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기
중국 남부의 거부 호설암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거대한 집이 만리장성과 같은 견고하고 높은 담으로 둘려져 있더라고요. 지킬 게 많을수록 담이 높아집니다. 그는 부유함을 무기로 세상을 잘 살았을지는 모르지만 담장 속에 감추어진 그의 부가 그리 부럽지는 않았습니다.
우린 아집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일지 모릅니다. 내가 지켜야 할 명성과 이미지와 가진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동분서주하지요. 하지만 더 이상 내 것을 지킬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면 타인들이 가하는 비판과 공격이 줄어들다 결국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옳다고 확인받거나 증명하고 싶은 마음을 놓으면 도전받을 일도 줄어들게 마련이니까요.
심여수담(心如水淡)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마음을 물 같이 맑고 담백하게 가지라는 말씀이지요,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는 겸손함을 갖고 있으며 또한 자신을 희생하여 주변의 모든 생명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니까요.
도외치지(度外置之)라는 말씀도 있지요. 문제로 삼지 말고 생각 밖으로 내버려 두라는 의미입니다. 마음에 두지 말라는 것이지요. 모든 근심과 걱정은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비우면 행복에 가까울 수 있지요.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의 일화입니다. 그는 시골 출신이었고 아버지는 구두장이였지요. 링컨이 취임했을 때 반대파에서 링컨의 약점을 잡기 위해 다음과 같이 빈정댑니다. “링컨씨 아버지께서 구두장이였죠? 아마 그런 신분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은 전무후무할 겁니다.” 이때 링컨은 겸손하게 대답하지요. “맞습니다. 제 아버지는 구두 예술가였습니다.”
자신을 내려놓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부끄러워하지 않는 인물이 더 큰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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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구두 예술가'라 한 말은, '구두장이'란 말을 부끄러워 했다는 것으로 들리는데, 내가 너무 예민할걸까요?
나라면, "맞습니다. 구두장이셨죠. 그런데, 우리 아버님 같은 분이 없다면 당신은 맨발로 다녀야했을 것입니다" 라 대꾸했을 것 같은데......... 물론 영어의 표현이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