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 이야기.../이경진

[아누다라]

<지난 7월, 몽골 체체궁산을 다녀와서...>

일 벌이길 취미로 삼는 남편이 이번엔 몽골여행을 제안했다.

지난 지리산 1박2일 종주를 힘들게 끝냈을 때만 해도 
그게 끝인 줄로 알았다.
그 정도면 체면을 세우기에는 충분하겠다 싶었다.
근데 남편은 내게서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덜컹 결정을 해버린 것이다.
여필종부라고... 어찌하겠나.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따라가는 수 밖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4개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2,250미터 높이의 
체체궁산을 오르는것이 첫번째 목표였다.

지루한 장마비와 연이은 열대야 때문에  
잠 못이루는 한국을 떠나 밤 11시가 지나서야 
울란바타르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호텔에서 짧은 잠을 자고 
이른 아침에 체체궁산으로 향했다.

시베리아 한대산림의 낙엽송 남방한계를 이루는 곳으로 
수목이 울창하며 다양한 동물들이 산다는 체체궁산.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제각각 모양을 뽐내며 우리를 반긴다.
마치 야생화들의 잔치에 초대된 듯하다.
몽골 에델바이스도 있었고 양귀비같은 예쁜 꽃도 보았다.
끝없이 늘어서 핀 이름모를 보라빛 꽃, 꽃들...

작은 강물이 흐르는 후라흐 계곡을 지나 작은 숲속길을 
따라 걷다보니 대 고원평지에 닿는다. 
시야가 팍 트인다.

어떤 지역은 몽고리아 고원이 바다였음을 증명하듯 
호박돌들이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었지만 
초지가 이를 덮고 있어 마치 융단위를 걷는 것처럼 
걷는데 어려움은 없다. 

기온은 35를 웃돌았지만 매우 건조하여 등산 중에도 
땀이 거의 나질 않았고 그늘에만 들어가면 
바람이 불어와 매우 시원하였다.

드디어 정상이 나타났는데 
대부분의 몽골의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완만한 구릉이며
꼭대기에는 마치 기이한 제단의 병풍처럼 생긴 
바위가 우뚝 서있다.
두개의 거대한 바위에외도 여러형태로 돌을 모아 놓은 
피라미드 형상이어서 외형적으로도 
최고의 성산으로 추앙받을 만하다.

몽골의 현지인들이 장대에 라마의 깃발을 묶어 세운 돌탑인 
오부스에 작은 제단을 만들고 말젖을 발효시켜 만든 
아이락이라는 술을 작은 잔에 올린 후 
참배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전투가 있기 전날 탱그리(하늘신)에게 
운명을 맡겼을 징키스칸을 생각하고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오후 6시가 되어서 하산을 하고 다시 호텔로 들어가서 
샤워를 끝낸 후 시내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식당은 유목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겔 이라는 텐트 형식의 집인데 내부로 들어가니 
100명이 넘게 앉을 수 있을만치 공간이 넓었다.
서양사람들 일본사람들이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최근들어 유럽사람들이 몽골체험여행을 많이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양고기를 주 재료로 하는 요리와 보드카를 마시며 
몽골전통공연을 보고 밖으로 나오니 
10시가 넘었는데도 아직도 훤하다.
10시가 되어서야 해가 지는 것이다.

다음날 새벽 고비사막의 캠프로 가기 위해 
프로펠러가 달린 50인승 비행기를 
한시간 반동안 타야했는데 ...

사실 떠나기 전에 남편이 걱정했던게 바로 이거였다.
낙후된 몽골의 교통수단이 위험할 수  있다는 
그의 판단이었고 결국 떠나기전 아들들에게 남기는 
짧은 편지와 재산목록(?)을 기록해서 남겨두고 오긴했는데...
그것이 다소 위안이 되긴 하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무사히 활주로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 도착하고 나니 
걱정들이 일시에 사라진다.
눈앞에 펼쳐지는 너무나 생소한 풍광들...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의 초지...
멀리 보이는 알타이 산맥의 위용...

겔(유목민 텐트)에 짐을 풀고 주변을 산책하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을 보며 황량한 사막의 풀밭에 
누워있으니 무념의 상태 그대로다.
내가 어디에 있는건지... 나는 누구인지...
이미 나는 하늘, 별, 바람, 산, 넓은 초원 과 하나가 된 듯 싶다.

이틀에 걸쳐 끝없는사막의 초원을 가로지르며 
공룡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바얀작 지역과 거대한 
모래언덕을 보았다. 낙타 등에도 올라 타 보았다.
뜨거운 사막의 모래밭에서 한국에서 온 관광객에게 
1 달러를 벌겠다고 무거운 몸으로 일어났다 앉았다를 
되풀이하던 그 낙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엄청난 크기의 독수리가 산다는 독수리계곡에도 가 보았는데
그곳은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서늘한 곳인데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해 눈은 볼 수 없었지만 추위를 느낄 만큼 
독특한 사막한가운데의 알타이 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계곡이었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울란바타르를 거쳐 텔레지로 갔는데..
역시 겔에서 숙식을 했다.
겔안에는 4개의 침대와 간단한 서랍장 티테이블 그리고 
난로가 있었는데 상당히 쾌적했다.
밖에서 생각할 때는 서글펐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천정쪽에 채광구가 있어서 실내는 언제나 밝았고 
통풍도 잘되고 있었다.

잠들기 전 나무 장작에 불을 지피고 잤는데
새벽녘에 불이 꺼져 버려서 너무나 추워서 혼이 났다.
종잡을 수 없는 낮과 밤의 기온변화가 꽤나 당황스러웠다.

넓은 초지를 따라 말을 탔다.
처음에 두근거리던 마음이 진정되고 난 후에는 
마구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었고 
급기야 나는 애마부인이 되고 말았다.
초지를 달리던 징기스칸도 이런 기분이었으까?
턱없이 가소로운 내 생각에 ㅋㅋ... 스스로 웃어버렸다.

자연사 박물관,수후타아르 광장등 울란바타르 중심지역을 구경했다.
어디를 가나 한국의 중고차를 볼 수 있었는데 현대 기아 등등...
심지어는 부산에서 시내버스로 쓰이던 버스가 표지판도 떼지 않은채 
사용되고 있었는데(사직운동장-당감4동-?  44번 노선버스)
우리들이 뜻모를 영어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던 그 시절이
생각나게 했다.

몽골 전체 인구 300만명 중에 80만이 살고 있는 울란바타르에 
한국사람이 1300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그중에 절반이 선교사이며 
곳곳에서 한국이름의 식당이나 목욕탕 노래방등을 볼 수 있었다.
 
남편의 친구는 넓은 초지를 구입하고 리조트를 지어서 
주로 유럽인들을 상대로 숙박과 승마 등을 이벤트로 하는 캠프를 
운영하고 있는데 .....
5년이 지난 지금은 제법 기반이 탄탄해졌다고.
멀리 이국땅에서 불사르고 있는 그분의 투지와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이름난 "서울식당"에서 
거하게 뷔페식 저녁을 먹는 것으로 몽골여행의 일정은 끝이났다.

새벽4시,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못다한 장마비가 다시 시작하려는 듯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습기가 온 몸에 달라 붙는다.
그 사이 몽골의 건조하고 맑은 바람과 공기에 
이미 익숙해져 있음인지 벌써부터 그립다.

지금까진 그저 우리와  같은 조상을 가진 민족이라든가, 
사회주의를 두번째로 받아들였다가 최근에야 포기를 한  
못살고 미개한 나라라고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곳에 가서 짧은 시간이나마 그들의 생활을 보고 
그들의 밑바닥에 흐르는 힘과 저력을 느끼고 온 지금 
나는 몽고를 참 많이 좋아 하게 되리라 싶다.

그리고 잘 길들여지고 가꾸어진 유럽이나 다른 나라의 여행과는 달리 
오지를 여행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음에 즐거웠다.

이쯤되니 남편이 이젠 남미쪽으로 관심을 돌려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하게된다.
부부는 닮아간다는 게 사실인 듯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닐까?...

*항상 즐겁고, 고운 날, 미소, 향기 가득한 날 되십시요.

                             _()_




 


	 					
	

[효림]

어머 어머 즐거운 여행을 하고 오셨군요. 우리도 몽골에 가자 가자 하고 못갔는데..다음 기회에 가기전에 전화로 여쭙고 가야겠습니다. 기행문을 이렇게 함께 나눠 주시니 더없이 기쁨입니다.나도 한 2년후부터 여행을 좀 갈까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나도 사랑해요..아누다라님()

[세퍼트]

우와 좋았겠습니다. 기행문 솜씨가 프로급이십니다.^~^

[초록마음]

글을 읽고 눈을 감았습니다. 몽골을 같이 느끼고 싶어서요. 마음에 별이 후두둑 쏟아져 내립니다. 글 너무 고맙습니다. 성불하세요.

[자작수]

어쩌면 그리도 글을 잘 쓰십니까,,,표현이 얼마나 상세하고 섬세한지,,,마치 제가 몽골에 다녀온 느낌이군요,,,아주 고맙게 잘보았답니다,,,날마다 좋는날 만드시기를,,,

[보디삿트와]

항상 은은하소서 ( 무지하게 부럽습니다 ........) ()....

[松林]

몽골의 기행문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