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만난 독립 운동가들에 대하여

[바람숲]

8월 15일, 다가오는 광복절을 기념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방문하시거나 또는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전시실을 둘러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작년에 KBS 방송사와 협력하여 '나의 독립 영웅'이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 배포해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유공자 100인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큰 역할을 했지요.

박물관 상설전시실은 제1전시실(대한민국의 태동)과 제2전시실(대한민국의 기초 확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3,4전시실은 현재 공사 중입니다.) 역사박물관 앞은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현충시설인 ‘독립협회 창립총회 터’였기에 아래 사진처럼 설명판도 세워져 있습니다.

상) 직접 촬영 / (하) 출처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홈페이지

이 기사에서는 1876년~1948년까지의 흐름을 다루는 ‘제1전시실’ 위주로 일단 소개하겠습니다. 특히 올해 1월 중 박물관 관람을 하면서 제가 새로 알게 된 독립운동가 부부들과 한국광복군, 조선의용대 등 주로 해외에서 활동했던 현충 인물들에 대한 정보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출처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실 내 걸려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이동 지도

                   

독립운동가 양우조 선생은 어릴 적 고향인 평양에서 한학을 수학하다 19세가 되던 1915년, 유학의 꿈을 안고 독립운동가들이 모여들던 중국 상해로 망명했습니다. 그러던 중 독립운동가 신규식의 도움을 받아 다시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되고, MIT공대를 거쳐 브래드포드 듀피 방직학교(Bradford Duffee Textile School)를 졸업했습니다. 방직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는 미국인 선교사의 강연을 듣고부터였는데, '한국은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라는 말을 듣고, 내 손으로 동포들을 잘 입혀보자는 생각을 가지셨다고 합니다. 학업 중에도 각종 재미독립운동을 전개하다, 1927년 방직공장 설립을 위해 귀국하셨지요.

하지만, 호시탐탐 좁혀드는 일제의 감시로 일이 어렵게 되자, 1929년 상해로 다시 건너가 임시정부활동에 동참하게 됩니다. 중국에 계시는 동안 한국독립당, 광복군에서 요직을 맡아 항일운동을 전개하다가 해방 후 귀국하여서는 산업의 부흥과 나라의 독립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며 인천제마방직회사 및 조선방직협회, 애국동지원호회, 한중협회 등에서 이사를 맡고, 임시의정원 의원, 임시정부에서의 활동과 함께 한국광복군전우회 지도위원도 하셨습니다.

부인 최선화 선생은 이화여전을 나온 신여성으로, 한국혁명여성동맹 창립에 주된 역할을 하며

한국애국부인회 및 임시정부 지원 활동을 하고, 여성과 청소년의 계몽과 교육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양우조, 최선화 부부가 1938년~1946년까지 함께 쓴 책인 <제시의 일기>는 임정 요인 생활의 이모저모를 밝혀주는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습니다. ‘제시’는 부부의 첫 딸 이름입니다. 고난의 여정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끊이지 않는 공습과 폭격을 피해 거처를 수시로 옮겨 다니며 아이를 키워야 했던 힘든 과정.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생명을 이어나가고, 아이가 성장하는 데서 느끼는 부모의 소소한 보람, 행복과 대한민국 독립에 대한 믿음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실천적 지성인, 양우조-최선화 부부와 그들의 기록 <제시의 일기>

출처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나의 독립영웅] 양우조 최선화 부부 편 바로 보기 ▼

언어 천재, 김규식-여장부 김순애 부부

출처 : 월간 독립기념관 2020-1월호 기사

(좌)김규식 선생, (우)김순애 선생

한국의 독립 운동가이자 정치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부주석을 지내며 파리강화회의에서 한국대표로 임무를 수행하고, 여러 개의 외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했다는 독립운동가 김규식 선생을 박물관 전시 영상에서 보았습니다. 사진은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젊은 시절의 준수한 외모, 뚜렷한 신념이 돋보이는 지적인 눈빛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생의 정보를 더 찾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입지전적인 삶을 사셨네요.

선생은 6세에 고아가 되었지만 미국 선교사 언더우드의 보살핌으로 성장하며, 그의 총명함을 알아본 서재필 박사의 권고로 미국 유학을 가게 됩니다. 로노크 대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뒤 프린스턴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학위까지 받고 귀국합니다. 조선총독부는 명문 지식인을 일제의 편으로 끌어들여 이득을 취하고자 선생에게 도쿄 외국어대학교 영어교수직, 도쿄 제국대학 장학금 등 달콤한 제안을 했으나, 살아있는 양심으로 거절하고 대신 선교사 언더우드 목사의 비서, YMCA학교 교사, 경신학교 학감, 연희전문학교 교수 등을 역임하게 됩니다.

출처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그러던 중 1913년 중국으로 망명했고, 1918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약소민족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며,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외무총장직을 맡아 파리강화회의에 전권대사로 참석하여,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표 명의로 된 탄원서를 제출하고, 그 외 미국, 소련 등 세계열강의 대표들에게도 각종 민족선언서 및 외교문서를 통해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고, 한국의 독립을 촉구하였습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독립청원에 호응해주지 않았고, 이에 김규식 선생은 크게 실망합니다. 그래서 선생은 항상 미국을 경계할 것을 주지했고,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자주성 · 자립성을 갖추기를 원했습니다.

김규식 선생의 부인으로서 일평생 그의 곁에서 함께한 김순애 선생은 대단한 리더십을 갖춘 여성이었습니다. 여성의 독립운동 참여를 촉구하고 지원하는 대한애국부인회, 대한적십자회 창단 및 부속간호학교 설립에 앞장서며 수시로 한국 지도와 태극기를 제작 · 보급하고 임시정부의 회의장 준비 등을 담당하는 여장부였다고 합니다. 광복 후인 1946년에는 모교인 정신여자중고등학교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남편의 활동을 꾸준히 도왔으나 한국전쟁 중 김규식 선생이 북한에 피랍된 1950년 정계에서 은퇴하셨고 이후에 김규식 선생의 서거 소식을 접하셨다고 합니다. 나라를 위해 인생을 바친 일평생,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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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삶에도 비운이 깃들었던 정정화-김의한 부부

출처 : 월간 독립기념관 12월호 기사

(좌)김의한 선생, (우)정정화 선생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앳된 이 부인이 임시정부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립운동가 정정화 선생입니다. 안동 김씨의 명문가 김가진의 맏아들 김의한과 혼인한 뒤, 3·1 만세운동 직후 시아버지와 남편을 따라 상하이로 망명하여 약 30년간의 중국 임시정부에서 고된 생활을 하셨습니다. 임시정부 요인 중 그녀가 차린 밥상을 받아보지 않은 분이 없다 할 정도로 안살림을 도맡아 하였으며, 동지들의 가족을 함께 모셨습니다. 한국혁명여성동맹을 조직해 간사를 맡고, 독립운동가 자녀들을 위한 유치원 교사를 선뜻 맡으며, 대한애국부인회재건대회 및 방송을 통하여 국내외 여성들의 각성과 협력 및 임시정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였습니다. 목숨을 걸고 국내에 잠입하여 독립자금을 모은 후 이를 몸에 숨긴 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6번이나 수행했다고 하니, 그 용기가 실로 담대하지요!

남편 김의한 선생은 중국본부한인청년동맹, 애국단, 한국독립당, 광복군 활동 등을 하며 충칭방송국을 통해 한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선전 활동을 전개하였지요. 다만 한국전쟁 당시 김의한 선생은 납북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업적에 대한 조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정정화 선생 또한 일종의 ‘부역죄’ 혐의를 받고 투옥되기도 하였습니다. 정정화 선생에게 있어 중국에서의 30년은 몸은 힘들었어도 이상과 목표가 뚜렷했던 세월인데 반해, 오히려 조국에서의 40년은 이해할 수 없는 대접을 받은 그늘 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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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전시실에서 인상 깊게 본 것으로는 백정기, 이준, 이시영 등 나라를 위해 고군분투하셨던 분들의 사진과 조선어학회 관련 유물,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 초간본 등이 있었습니다. 나라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열망을 불태웠던 독립 운동가인 선조들의 강한 의지와 신념을 만나며 마음이 깊이 숙연해졌습니다.

출처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광복군과 조선의용대

한국광복군은 일제의 만행이 극에 달할 무렵인 1940년에 김구 선생 등의 주도하에 중국 충칭에서 창설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무장 독립군입니다. 당시 일제는 1937년에 중일 전쟁을 일으킨 뒤, 1938년에는 중국의 수도인 난징을 점령하여 중국은 수도를 한커우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수없이 일제의 공격에 시달렸죠. 한국광복군은 이 시기에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중국군과 함께 일본 세력을 물리치고, 연합군의 일원으로 항전할 것을 목표로 창설되었습니다.

한편, 조선의용대는 1938년에 의열단을 이끌던 김원봉 선생을 중심으로 한 민족혁명당 동지들이 일제에 맞서 싸우기 위해 중국의 임시수도였던 한커우에서 발대한 독립운동단체입니다. 1942년 조선의용대의 일부 대원들이 한국광복군으로 개편·흡수되었고, 또 다른 일부는 1942년 조선의용군으로 바뀌게 되며, 만주 일대의 일제 세력을 소탕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일원으로 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해방 후에는 조국 해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었던 두 부대가 이념과 사상의 대립으로 서로 적이 됩니다. 독자 분들도 조사해 보시면 해체된 한국광복군의 일부는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되는 반면, 조선의용군 세력은 주로 북쪽으로 편입돼 한국전쟁 당시 북한인민군의 뿌리가 된다는 점을 파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해방 후의 조선의용군 행보가 너무 씁쓸하고 안타깝지만, 초기 조선의용대의 모습은 창설 목표 그 자체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독립 운동의 일환으로 봐야겠지요? 전시실에서 찍은 두 단체의 사진을 다음과 같이 보여드립니다.

출처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이와 함께 경기도교육청 블로그에서는 양우조-최선화 부부 및 여러 독립 운동가들을 초등학생들에게 알리는 교육 자료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정규 수업용 교과서는 지면의 한계 상 대표적인 분들만 소개하고 있으니,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교과서 인물 외에도 무수히 많은 선조들의 노고와 헌신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추가 자료의 적절한 활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독립의 염원을 담은 노래, 동영상 제작 등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 · 예술적 접근도 꾸준히 시도되어 많은 아이들이 독립 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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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교직원공제회 회원님이신 "The-K 크리에이터"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작성자 한국교직원공제회

[산초]

이번 광복절에 광복회장 연설 보셨어요? 속이 뻥 뚫리는 명연설이었지요.
그 연설에 부들부들거리는 놈들부터 캐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독립운동가가 화폐에 없는 나라, 친일파가 현충원에 묻히는 나라, 친일파의 노래가 국가가 된 나라...
와, 첫걸음이 꼬인 우리는 해야 할일이 너무 많습니다.

[바람숲]

친일 청산이 안됐으니 모든 것이 꼬이고 꼬인 것이지요.

[나리]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네요. 교과서에서 배운 분들 외에는 잘 모르니 ㅠㅠ
국민들의 관심과 교육이 필요할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