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들은 아마 잘 모르실겁니다.
한 때 한국영화=저질 취급받았던 암흑기가 있었습니다.
그 때 사람들이 자주 하던 말입니다. '
'누가 제 돈 내고 한국영화 보러가냐?'
그 때 좀 아는 사람들은 한국영화 안봤습니다.
전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도 겉멋만 오지게 들어서 한국영화 안보고(영구와 땡칠이는 제외) 외국영화만 봤었죠.
외국영화도 아카데미 무슨상 탔다고 하면 가서 봤었습니다.
그래서 본 영화가 미션, 늑대와 함께 춤을, 나의 왼발 등이었구요.
지금 돌이켜보면 참 재수없는 초딩이었죠 ㅎㅎ.
아무튼 당시 영화 포스터에 반드시 붙어 있던 것이 바로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혹은 수상이력이었습니다.
그 때 수상작들을 감상하면서 우리는 언제 이런 영화들을 만들까하는 생각을 했었지요.
하지만 90년대 초부터 시작된 한국영화 르네상스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감독과 새로운 배우와 새로운 영화가 등장했고 그 이후로 본 한국영화들은 해가 다르게 발전하고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아카데미 각본상 : 기생충
아카데미 국제 장편 영화상 : 기생충
아카데미 감독상 :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 : 기생충
참, 감개무량합니다.
우리는 참으로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돌이켜보니 더욱 그렇네요.
한국영화의 발전은 우리 집단의식의 성장과 정확히 비례했습니다.
영화라는 장르를 국가 이데올로기의 선전 도구 쯤으로 생각하던 박정희라는 늙은 유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면서 비로서 영화란 장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꽃 필수 있었지요.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오늘의 수상은 우리 한국인들이 걸어온 각성의 여정을 압축한 하나의 이정표로 보입니다.
문화적으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식민지가 아니네요.
대한민국의 미래를 문화강국으로 그려낸 김구선생의 비전은 참으로 원대했고 결국 실현되었습니다.
아~ 기분 좋습니다.
첫댓글 끝이 아니네요. 작품상
아 진짜 우리는 문화강국이네요 ^-^ 앞으로도 화이팅입니다.
한국영화 극장서 안본다. 공감합니다.
글 수정해주세요~~~작품상까지요...ㄷㄷㄷ
와 대박..
봉감독님 축하합니다 !!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셨네요
방화는 안본다고고 그랬죠....먼 산
작년에 본 유일한 한국영화인데 한번 더 봐야겠어요.
요즘 클리셰쩐다고 욕먹고 망하는 코미디물같은게 당시 안들어지는 주류 영화였으니까요. 박찬욱감독도 그 시기에 이승철주연으로 영화찍고 폭망해서 다시는 연출 못할뻔했죠 ㅎㅎㅎ 지금도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등이 국제적으로 위상을 높이지만 예산 작은 영화들보면 좋은 감독들이 많아요 이분들께 기회가 더 가서 중흥기가 계속 이어지길바랍니다!
나름 거장이라 불렸던 장선우감독이 국제영화제에서 수준미달이란 평을 받을때 헐리웃이나 프랑스 ,,심지어 이탈리아나 러시아의 영화판까지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때가 멀지 않았던것 같은데 ,,예전처럼의 영화광은 아니지만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그리고 자랑스럽습니다 ~
이제 문화 사대주의가 완전히 없어지겠네요
저는 봉준호감독 =한국영화라고 볼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봉준호영화죠. 누가 돈내고 한국영화 보러가냐라는 말은 지금도 전 충분히 쓰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런작품도 너어어어무 많기때문이죠)
말씀 하신 것도 맞긴한데 봉준호가 한국영화 상향 평준화를 가져다주길 기대하고 싶네요
저급 다작영화들은 팔아주질 말아야 하는데 그런게 또 돈이 계속 되니까..
그런 얘기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에요. 수많은 저질 영화가 쌓여서 맨위에 몇 개의 작품만 명화 취급받는 겁니다. 미국에 좋은 영화 많지 않아요? 미국은 영화 생산량 자체가 거대하니까요.
그러나 저도 동감인 것은, 최근 몇년 사이에는 예전 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수준작을 보기 힘들다는 느낌이...ㅠㅜ
플란다스의 개를 영화관에서 본걸 평생 자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한국영화는 저질 취급하며 안보다가 대학생 때 투캅스보고 우리영화도 이렇게 재밌구나하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