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선수 마뉴엘라, 가슴에 V자로 깊게 패인 상의가 아마도 중국 바둑인들의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던 듯 |
내가 아니면 그 누가 이런 기백을 감당하랴, 'V'자로 깊게 패인 붉은 옷을 입고, 돌을 바둑판에 놓는 모습이 우아하고 당차다.
이 보기 드문 광경은 어제(5월 21일) 중국기원 대회장에 나타난 한장면이었다. 제1회 몽백합배 세계바둑 오픈전 통합예선이 진행되던 그때, 이 독일 미녀의 출현은 영화 필름 속의 거대한 광경처럼 들이쳐 대회장의 기자들을 금방이라도 숨막혀 죽게 만들 듯 했다.
도대체 그녀는 누구냐? 바둑 실력은 어느 정도냐? 이로 인해 정말 '유럽'의 바둑이 산들거리며 바람을 일으키려나? 붉은 옷의 미녀가 이번 세계대회에 지대한 미스터리를 안겨준다.
그녀는 엄마다. 바둑 두는 엄마!
섹시함이 드러나고, 반상의 흑백을 가린다. 확실히 독일미녀는 어제 예선의 최대 관심사다.
중국기원 위기부 직원 '마린'이 웨이보(중국의 트위터)에 이 일을 처음 올린 것을 보면, 조롱하는 뜻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세계대회인 몽백합배에 정숙하지 못한 코쟁이가 나왔다. 푸른 눈을 가진 몸을 가지지 아니하였다면 출전하지 못했을 거다. 유일한 독일 미녀이며 또한 유일한 유럽의 미녀 선수라는 점만이 우리를 잡아끈다. 이 실력과 이 몸매가 크게 폭발할 건가? 애석하게도 맞은 편에 앉은 자는 이 광경을 이해할 수 없는 어린 애다."
그가 언급한 '어린 애'는 실은 아마바둑계에서 겁나게 유명한 단위 파괴자, 리웨이칭이다. 이 애송이(?) 녀석이 이 판에 집중하느라 앞에 앉은 미녀를 감상할 여유라도 있었을라나? 어쨌든 웨이보에는 이런 식의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애송이가 이겨야해, 왜냐하면 '반외 초식'은 쓸 모 없거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린은 웨이보에 다시 다른 내용을 올렸다.
"제가 여러분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 있어요. 저 독일 아가씨는 실은 젊은 엄마에요. 아침에 그녀의 쵸쿠만 귀염둥이를 봤어요. 겨우 3개월이 지났어요.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대회에 참가하기위해 같이 왔어요. 갓난아이를 데리고 참가한 것은 중국기원 역사상 처음일 겁니다. 이 젊은 엄마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실은 2009년 열린 죽엽청 차업배 제53회 유럽대회에서 기자가 이 독일미녀 바둑팬을 알게 된 인연이 있다. 이름은 '마뉴엘라'이며 당시 독립협회장 미헬의 아내다. 큰 아들 페르난도는 이미 올해 일곱살이며, 작은 딸은 최근 출산했다. 즉 마뉴엘라는 젖먹이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다.
생물학 박사인 마뉴엘라의 기력은 아주 높진 않다. 바둑을 몹시 사랑하며 남편인 미헬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부부는 평시에는 집안에서 같이 앉아 바둑 둘 시간이 많지는 않다.
앞에 있는 리웨이칭은 워낙 강하니 마뉴엘라는 어제 대국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더는 못 버티고 패하고 말았다. 인터넷에서 예선 기보를 검토해보니, 그녀는 최근 몇년간 크게 발전했다. 백을 잡고 최근 2년간 크게 유행한 소목의 변화를 펼친다. 그러나 흑을 잡은 리웨이칭이 신속하게 가장 간단한 변화를 택해 변화를 해결해 버린다. 산더미 같이 많은 비도(飛刀)를 준비한 먀뉴엘라의 수법은 리웨이창의 단순한 압박에 물거품이 된다.
단순히 기력만 놓고 따진다면, 마뉴엘라는 어쩌면 최고수의 수준에는 미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세계바둑오픈전이 가진 '미래'라는 매력이다. 이땅의 마뉴엘라들이 천천히 그 미래를 열 것이다. 만약 그녀들의 열정과 참여가 없다면 어찌 중국의 바둑이 세계의 바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힘내요, 마뉴엘라, 화이팅 우리들의 바둑.
[출처 | 시나바둑, 화서도시보 - 꾸지아뤄 5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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