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전 전북 전주시 롯데백화점 네거리에서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호남으로 향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부산에서 서울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 유세 코스를 택한 가운데, 호남선을 탄 건 심 후보가 유일했다. 심 후보는 이날 호남 곳곳에서 “대한민국 정치의 역주행을 막을 수 있는 후보는 심상정뿐”이라며 양당 모두에 각을 세웠다.
심 후보는 전북 전주 롯데백화점 사거리에서 가진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의 부끄러운 선거가 되고 있다”며 “심지어 후보들 스스로 ‘덜 나쁜 대통령 뽑아달라’고 말하고 있다. 대선이 이대로 치러지면 시민의 삶은 더 나빠지고 국격은 추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첫 행선지로 호남을 택한 이유에 대해 “호남 시민들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개혁과 진보의 길을 안내해주셨다. 저와 함께 대한민국의 역사적 퇴행을 막고 녹색복지 국가로 가는 이정표를 세워주십사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심상정 “소년공 이재명 어디 가고 친재벌만”
심 후보는 그러면서 민주당에 대해 “조국사태, 위성정당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의 무능과 오만, 내로남불이 촛불시민의 열망을 배신했다”며 “탄핵된 수구세력을 단기간에 부활시킨 것도, 이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을 유력한 야당후보로 만든 것도 모두 민주당 정권이 자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오전 전북 익산시 전자랜드 사거리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정의당 제공
이재명을 향해서는 비판 강도를 한층 높였다. 그는 “이재명은 실용을 앞세워 윤석열 후보와 ‘보수 경쟁’을 하고 있다. 퇴행적 정권교체의 정당성만 강화시켜주고 있다”며 “이 후보의 실용은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재벌을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자신의 공약인 ‘살찐고양이법’(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임원급 임금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법)을 두고 이 후보가 ‘삼성 몰락법’, ‘시진핑 미소법’이라 비판한 것을 언급하며, “이 후보가 그런 공격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심 후보는 “7억 이상 초고액 연봉을 받는 재벌 대기업 임원은 대한민국에 많아봐야 1500명 남짓”이라며 “도대체 소년공 이재명은 어디로 가고 친재벌 이재명만 남은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녹색·복지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자신의 비전을 말하는 과정에서도 이 후보와 비교를 통해 진보정당 후보로서 선명성을 부각했다. 그는 이 후보의 성장 비전인 ‘555공약’(국민소득 5만 달러, 종합주가지수 5000, 세계 5대 강국)을 가리켜 “허황된 목표들”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OECD 자살률 1위, 산재사망률 1위와 같은 참담한 현실부터 바꾸는 것이 제가 말하는 복지국가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출정식에 앞서 전북 익산에서는 민주노총 화섬노조 전북본부 대표단을 만난 데 이어, 오후에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현장인 광주 글로벌모터스를 찾아 ‘친(親) 노동’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모터스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친환경 자동차 생산과 부품 산업 전체로 확산시켜서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토대를 구축하겠다”며 자신의 녹색 경제 공약인 ‘그린노믹스’ 비전을 내세우기도 했다. 심 후보는 16일에는 여수 여천NCC 공장 폭발 사고 대책위를 방문하며 1박 2일 호남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