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실물 경기가 바닥을 치든 말든 비트 코인 시장은 불붙고 있습니다. 이미 주식시장 거래 규모를 뛰어 넘었습니다. 지난 2024년 장 마감 때 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친 일일 거래 규모는 16조 원. 그런데 바로 다음날,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의 24시간 거래 규모는 25조 3천 억 원을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가상 자산 거래 액수가 증시보다 9조 원 넘게 많아진 것입니다. 가상 자산 가격 폭등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그 중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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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기간 내내 "미국을 가상 자산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가상 자산의 대장 격인 비트 코인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에 가상 자산 전담 직책을 새롭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트코인은 코로나 팬데믹이 막 시작된 작년 3월 개당 4900달러 대에서 지난달 16일 5만달러로 1000% 이상 뛰었어요. 물론 지금은 1억을 훌쩍 넘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렇게 폭등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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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적으로 쓴 양적완화 정책의 나비 효과 이고, 둘째는 테슬라와 JP모간 등 첨단 기업과 금융 메이저까지 투자에 가세하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는 1조 7000억 원 어치의 비트 코인을 매입, 자동차 업체 중 처음으로 비트 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어요.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충분히 설명이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2030 MZ세대가 주축이 된 글로벌 개미 군단의 투자 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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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온라인으로 실시된 해리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비트코인에 대해 60대보다 3배, 50대보다 2배 더 친숙한 것으로 나타났고, 모든 연령대의 친숙도를 능가했어요. MZ세대는 왜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것일까. 가격 급등락에 따른 단기 이익을 보고 투자에 열을 내기도 하겠지만 그 밑바탕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잠복해 있는 것 같아요. 이를 파악하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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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고, 거리엔 실업자가 넘쳐 났으며 자산 가치가 폭락해 서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어요. 미국 중앙은행(Fed)은 달러를 마구 찍어내 부실 금융회사와 기업을 살렸습니다. 그렇게 살아난 금융회사와 기업의 CEO들은 그 돈으로 성과급 파티를 벌였고, 이에 분노한 개미 투자자들은 ‘월가 점령’이란 극단적인 시위를 한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이런 사태를 경험하면서 달러와 제도권 금융, 중앙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누구도 개입이나 조작할 수 없는 화폐를 꿈꾸는 그룹이 생겨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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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2009년 비트코인이 탄생한 배경이며, 당시 피눈물을 흘리던 부모님을 목격한 세대가 MZ세대입니다. 이들은 성장하면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졌고, 모바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며 온라인 상에서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후렌드(who + friend)’ 문화를 형성하면서 SNS, 유튜브, 틱톡 등의 플랫폼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 의식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들의 이런 행동 양식은 최근 주식시장을 뜨겁게 만들었던 ‘게임스톱 사태’에서 여지없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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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온라인 상에서 힘을 합쳐 헤지 펀드들의 공매도에 맞서 대항하며 다시 한 번 금융회사들의 욕심과 월가를 중심으로 한 중앙 집중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키웠습니다. 이런 불신이 탈 중앙 화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내 모든 참여자가 공동으로 거래 정보를 검증하고 기록을 보관함으로써, 공인된 제 3 자의 개입 없이도 투명하게 무결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 화폐에 열광하게 만든 요인이 아닌가 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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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선택이 맞든 틀리든 MZ세대는 중앙화 된 정부나 기업에 발행이 좌우되지 않고, 정해진 규약의 프로그램에 의해 발행되고 거래되는 비트 코인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를 넘어서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사회·문화를 요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요. 이들의 참여와 소신의 표현들이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 시키고 있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해서 모든 것이 디지털 화 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디지털 화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디지털 화 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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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화폐가 디지털 화 할 수 없는 이유가 있겠는가. 화폐의 디지털 화는 미래에 피할 수 없는 사실 같아요. 단지 무늬만 디지털 화 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투명성을 기반으로 특정 집단에 좌우되지 않는, 정해진 규칙대로 발행되고 운영되는 화폐, 금융, 기업, 사회를 요구하는 MZ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에예공! 비트 코인을 부탁해!
2025.1.5.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