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중 이런저런 생각
1. 지방 대도시, 쇠태, 부동산
어쩌다 보니 광주-대구, 동서 광역시를 연이어 다니게 되었다. 시간이 비어(혹은 길을 헤메다가) 각각 30~1시간 광주 유스케어(터미널), 동대구역을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이방인의 시각으로 도시의 쇠태를 피부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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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광주
우선, 유스퀘어 주변에 소위 유흥주점을 제외하고 건전한 맥주집이 거의 없었다. 광주의 대표 사거리라고 볼 수 있는 위치인데, 어찌된 게 사람도 없고 상점도 없다. 스산한 기분이 든다. 겨우 찾은 맥주집은 치킨집인데 유흥거리에서 유이한 건전한 가게였다. 그 옆에 노후된 아파트가 있는 것도 인상적이고 신축 아파트 단지가 건설 중인 것도 인상적이다.
광주 부동산은 말그대로 세그먼트화 되버렸는데, 광주 사람들은 외지 투기꾼들이 올려놨고 조만간 거품이 빠질 꺼라고 생각하는 듯 싶다. 교육으로 유명한 봉선동의 교육은 지난 10년간 과거의 명성을 많이 잃었다. 교육때문에 굳이 봉선동에서 살 필요도 없고 광주 자체가 서울 대비 크지도 않기에 학원가가 인접했다고 서울처럼 엄청난 차이가 있지도 않다.
다만,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대단한데(많은 사람이 거품이라 하지만) 아까말한 모텔촌+유흥가 옆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가 있고, 기아차 공장이 있다. 서울이라면 이런식으로 도시가 형성되기 어려웠겠지만...근데 집값은 평당 2천을 넘어간다고 한다.
광주는 나주혁신도시의 수혜를 받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전기공학부를 넘어 공대 전체가 전남대가 전국 국립대 기준 2등이라고 한다. 최근 지역할당제로 전력거래소, 한전, 농어촌공사 등 양질의 일자리가 공급되는 광주전남 지역 우수학생은 굳이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으로 유학 갈 동기가 없다.
광주광역시 전체 평균 연봉이 3천인데, 평균연봉 6천~8천후반의 일자리가 생기니..전남대는 등록금도 싸고,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는 좋은 학교가 되는 것 같다.
나주혁신 부동산은 더 재미있는데, 초기 미분양이었던 단지들 역시 세그먼트가 분화되고 있다. 걸어서 10~15분, 차량으로 5분이내인 아파트 가격 차이는 1억 이상 난다. 근데, 2억3천 Vs 3억3천이니 50%가량 차이가 나는 어마무시한 갭이라 볼 여지도 있다. 한전 가까이 있는 아파트는 부실시공으로 악명이 높은데, 집값은 높다. 세종시, 나주혁신을 보면서 학군도 없고, 사실상 생활상 큰 차이가 없어도 집값의 차이가 나는 현상을 보면서 어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다. 시장이 결과고 답이지만 함수로 표현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높은 가격이 낮아지며 균형점을 찾을지, 그 격차가 유지될지 모르겠다.
나주혁신도시가 행정력도 미흡하고, 교통도 매우 불편하나 생활환경만 생각하면 광주광역시 평균보다 훨씬 높긴 한 듯 싶다. 압축적으로 있을 것은 다있으니 소위 고연봉 직장인들이 나주혁신에서 살면서 학군도 발전(?)시키면 집값도 유의미하게 상승할 여지도 있다. 한전에 있을 때 농담처럼, 학원이나 차릴까?하면서 동료와 망상을 했는데, 꽤 수익성 높은 BM이 될지도.
1.2 대구
동대구역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은 어마 무시하다. 그러나 10분 내외로 다른 곳을 둘러보면, 쇠태한 흔적이 보인다. 신세계 백화점이 동대구역 주변의 모든 빛을 아사간 느낌까지 든다. 역시, 20~30대들이 건전하게 맥주를 즐길 곳은 별로 많지 않다. 소위, 홍등가 느낌나는 네온사인이 어지럽게 여기저기 보인다.
대구 역시 세그먼트가 분화되었는데, 학군이 좋은 지역은 확실히 거주환경이 좋아보인다. 다만, 대다수 지역은 서울 외곽 혹은 경기도 외곽보다 더 낙후된 느낌이 든다. 지방 도시의 활력은 확실히 어릴 때 기억나는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대구 역시 신축 아파트의 인기는 높은데, 광주처럼 집앞에 홍등가와 공구상가가 즐비한 대구역 부근의 신축 가격은 평당 2천에 이른다. 뭐, 굳이 학군 좋은 수성구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3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깐.
대구는 산업도시이기 보다는 소비도시라 하는데, 부울경 산업이 전반적이 어려운 가운데 대구 수성구의 가치가 서울의 강남처럼 집중화될 여지도 있을 것 같다. 브랜딩과 투자의 순환적 관계는 수성구에 자본을 집중시킬 여지가 있다. 다수가 강남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처럼, 경북 지역 다수는 수성구를 손에 꼽을 테니깐
1.3 소결
다만, 사실 모든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하락의 추세도 보이는데 부동산만 올라가거나 수요가 남아 있는 게 신기하다. 정부가 억제 정책을 버리지 못하는 부분도 이해가 간다. 역사적으로 부동산은 정부가 통제해왔다고 볼 수도 있다. 시장에 맡긴 적이 있었나? 자율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보다는 오랫동안 규제의 틈새에서 기회를 보는 전문 투자가, 자본가의 세계로 머물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격적 성향을 가진 다수가 참여하는 시장으로 바뀌어 급등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이라는 점, 부동산 투자의 대중화(2~3채), 부동산 투기의 전국화 등으로 단기간 급등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 그러나 결국 전세계 유동성이 악화되어, 우리에게 전달되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외생 변수가 쎄게 발현되면 무언가 하락으로의 큰 변동, 변곡점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를 때도 스마트 머니이지만 낙하할 때도 스마트 머니일테니깐. 시차는 있지만 파도의 흔들림은 거의 모든 곳에 전달된다.
첫댓글 대한민국은 부동산으로 망할꺼라 확신합니다.
ㅎㅎㅎ
광주는 140만 인구, 대구는 250만 비교 대상이 이상하네요. 광주와 대전을 비교함이 어떨까요..
이제 ..출산율 떨어지는데.. ..
다 필요없다고 봅니다... 답이 없는 현실이 닥치고 있는데.....
광주 인구 감소 년 3천명
부동산 가격을 내린다고 하는 정책을 정당은 꼴망할 정도로 부동산이 재산이라는 신념이 확고하지요.
하기야 평생을 모아 아파트를 구입했으니 신설 아파트의 가격은 평당분양비는 무척 비싸고 몇 년이 지나면 거품이 꺼지 듯 가격의 형성은 커녕 매매도 안됩니다.
저도 회사출장 등으로 광역시를 많이 다녀봤습니다. 글쓴이의 글 내용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광주와 대구 모두 역이나 터미널이 구도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대구는 수성중심이고 이후 상인 월배 대실 등 부도심권도 상당히 괜찮습니다...정주 요건이 괜찮은 편입니다..
나열하신 동대구역이나 대구역 인근은 거주지역으로는 대구사람들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곳들입니다...단지 번화가 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