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강론>
(2026. 4. 8. 수)(루카 24,13-35)
<바로 그날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루카 24,13-17).>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루카 24,30-35).>
1) 이 이야기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신앙인들과 함께
계신다는 증언이기도 하고, 또 예수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는다면 그것을 사람들에게 증언하라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하면, 예수님께서 두 제자와
함께 걸으신 일은,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그들의 발걸음을 되돌리신 일이고, 그들을
예루살렘으로 다시 데리고 가신 일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은 예수님과 함께 지내는 삶을 버리고
떠나는 길이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은
예수님과 함께 살기 위해서 가는 길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예루살렘은
복음 선포를 상징하기도 합니다(루카 24,47).
예루살렘을 떠나서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자마자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간 것은,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고 선포하기 위해서입니다.
<체험에서 기쁨을 얻고, 기쁨에서 증언이 이루어집니다.
만일에 체험과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 증언하지 않고
자기 혼자만의 은밀한 기쁨으로 간직한다면,
그것은 등불을 감추는 것과 같고, 그러면 그 기쁨은
희미해지다가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복음의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믿음은 증언함으로써 더욱 강해집니다.>
2) 21절의 “기대하였습니다.” 라는 말은,
두 제자의 ‘실망감’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서 허망하게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고, 그래서 예루살렘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메시아이신 분이 왜 그렇게 돌아가셔야만
했는가?”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것이 실망감이 되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다가 ‘실망감’에 빠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흔히 있는 일입니다.
간절하게 기도해도 아무 응답이 없는 주님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영적으로 진보하지 못하고 늘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신앙생활을 보면서 실망하기도 합니다.
<그런 실망은 성인 성녀들도 흔히 겪는 일입니다.>
실망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기도, 성경 묵상,
고해성사, 영성 상담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의 경우에는,
예수님의 설명을 통해서 메시아의 수난을 이해함으로써
실망감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메시아께서 당신 목숨을 속죄 제물로 내주신 일”이라고
설명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 주실 때
예수님을 알아보았고, 알아보자마자 예수님의 부활을
믿었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늘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 믿음에 도달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갑자기
사라지셨어도 놀라거나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는다면, 예수님이
눈에 보이든지 안 보이든지 상관없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실망감’의 반대는 ‘기쁨’입니다.
32절의 ‘마음이 타오르다.’ 라는 말은,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찼다.’ 라는 뜻입니다.
<신앙생활은 믿음과 의심이, 기쁨과 실망감이,
빛과 어둠이 계속 찾아오는 생활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신앙인들이 평생 그렇게 살아갑니다.
성인 성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그런 상황 자체에 대해서 낙담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두운 밤이 지나가면 밝은 아침이 찾아옵니다.>
3) 두 제자가 예루살렘에 가서, 주님께서 시몬에게
나타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은,
자신들이 만난 예수님이 틀림없이 부활하신 예수님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확신하게 되었음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부활을 증언하고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의 사명’ 수행에
합류했음을 나타냅니다.
<예수님께서 두 제자에게 나타나신 일은,
다른 곳에 계시다가 그들에게 가신 일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계시다가 모습을 드러내신 일로 생각됩니다.
우리 눈에 안 보여도, 예수님은 지금 여기에 계시는 분,
언제나 항상 ‘나’와 함께 계시는 분입니다.>
- 송영진 신부님 -
첫댓글 예루살렘을 떠나서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자마자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간 것은,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고 선포하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