정에 [집사람] 이라는 문구가 떴다. 고개를 돌려 설희를 보니 창가를 보며
통화중이었다. 가만히 그런 설희를 쳐다보며 벨소리가 끊길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질 않았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흘러 아홉시가 되었다. 설희는 종업원에게 계속해서 물만 시키고있었다.
처음 전화 후로 두 통화가 더 오긴 했지만 그 이상은 더이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설희는 그 자리에서 계속 주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 …밥이라도…먹지…미련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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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 요즘 나름 일찍 찾아온다고 찾아오는데 ㅇ_ㅇ 아닌가..
오늘은 날씨가 흐릿하네요. 아침에 이슬비도 살짝오고 후- 우울하네요.
이제 곧 토요일 일요일이 찾아오니 힘을 내보아요.ㅠ_ㅠ
오늘편에선 소소하지만 세사람의 똑같은 생활속에서 주원이 질투 를하고
설희와 조금 더 가까워졌죠. 그리고 설희가 용기를 내어 내민 넥타이와
저녁약속에 주원이 응했지만 과연 결말은 어떨까요?
오 채린 이라는 앙큼한 여자의 등장이 앞으로의 설희와 주원의 사이를 어떻게
만들지 기대해주세요. 다음편두 기대해주세요.^-^*
지난번편에 댓글 정말 무한 감동받았어요.ㅠ_ㅠ이게모두 주원이의 시너지
효과라고 해야하죠.. 부부의 가까워짐이 이어지면서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정말 고맙습니다.ㅠ0ㅠ 앞으로두 제게 많은 응원과 성원을
보내주시어요. 기다릴게요.~ ㅇ_ㅇ 8편에두 많은 분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업뎃쪽지 = 형수 & 댓글
형수. 주원이랑 설희 사이가 어떻게 좁혀진건데.. 더이상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ㅠㅠ
형수/ 처음에는 한결이엿는데 요즘 점점 주원이에게 끌려가고 잇어요!!!!!다음편 너무 기대되요. 잘 읽고 갑니당~!~!
형수 전 oㅕ전히 한결인데ㅠㅠ..둘이 이어질 확률은 없는건가요?
형수 헐 주원이 이제 맘을 잡았군요ㅠ그럼우리 한결이는어쨰?ㅜㅜ한결이의 짝은 설희밖에없는데ㅜㅜㅜ이럼안되는데유ㅠㅠ
한결이랑 설희를 밀어주세요!추천콩!
형수/ ㅜㅜ 주원이랑 되야죠!!ㅠㅠ 채린아 일내지 말자....ㅠㅠ 무섭당
형수!
형수 저 1편부터 정주행해서 봤어요!! 너무 재밌네요!! 다음편 기대할께요!~
형수 아진짜재밌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수/주원이 너무한거아닌가ㅠㅠ 왜 그렇게 보고마잇는거야ㅠㅠ
형수 아아아아아악!!!!오채린이런
형수 주원이랑 설희 둘이 서로 잘 풀리길.....ㅋㅋㅋㅋㅋ
형수/ 오채린이 악역이었군 결국 또 엇갈리네 주원의 마음은 모 거의 알겠는데 설희마음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거야? 한결이야 주원이야
형수 예!!
형수 제발 주원이랑 설희랑 둘이 잘되었으면 좋겠어요ㅠㅠ
형수~!
너무 재미있어요~!
담푠도 기달려요~!
담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