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직 많은 사람들이 믿는 지구평면설, 백신음모론…
우리는 과연 과거 인류보다 무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케임브리지대학교 종신 석학교수 피터 버크의
인류 발전과 함께한 무지에 대한 역사적 고찰
모든 시대는 자신들의 시대가 이전 시대보다 지식이 더 풍부하다고 생각했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은 중세 시대를 암흑의 시대로 보았고,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미신을 이성으로 쓸어버리려고 노력했으며, 근대 국가는 무지라는 거인을 없애려 했다. 그리고 오늘날 인터넷 시대에는 정보가 필요할 때마다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과거 인류보다 덜 무지한 걸까?
《문화 혼종성》, 《폴리매스》, 《지식의 사회사》 등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 독자를 사로잡았던 이 시대 최고의 지성 케임브리지대학교 종신 석학교수 피터 버크가 인류의 무지의 역사를 탐구하는 새로운 책을 집필했다. 《무지의 역사》는 무지의 발생을 비롯해 사회가 그것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무지가 단순한 무능함이 아니라 때로는 의도적이거나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음을 탐구한다. 이 책에서 그는 종교와 과학, 전쟁과 정치, 비즈니스와 재난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무지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특히 과거 흑사병부터 현재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무지를 다양한 역사적 맥락에서 다루며, 각 시대와 사회에서 무지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었으며 심지어는 특정 목적을 위해 활용되었는지 설명한다.
저자 소개
Peter Burke
1937년 런던 출생으로 예수회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1962년에서 1979년까지 서식스대학교에서 강의했고 2004년까지 케임브리지대학교 문화사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케임브리지대학교 이매뉴얼 칼리지 종신 석학교수다. 근대 초기 유럽에 관한 혁신적인 주제, 연구 방법론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문화사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스무 권이 넘는 그의 저서는 서른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국내 출간 도서로는 《폴리매스》, 《지식의 사회》 1·2, 《지식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는가》, 《문화 혼종성》, 《문화사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_무지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하여
1부 사회의 무지
1장 무지란 무엇인가?
2장 무지에 관한 철학자들의 견해
3장 집단의 무지
4장 무지의 연구
5장 무지의 역사
6장 종교의 무지
7장 과학의 무지
8장 지리학의 무지
2부 무지의 결과
9장 전쟁의 무지
10장 비즈니스의 무지
11장 정치의 무지
12장 놀라움과 재앙
13장 비밀과 거짓말
14장 불확실한 미래
15장 과거에 대한 무지
맺으며_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무지
부록_무지 용어 사전
주
책 속으로
지식의 사회학이 존재한다면 무지의 사회학 또한 필요하다. 무지의 사회학은 ‘누가 무엇을 알지 못하는가?’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무지하다. 다만 무지의 대상이 다를 뿐이다.’ 독자들은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이 명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오늘날 전 세계에서는 6천여 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다국어 구사자조차 그중 99.9퍼센트를 모른다. 또 다른 예로 전염병학자들은 다양한 질병이 야생 동물에서 인간에게로 전이될 위험성을 발견하고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예측했다. 그럼에도 각국 정부는 이 예측을 몰랐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무방비 상태로 전염병에 직면하고 말았다.
_1장 무지란 무엇인가?
무지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은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바로 ‘없음’을 어떻게 연구하느냐 하는 점이다. 사회과학자들은 ‘유권자의 무지’ 등을 조사함으로써 무지에 대해 연구할 수 있지만,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것의 역사는 대체 어디를 어떻게 연구해야 할까?
_5장 무지의 역사
근대 초기 유럽의 ‘어두운 구석’ 지역에서는 상황이 더욱 암담했다. 일부 선교사들은 특정 지역을 방문하면서 주교 방문에서 묻는 질문보다 훨씬 어려운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17세기 중반 이탈리아 남부 에볼리에서 예수회 선교사 몇 명이 한 무리의 양치기를 만났는데, 선교사들의 ‘신이 몇이나 되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백 명부터 천 명 이상까지 여러 답을 내놓았다.
_6장 종교의 무지
외부인이 만든 지도의 빈 공간은 상상력으로 채워졌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인간은 천성적으로 공백을 싫어한다. 그래서 호기심, 희망, 두려움에서 비롯된 상상력을 집단으로 발휘해 짧게는 소문으로, 길게는 전설이나 신화로 그 공백을 메웠다. 대표적인 예로 ‘괴물 종족’을 들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세계 먼 곳에는 인간이 아닌 종족이 산다고 믿었다. 개의 머리를 한 키노케팔로이Kynokephaloi, 한쪽 발이 거대한 스키아포데스Skiapodes,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 묘사된 것처럼 머리가 어깨 밑에서 자라는 블렘미아이Blemmyae, 고대 로마의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Gaius Plinius Secundus가 쓴 백과사전 《자연사Naturalis Historia》에 묘사되어 플리니우스 종족으로 불리는 종족 등 종류도 다양하다.
_8장 지리학의 무지
17세기 프랑스 국왕 루이 13세가 강한 권력을 자랑하는 리슐리외Richelieu 추기경의 도움을 받아 나라를 통치하던 절대 군주제 시대에 리슐리외는 마키아벨리 못지않게 냉정한 어조로 무지가 국가에 해가 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지식도 마찬가지라고 단언했다. 예를 들어 농민과 농업 노동자가 교육받으면 농사를 망치고 징병도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게다가 모든 이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지만, 정작 해결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_11장 정치의 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