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우리 라인에 있는 집에서 이사를 가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 주차해둔 차를 빼려고 내려왔다.
평소에 우리 경비뿐만 아니라 다른 라인의 경비도 때가 되거나, 아니더라도 무얼 챙겨 주니까
항상 내 차는 주차하기 좋은 자리를 안내 받는다.
내려 온 김에 잠깐 걷자며 산책로를 걸어 ‘용허리 근린공원’까지만 갔다 오자.
저기에 모과가 달려있구나.
이 아파트에 40년을 살아도 모과 한 알도 따지 못하였다.
따서 나 같은 노인들한테 나누어 주면 좋으련만.
길 건너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배롱나무가 한창 꽃을 피웠다.
나무 백일홍이니 100일은 가겠지.
조용히 가서 나무에 앉아 있는 매미를 찍어 보았다.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 허물과 매미들.
이 매미들은 소리도 듣기 좋은 참매미이고
크고 시커먼 말매미는 아니다.
어릴 적 경산에 있는 큰집 과수원에 가면 한밤에 횃불을 들고
사과나무 아래를 형들이 발로 탁 차면 자던 말매미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이걸 가지고 간 바케츠에 담으면 돌아올 때 쯤 이면 한 가득.
이를 구덩이를 파서 묻습니다.
매미는 나무진을 빠는 해충이니까.
여기도 매미가.
저기에도.
발치에는 지난 비에 피어난 버섯도.
저것으로 고들배기 김치를 만들지.
용허리 공원 책꽂이에는 아직도 책이 그대로 꽂혀 있다.
포장한 산책로는 얼마되지 않아 이렇게 된다.
돌아오며 산책로에서 내려다보며 모과를 찍어 본다.
아직도 피어있는 황매화.
새벽 동네 산책을 마치고 샤워 후 간단한 아침까지 먹었다.
소파에 편안히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으니 내 친구 이름을 대고 아들이라고 말한다.
내용인즉, 친구한테 이미 들은 바 자기 처가 미국에서부터 혈뇨로 진단을 받았었고,
귀국하여 또 육안적 혈뇨가 발생하여 개인병원에 갔더니 염증이 있어 치료를 받는 중이며
대학 병원에가서 신장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는 소견서를 받아왔다고 한다.
사실 혈뇨야 말로 나의 주전공이 아닌가.
마침 소개받은 의사가 내가 아는 나보다 십 여 년 아래의 교수라 인적사항을 주면 내가 선처를 바란다고 메일을 주기로 한다.
이는 나중에 메일을 보내었더니 잘 봐주겠다는 답변을 받아 아들 메일로 전달하였다.
중개 소개료는 얼마?
조금 있으니 친구가 냉면 먹으러 가자면서 기사있는 차를 가지고 와서 간 반얀트리의 클럽.
아마 회원들만 이용하는 듯.
들어가니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치장한 젊은 여인들이 대다수이다.
평일 이시 간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소위 남편 잘 만난 유한마담들이나 아버지를 잘 만난 딸들이겠지.
전망도 좋다.
장충체육관너머 국립극장도 보이네.
여기에서 작년에 세상을 떠난 내 친구가 75년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었지.
한 그릇에 이 만원 짜리 냉면답게 맛은 있었다.
17도짜리 황금 보리소주를 반주로 곁들여.
주로 내가 다 마셨지만
이야기는 현 시국에 대해서이다.
중소기업의 CEO인 그는 경제에 대해서는 식견이 높다.
문제되고 있는 북한산 석탄의 수입과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
또 따라오는 미국에 제재에 대하여. 듣고 보니 정말로 문제가 크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나올 때 처랑 점심을 같이 하는 시간을 뺐었다고 친구가 처에게 카스텔라까지 싸준다.
첫댓글 이만원 짜리 냉면이 원조 평양냉면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듭니다. 고명의 차이만 보이지만...
아나 실제 가격은 +10%, +10%가 추가되지 않을까요.
물건이 비싸야지만 소비하는 자긍심에더 팔리는 경우도 많다. 저런 곳에서 7-8,000 원 한다면 자존심이 상해 먹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