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건너기
신발을 벗지 않고 물 위를 건너뛴다
내 그림자도 뛰어 넘는다
내가 젖지 않고 즐겁게 건널 수 있는 것은 누군가 이어놓은 디딤돌 몇 개
그 고마움이 물에 놓여 늘 젖어있기 때문이다
- 이상현, '징검다리 건너기'
누군가의 수고로 내가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노고로 내가 물에 젖지 않습니다. 당연히 받았던 것들. 오늘은 그 고마움과 따스함을 가만히 만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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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하면, 두 개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초임지였던 기린중고등학교 옆에 내린천이 흐릅니다. 강폭이 4, 50m쯤 되는데, 74년 당시만 해도 4월 5일 식목일은 너도나도 나무를 심었었죠. 덕분에 지금 이리 울창한 숲을 갖게 되었다고 자부하기도 합니다만, 각설하고, 식목하러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눈녹은 물이 불어 징검다리가 발목 정도로 잠겨있었고, 신발 벗고 건너던 중1 여학생이 징검다리 한가운데서 그만 울음이 터졌네요. 물이 너무 차가워서였죠. 그때 저 뒤에서 오던 고3 감봉이란 학생이 징검다리 옆으로 무릎위까지 차는 물을 걸어서 우는 아이를 업어 건네주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하나는 삼척고 재직시절 미로면으로 카메라 둘러메고 출사를 갔었는데, 강건너 마을앞까지 징검다리가 정겹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징검다리가 잘 안보입니다. 있다 해도 실개천에 놓인 대여섯개 돌로 놓인 자그마한 것들뿐, 나머지는 시멘트다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겁니다.
오늘 공치러 다녀오느라 늦었습니다. 내일도 가야하는데, 건강상 연이틀 치는 것은 힘드는데, 어쩌다보니 이리 됐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