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포수 김상훈(25)은 26일 아시안게임 야구 드림팀 엔트리에 선발됐다. 모든 선수가 꿈꾸는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 하지만 김상훈의 태극마크는 아쉽게도 확정된 게 아니다. 도핑테스트 중 호르몬 과다반응이 나온 포수 진갑용(삼성)의 예비멤버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오늘 28일 진갑용이 2차 도핑테스트를 통과하면 김상훈은 이틀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해야 한다.
김상훈이 대표선수를 꿈꾸는 것은 단순히 명예 때문만은 아니다. 병역미필인 김상훈에게 아시안게임 대표는 앞으로 이어질 프로생활의 돌파구다. 대표에 발탁돼 우승할 경우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용빈(LG)이 대표팀 예비명단에 탈락해 눈물을 흘리며 입대한 것을 보면 김상훈도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도핑테스트 결과 위험수치로 밝혀진 진갑용은 “왜 그런 검사결과가 나왔는지 나도 모르겠다. 평소 먹는 약도 없다”고 밝혔다. 약물복용 때문이 아니라 선천적인 호르몬 과다 분비라 2차검사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는 처지다. 2차 검사결과는 29일 오후 12시 최종명단 제출과 동시에 발표된다. 따라서 김상훈은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29일 발표만을 기다리게 됐다.
김상훈은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26일 팀 선배 이병석의 첫아들 돌잔치에 참석했다. 팀 동료들은 “갑용이에게 전화해서 매달려봐라” “까짓것 선배인데 안 들어줄까” 등등 짓궂은 농담을 던지며 김상훈의 초조함을 달래줬다. 진갑용은 김상훈의 고려대 3년 선배. 김상훈이 군문제를 해결한 진갑용에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어봄 직하다. 이에 대해 진갑용은 “양보할 수 있다면 하고 싶지만 대표선발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뜻밖의 검사결과가 김상훈과 진갑용 사이를 묘하게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