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3. 흩날리는 배 꽃 사이로 그녀의 옥 같은 피부가 빛날 때,
영철의 고민과는 상관없이 원혁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집안에 퍼지자 그 소식을 들은
머슴들과 계집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마치 경사라도 난 듯, 신이 난 몸짓으로
행랑과 문간채 (부엌) 을 드나드는 그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유난히도 머슴들과 계집들에게 관대하고, 또 친했던 원혁이였기에 문간채를 시작으로
한 만인을 사로잡을 듯한 매혹적인 음식 냄새들이 지천에 가득 차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 음식 냄새 때문인지, 아니면 아니면 그저 자신이 잘 만큼의 잠을 모두 자서인지
한참을 조용하던 이화가 잠에서 깬 채 서툰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하는 것이 보였다.
어린 아이는 하루하루 크는 게 보인다 하지 않았는가,
이화의 발 목 위로 깡총 올라간 노란 치맛자락이 아장아장 걸어가는 이화의 모습을
더 귀엽게 부각 시켜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이화가 향한 곳은 안채 뒤켠에 자리잡고 있는 사당이였다.
" 부처님, 원혁 오라버니께서 돌아오셨어요. "
네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나게 감정을 조절한 듯 한 절제된
이화 특유의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와 사당으로 스며들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합장을 한채로 사당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이러했을까.
" 부처님, 오라버니에게도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
한참 기원을 올리던 이화가 눈을 조용히 감았다.
그리고, 마치 이화의 기원에 대답이라도 하시는 듯 하얀 배 꽃들이 바람결에 이화에게 흘러 내려왔다.
무슨 변고일까, 이화의 탐스러운 검은 머리칼을 한데 모아 땋아 놓았던 댕기가
힘없이 스르륵 풀려 내려 이화의 검은 머리칼이 바람결에 흘러 날았다.
- 15년 후.
적갈색의 탱탱한 피부를 자랑이라도 하는 듯, 쭉쭉 뻣은 원혁의 말, 천 (穿 : 뚫을 천) 이
그 동그란 눈으로 자신을 쓰다듬는 이화를 바라본다.
원혁이 가출아닌 가출을 했다 돌아온지도 어느새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버렸다.
화랑 시험, 2번의 낙제후 결국 화랑의 꼬리표를 달게 된 원혁도 어느덧 화랑의 최고 우두머리,
풍월주 (風月主 : 바람과 달의 주인) 의 이름표를 달게 되었다.
원혁이 풍월주에 올랐을 때, 왕이 크게 기뻐하며 하사한 말이 바로 이 천이다.
" 천아, 천아, 우리 오라버니를 잘 보아주렴. "
순수함이 매력인 듯한 맑은 목소리가 이화의 입에서 흘러내렸다.
어릴적부터 유난히도 하얗던 피부는 이화의 연령이 쌓일 수록 더 그 빛을 발해
어느새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주고 있었다.
선해보이는 동그란 눈매와 동백꽃처럼 물든 붉은 입술과 홍조를 띈 볼.
그리고, 웃을 때마다 들어나는 가지런한 하얀 이가 유난히도 아름다웠다.
" 이화 아가씨. "
한참 천을 쓰다듬던 이화의 시선이 자신을 부르는 앳된 목소리의 주인을 향했다.
몸종 같았으나 몸종이라 보기엔 너무 잘 차려입은 옷맵시가 누가보더라도 그냥 몸종은 아님을 보여줬다.
잘보니 원혁을 좀 닮은 것 같기도 했다.
" 둘이 있을땐 아가씨라 부르지 않아도 되, 미현 ( 媚晛: 아침의 빛나는 햇살 ) 아."
그녀의 이름은 미현, 원혁이 돌아와 생긴 원혁의 아이이다.
미현의 모친은 인희. 하지만 인희는 미현을 낳다 그 명을 다해버렸다.
거기다 원혁은 미현을 자신의 딸로 생각치도 않으니 미현은 어렸을때부터 본가의
몸종들과 함께 길러지고 자랐다. 그리고, 미현이 좀 더 자라자 이화가 미현을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는 청을 영철에게 올렸고, 그런 이화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영철이 미현을 맡겼던 것이다.
" 하지만, 아가씨는 아가씨고 저는 천한 몸종일 뿐이옵니다. "
" 아니야, 넌 나랑 친 자매같은 사이잖아. 둘이 있을 때 만이라도 그러지 말아. "
" 하, 하지만.. "
" 높임말도 못쓰게 해버리는 수가 있어. "
자신에게 환히 웃어주는 이화를 바라보는 미현의 눈도 환히 빛났다.
그렇게, 경덕왕 22년. 이화가 세상에 눈을 뜬지 18번째로 바람에 흩날리는 배 꽃을 보던 봄날이였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움이 빛을 내기 시작한지 벌써 18년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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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인물들의 설명편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재미없는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
빨리빨리 소설이 올라오길 바라시는 분이 한분 계시던데 ㅠㅠ
제가 고 2 인지라 ㅠㅠㅠ 토요일 외엔 컴퓨터를 할 수가 없습니다 ㅠㅠ
야자시간에 틈틈히 소설 개요 짜놓고 토요일날 마무리 하는 식이라 좀 느립니다 ㅠㅠ
이해 해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세요 ㅠㅠ
첫댓글 원혁이가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