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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혜복소의(禍兮福所依)
불행은 복이 의지해 성장하는 곳이다
禍 : 재앙 화(礻/8)
兮 : 어조사 혜(八/2)
福 : 복 복(礻/9)
所 : 바 소(戶/4)
依 : 의지할 의(亻/6)
삶이란 고귀하다.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식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 결단코. 특히 생명은 신의 선물이요, 부모와 형제자매의 사랑, 친지의 애틋한 정이 깃든 결실체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물론 인생행로에 어찌 어려움이 없겠는가.
하지만 내일은 좀 더 평탄한 길을 걸을 수 있다. 희망이다. 그래서 사람의 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내일 아침의 일을 저녁에 알 수 없고, 저녁의 일을 오후 참에도 알 수 없다(明朝之事 薄暮 不可必 薄暮之事 哺時不可必)"는 송대 저작 경행록(景行錄)의 가르침이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 삶은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인생길에 햇볕 드는 곳과 그늘은 쉴 새 없이 바뀌는 법이다. 그게 세상이치다.
노자 도덕경은 잘 말해주고 있다. "불행은 복이 의지해 성장하는 곳이고 복은 재앙이 숨어있는 곳이다. 결합은 헤어짐의 시작이고 즐거움은 근심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禍兮福所依 福兮禍所伏 合者離之始 樂兮憂所伏)."
만사 잘 풀린다고 마냥 즐거워할 것도 아니고, 역경에 처했다고 낙담할 일도 아니다. 세상사 일희일비는 금물이다. 열심히 했지만 주변 환경이, 또는 때가 맞지 않아서 일시적 고난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삶의 귀한 지혜를 얻는 기회일 수 있다. 그러다 시기가 맞으면 '성공'도 하는 게 아닌가. 이른바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지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인 셈이다.
'물'만 제대로 만나면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음이다. "얕은 개울에서 큰 고기는 제 몸을 꼼짝 못하지만 미꾸라지 같은 작은 물고기는 맘대로 활개친다(夫尋常之溝 巨魚无所還其體而??爲之制)"는 장자의 우화는 시사하는 바 크다.
최근 5년간 106명이 투신한 서울 마포대교에 걸린 자살 방지 '힐링 메시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오죽하면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려 했을까마는, 자살은 안 된다. 인명재천이다.
하늘이 부르기 전엔 죽을 심정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성공의 기회는 다시 오는 법이다. 내일 또 다른 밝은 해가 떠오르듯. '쨍! 하고 해뜰 날'을 기대해 보자.
▶️ 禍(재앙 화)는 ❶형성문자로 旤(화)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보일 시(示=礻; 보이다, 신)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문책(問責)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咼(화)로 이루어졌다. 신의 문책, 타박 등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禍자는 '재앙'이나 '화를 입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禍자는 示(보일 시)자와 咼(화할 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咼자는 앙상한 뼈와 입을 함께 그린 것이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咼자가 '재앙'을 뜻했었다. 금문에서는 신이 내린 벌을 뜻하기 위해 示자가 더해지면서 지금은 禍자가 '재앙'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禍(화)는 (1)모든 재앙(災殃)과 액화(厄禍) (2)몸과 마음에나 또는 일에 뜻밖에 당하는 불행(不幸)이나 손실(損失) 등의 뜻으로 ①재앙(災殃) ②재화(災禍) ③사고(事故) ④허물 ⑤죄(罪) ⑥재앙(災殃)을 내리다 ⑦화를 입히다 ⑧해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액 액(厄), 재앙 앙(殃), 재앙 재(災),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복 복(福)이다. 용례로는 재앙과 복을 화복(禍福), 재앙을 가져올 근원을 화근(禍根), 재앙과 환난을 화난(禍難), 재앙과 난리를 화란(禍亂), 재앙에 가까이 가는 단계를 화제(禍梯), 재앙의 원인을 화인(禍因), 화를 일으킬 실마리를 화단(禍端), 재변이 아직 드러나지 아니하고 잠겨 있는 기틀을 화기(禍機), 매우 심한 재액을 화변(禍變), 좋지 못한 일을 화사(禍事), 재앙이 벌어지는 빌미를 화색(禍色), 재앙을 주는 신을 화신(禍神),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화심(禍心), 참혹한 재화를 참화(慘禍), 전쟁이나 난리로 말미암은 재앙을 병화(兵禍), 화를 남에게 넘겨 씌움을 가화(嫁禍), 흉악한 재앙을 흉화(凶禍), 재앙을 불러들임을 고화(賈禍), 집안에 일어난 재앙을 가화(家禍), 화를 면함을 면화(免禍), 전쟁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재앙을 전화(戰禍), 병으로 말미암아 입는 재앙을 병화(病禍), 화를 당함을 봉화(逢禍), 남의 일로 말미암아 뜻밖에 당하는 재앙을 비화(飛禍), 재앙이 바뀌어서 오히려 복이 됨을 이르는 말을 화전위복(禍轉爲福), 화복이 꼰 노와 같이 서로 얽혀 있다는 뜻으로 재앙이 있으면 복이 있고 복이 있으면 재앙도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화복규묵(禍福糾纆), 화나 복이 오는 문은 정하여 있지 않다는 뜻으로 스스로 악한 일을 하면 그것은 화가 들어오는 문이 되고 착한 일을 하면 그것이 복이 들어오는 문이 된다는 말을 화복무문(禍福無門), 재앙이 되는 것은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으로 말을 삼가라는 말을 화종구생(禍從口生), 재앙은 번번이 겹쳐 오게 됨을 이르는 말을 화불단행(禍不單行), 죄화를 입은 집안의 자손을 일컫는 말을 화가여생(禍家餘生), 화나 복은 모두 자신이 불러들임을 이르는 말을 화복동문(禍福同門), 화란이 생기는 것은 다 덕이 없는 탓임을 이르는 말을 화생부덕(禍生不德), 화는 망령되이 이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화가 도래함은 다 그 원인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화불망지(禍不妄至), 재앙은 악을 쌓음에 인한 것이므로 재앙을 받는 이는 평소에 악을 쌓았기 때문임을 일컫는 말을 화인악적(禍因惡積) 등에 쓰인다.
▶️ 兮(어조사 혜)는 ❶상형문자로 八(팔)은 小(소; 작다)의 뜻이고, 丁(정)는 수초(水草)의 모양이다. 음(音)을 빌어 가사(歌詞)의 어조(語調)를 고르게 하기 위한 조자(助字)로 쓰인다. ❷지사문자로 兮자는 어조사나 감탄사로 쓰이는 글자이다. 兮자의 갑골문을 보면 T자 위로 두 개의 획이 뻗어 나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소리가 울려 퍼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兮자는 본래 도끼를 찍으면서 나는 소리를 뜻했었지만, 지금은 단순히 어조사나 감탄사로만 쓰인다. 그래서 兮(혜)는 ①어조사(語助辭) ②감탄사(感歎詞)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조사로 윗말을 완화하고 아래의 말을 강조하는 뜻으로 쓰이는 말을 혜야(兮也), 형체도 소리도 다 없다는 뜻으로 무위자연을 주장한 노자의 중심 사상을 이르는 말을 적혜요혜(寂兮寥兮) 등에 쓰인다.
▶️ 福(복 복, 간직할 부)은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음식과 술을 잘 차리고(豊) 제사(示) 지내 하늘로부터 복을 받는다 하여 복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福자는 '복'이나 '행복'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福자는 示(보일 시)자와 畐(가득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畐자는 술이 가득 담긴 항아리를 그린 것으로 '가득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福자의 갑골문을 보면 제단 쪽으로 무언가가 쏟아지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제단에 있는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신에게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내는 것은 복을 기원하기 위함일 것이다. 福자는 그런 의미에서 '복'이나 '행복'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福(복, 부)은 (1)아주 좋은 운수(運數). 큰 행운(幸運)과 오붓한 행복. 삶에서 누리는 운 좋은 현상(現狀)과 그것에서 얻어지는 기쁨과 즐거움 (2)당하게 되는 좋은 운수(運數)를 이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복(福), 행복(幸福) ②제육(祭肉)과 술 ③폭(幅), 포백(布帛)의 너비 ④복을 내리다, 돕다 ⑤상서롭다 ⑥음복하다 ⑦같다 그리고 ⓐ간직하다(부) ⓑ모으다(부) ⓒ저장하다(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행 행(幸), 경사 경(慶), 복 지(祉), 복 조(祚),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재앙 화(禍)이다. 용례로는 행복한 삶을 복지(福祉), 행복과 이익을 복리(福利), 감옥의 다른 말을 복당(福堂), 매우 반갑고 기쁜 소식을 복음(福音), 행복이 많은 집안을 복가(福家), 복을 누리며 살 만한 땅을 복지(福地), 행운과 경사를 복경(福慶), 타고난 복과 후한 마음을 복덕(福德), 행복과 즐거움을 복락(福樂), 오래 살며 길이 복을 누리는 일을 복수(福壽), 타고난 복과 나라에서 주는 벼슬아치의 녹봉을 복록(福祿), 복스럽게 생긴 얼굴을 복상(福相), 행복과 좋은 운수를 복운(福運), 행복을 가져오는 원인을 복인(福因), 제비를 뽑아서 맞으면 일정한 상금을 타게 되는 표를 복권(福券), 생활의 만족과 삶의 보람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를 행복(幸福), 죽은 뒤에 저승에서 받는 복을 명복(冥福), 남을 위하여 행복하기를 빎을 축복(祝福), 재앙과 복을 화복(禍福), 많은 복을 만복(萬福), 복이 많음 또는 많은 복을 다복(多福), 행복은 무위한 마음에서 생겨난다는 말을 복생어무위(福生於無爲), 지나친 행복은 도리어 재앙의 원인이 됨을 이르는 말을 복과화생(福過禍生), 복이 너무 지나치면 도리어 재앙이 생긴다는 말을 복과재생(福過災生), 복은 거듭 오지 않으며 한꺼번에 둘씩 오지도 않음을 이르는 말을 복무쌍지(福無雙至), 복은 거듭 오지 않으며 한꺼번에 둘씩 오지도 않음을 이르는 말을 복불중지(福不重至), 복과 덕 즉 행복과 이익이 넘쳐흐를 정도로 가득함을 일컫는 말을 복덕원만(福德圓滿), 착한 사람에게는 복이 오고 못된 사람에게는 재앙이 온을 일컫는 말을 복선화음(福善禍淫), 복은 착한 일에서 오는 것이니 착한 일을 하면 경사가 옴을 일컫는 말을 복연선경(福緣善慶), 복은 재물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데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을 복재양인(福在養人),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을 전화위복(轉禍爲福), 길흉과 화복이라는 뜻으로 즉 사람의 운수를 이르는 말을 길흉화복(吉凶禍福), 한때의 이利가 장래에는 도리어 해가 되기도 하고 화가 도리어 복이 되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새옹화복(塞翁禍福), 화복이 꼰 노와 같이 서로 얽혀 있다는 뜻으로 재앙이 있으면 복이 있고 복이 있으면 재앙도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화복규묵(禍福糾纆), 부모를 명당에 장사하여 그 아들이 곧 부귀를 누리게 됨을 이르는 말을 당대발복(當代發福), 장차 운이 트일 땅이라는 뜻으로 좋은 묏자리를 이르는 말을 발복지지(發福之地), 복을 얻는 데 남보다 앞장서면 남에게 미움을 받으므로 남에 앞서서 차지하려 하지 않는다는 말을 불위복선(不爲福先), 화나 복은 모두 자신이 불러들임을 이르는 말을 화복동문(禍福同門), 복이 많고 아들이 여럿이라는 뜻으로 팔자가 좋음을 이르는 말을 다복다남(多福多男), 산 같은 수명과 바다 같은 복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장수를 축하하는 말을 수산복해(壽山福海), 많은 복은 하늘이 주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구해야 한다는 말을 자구다복(自求多福) 등에 쓰인다.
▶️ 所(바 소)는 ❶회의문자로 음(音)을 나타내는 戶(호; 집을 나타냄, 소)와 도끼(斤)로 찍은 그 곳이라는 뜻이 합(合)하여 '곳'을 뜻한다. 나무를 베는 소리를 일컬은 것이었으나 나중에 處(처; 곳)대신 쓴다. ❷형성문자로 所자는 '곳'이나 '지역', '지위', '위치', '얼마'와 같이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所자는 戶(지게 호)자와 斤(도끼 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所자는 본래 도끼로 나무를 찍는 소리를 뜻했던 글자였다. B.C 470년경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는 '벌목소소(伐木所所)'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여기서 所所란 '나무를 찍는 소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所자는 본래 나무를 찍는 소리를 뜻하기 위해 戶자는 발음요소로 斤자는 의미요소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후에 '장소'나 '자리'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所(소)는 ①바(일의 방법이나 방도) ②것 ③곳, 일정한 곳이나 지역 ④처소(處所) ⑤관아(官衙), 어떤 일을 처리하는 곳 ⑥지위(地位), 자리, 위치(位置) ⑦장소(場所)를 세는 단위(單位) ⑧기초(基礎) ⑨도리(道理), 사리(事理) ⑩경우(境遇) ⑪얼마 ⑫쯤, 정도(程度) ⑬만일(萬一) ⑭있다, 거처(居處)하다 ⑮~을 당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곳 처(處)이다. 용례로는 수입이 되는 이익을 소득(所得), 일정한 기관이나 단체에 속함을 소속(所屬), 들려 오는 떠도는 말을 소문(所聞), 가지고 있음 또는 그 물건을 소유(所有), 있는 곳이나 있는 바를 소재(所在), 매우 귀중함을 소중(所重), 어떤 일에 있어서 의미나 의의를 가지거나 쓸모가 되는 바를 소용(所用), 요구되거나 필요한 바를 소요(所要),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바를 소위(所謂), 바라는 바나 기대하는 바를 소망(所望), 원함 또는 원하는 바를 소원(所願), 몸에 지님 또는 지닌 것을 소지(所持),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옳다고 믿고 그에 따라 하려고 하는 생각을 소신(所信), 마음속에 품고 있는 회포를 소회(所懷),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을 장소(場所), 사는 곳을 주소(住所), 보초가 서 있는 곳을 초소(哨所),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을 업소(業所), 사람이 살거나 임시로 머물러 있는 곳을 처소(處所), 몸 가운데에 목숨에 관계되는 중요한 곳을 급소(急所), 무덤이 있는 곳을 묘소(墓所), 머물러 묵는 곳 또는 숙박하는 곳을 숙소(宿所), 원하던 바를 이룬다는 말을 소원성취(所願成就), 나아가는 곳마다 적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소향무적(所向無敵), 능통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을 무소불능(無所不能), 못 할 일이 없음 또는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말을 무소불위(無所不爲), 알지 못하는 바가 없다는 뜻으로 매우 박학다식 하다는 말을 무소부지(無所不知), 열 사람의 눈이 보고 있다는 뜻으로 세상 사람을 속일 수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십목소시(十目所視), 어떤 일에 적당한 재능을 가진 자에게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김을 적재적소(適材適所), 훌륭한 소질을 가지고도 그에 알맞은 지위를 얻지 못한다는 말을 부득기소(不得其所), 보통 사람으로서는 헤아리지 못할 생각이나 평범하지 않는 생각을 이르는 말을 비이소사(匪夷所思) 등에 쓰인다.
▶️ 依(의지할 의)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달라붙다의 뜻을 가지는 衣(의)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依자는 '의지하다'나 '기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依자는 人(사람 인)자와 衣(옷 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衣자는 고대 복식을 그린 것으로 '옷'이라는 뜻이 있다. 여기에 人자가 더해진 依자는 본래 '옷을 입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였다. 依자의 갑골문을 보면 옷 안에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추위를 피하고자 옷을 입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옷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依자는 후에 '(옷에)의지하다'나 '기대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依(의)는 사람이 의지(依支)하다의 뜻으로, ①의지(依支)하다, 기대다 ②전과 같다 ③좇다 ④따르다, 순종(順從)하다 ⑤동의(同意)하다, 허락(許諾)하다, 용서(容恕)하다 ⑥우거지다 ⑦돕다 ⑧믿다 ⑨비기다, 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 ⑩비유(比喩)하다 ⑪사랑하다 ⑫편(便)하다, 편(便)히 지내다 ⑬병풍(屛風), 머릿병풍 ⑭비유(比喩) ⑮나무가 무성(茂盛)한 모양 ⑯~에 의해서, ~대로, ~따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의지할 의(倚), 근거 거(据), 근거 거(據)이다. 용례로는 남에게 의지함이나 남에게 부탁함을 의뢰(依賴), 의지하고 있음을 의존(依存), 다른 것에 몸을 기댐을 의지(依支), 어떤 힘을 빌어서 의지함을 의거(依據), 남에게 의지함을 의타(依他), 전과 다름 없음을 의연(依然), 남에게 의뢰하고 부탁함을 의탁(依託), 옛 모양과 변함 없음을 의구(依舊), 명령에 의거함을 의명(依命), 어제와 같음이나 전과 같이 지냄을 의작(依昨), 전례를 따름을 의례(依例), 의지하고 앙모함을 의앙(依仰), 원하는 바에 의함을 의원(依願), 임시로 거처하게 된 곳을 의막(依幕), 가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양을 의위(依違), 돌아가 몸을 기댐을 귀의(歸依), 사물에 집착하지 아니함을 무의(無依), 다른 것에 몸이나 마음을 기댐 또는 영혼이 옮겨 붙음을 빙의(憑依), 의거하는 곳을 소의(所依), 기대어 의지함을 기의(攲依), 의지할 곳이 없음을 미의(靡依), 서로 의지함을 인의(因依), 본인의 청원에 의하여 그 직위를 해면解免한다는 말을 의원면직(依願免職),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런 대로 묵인한다는 말을 의수당연(依數當然), 법에 따라 처단한다는 말을 의법처단(依法處斷), 외롭고 의지할 데 없다는 말을 고립무의(孤立無依),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가 서로 의지한다는 뜻으로 서로 도와서 의지하는 깊은 관계를 이르는 말을 보거상의(輔車相依), 옛 모양 그대로라는 말을 구태의연(舊態依然), 몸을 의탁할 곳이 없다는 뜻으로 의지하고 의탁할 곳이 없어서 몹시 가난하고 외롭다는 말을 무의무탁(無依無託), 몹시 구차한 데다 의지할 데조차 없다는 말을 적빈무의(赤貧無依)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