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전 정권 적폐수사’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와 文이 15일 “지켜보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0일 윤 후보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한지 5일만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사과 여부를)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文은 이미 지난 10일 할 말을 했다”며 ‘지켜본다’는 답변의 주체는 “(文과 청와대) 둘 모두 해당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중앙일보 인터뷰(2월 9일자)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며 “文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文은 바로 다음날인 10일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ㆍ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는 입장문을 직접 작성해 발표시켰다.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윤 후보가)답을 주면 되고, 그러면 오늘이라도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14일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자 예산권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검찰 힘빼기’에 초점을 뒀던 文의 권력기관 개혁안을 사실상 부정하는 내용의 공약이 발표되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文을 향한 정치보복을 실행할 제도적 구상”(임종석 전 비서실장), “오직 검찰 공화국만을 위해 정부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겠다는 것”(윤건영 민주당 의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대선 후보의 주장에 청와대가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관련 언급을 피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핵심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내에서도 文의 후속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선거를 앞두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지켜본다’는 정제된 입장이 나간 것”이라며 “윤 후보가 발언의 수위를 더 높이지 않는다면 文의 추가 입장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文은 앞으로 22일간의 공식선거운동 기간 지방방문 등 공개 행보도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文이 전국 어디를 방문하더라도 선거개입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심도있게 논의됐다”며 “선거 기간에는 코로나 방역과 추경안 편성, 그리고 혹시 모를 우크라이나에서의 돌발 상황 관리 등에만 주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文은 이날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오늘부터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다. 정부는 공정하고 안전한 선거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대선관리에 대한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해당 메시지도 공개 회의에서의 육성 지시가 아닌 비공개 참모 회의 발언의 전언 형식으로 전달됐다.
文은 이어 코로나 확진자의 별도 투표 시간을 마련한 공직선거법 일부법률개정안 공포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과 관련 “다행”이라며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와 격리자가 대폭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권자 모두의 투표권이 보장되고, 최대한 안전하게 대선이 치러지도록 시행에 빈틈이 없도록 준비하라”고 했다.
4.15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2020년 4월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인 대구 동구 중앙교육연수원 창의관 1층 입구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경증환자들이 파란색 비닐 가운을 입고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 대변인이 공개한 문 대통령의 추가 지시는 대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文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호국과 국방부 군인권개선추진단 신설과 관련 “병영문화와 군 인권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도록 인권위와 국방부는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비축 상황과 관련해선 “예산 현황을 점검하고 예산 조기집행 및 추가예산 확보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