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이불비(哀而不悲)
[슬플 애/말 이을 이/아니 불/슬플 비]
[뜻]
속으로는 슬프면서 겉으로는 슬프지 않은 체함.
[내용]
우륵은 공자의 낙이불음 애이불상(樂而不淫 哀而不傷)의 구절을 받아서 낙
이불류 애이불비(哀而不悲)의 구절로 바꾼 것이다. 애이불비(哀而不悲)는
해석처럼 슬프지만 비통해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감성의 표현
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우리의 문화가 바로 장례식장이다.
한국의 장례식은 특이하다. 엄숙해야 하는 장례식장에 와서 고도리를 치고
논다. 술도 마시고 상주와도 놀기도 한다. 인생은 어쩌면 언제나 죽음을 함
께 한다. 손 없는 날에 나이 든 분들은 자신의 수의를 짓는다. 죽음을 준비
하면서도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 죽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
이 바로 애이불비(哀而不悲)의 모습이다.
재미있는 이런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상이 가장 잘 표현되었다고 하는
시(詩)가 바로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라고 한다. 이 시는 떠나보내는 임에
대한 그리움 아쉬움 그러나 그 표현을 절제하며 참아 내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해 준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바로 이 구절이 애이불비(哀而不悲) 절정
을 표현하는 시구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고려 속요 가시리나 황진이
의 시에서도 이런 감정의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황진이 시중이 나타난 구
절은 이것이다.
“잔(盞)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죽은 자의 무덤 앞에 죽
은 것을 슬퍼 하는 것이 아니라 술 한잔 서로 못 받아 마시는 것을 슬퍼한
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민요에서도 자주 나타나는데 진도아리랑의 첫소리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청천 하늘에 잔 별도 많고, 우리 내 가슴속엔 수심도 많다.”
이 말은 별만큼 수심이 많아도 표현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그저 가슴에
담아 둔다는 의미이다. 슬퍼도 슬퍼하지 않고 기뻐도 기뻐하지 않고 가슴에
담아 두는 생활 철학이 바로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상이다.
어쩌면 우리 민족의 한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다.
첫댓글 문화가 다른 서양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표현이겠고, 동양에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