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어머니는 "값비싼 1930년대 만화책을 갖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아들들은 그냥 흘려 들었다. 그런데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삼형제는 거미줄이 잔뜩 처진 다락방 뒤쪽, 색 바랜 신문 더미 아래에서 인생을 바꿀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을 찾아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일이다.
아들들이 찾아낸 것은 1939년 6월에 발간된 '맨 오브 스틸'의 모험에 관한 초판의 원본으로 놀라울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았다.
이 만화책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텍사스주에 기반을 둔 해리티지 옥션이 주최한 경매에서 912만 달러(약 134억원)에 낙찰돼 역대 가장 높은 가격의 만화책 기록을 고쳐 썼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보도했다. 해리티지 옥션은 "만화 수집의 정점"이라고 평가했다.
헤리티지 옥션은 형제들이 찾아낸 것은 슈퍼맨 #1을 포함한 6권의 만화책이었다고 전했다. 형제들은 몇 달을 기다렸다가 경매사에 뒤늦게 알렸는데 헤리티지 옥션 부사장 론 앨런이 며칠 만에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한 형제들은 "50대와 60대이며, 어머니는 항상 비싼 만화 컬렉션이 있다고 말했지만 보여주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앨런이 말했다. "이건 '엄마가 내 만화를 버렸다'는 옛날 이야기를 바꾼 것이다."
헤리티지 옥션는 형제들의 어머니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시작 시점 사이에 오빠와 함께 만화책을 산 뒤로 계속 소장해 왔다고 전했다. 앨런 부사장은 북부 캘리포니아의 서늘한 기후가 오래된 종이를 보존하기에 완벽하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 만화책들이 텍사스의 다락방에 있었다면 망가졌을 것이다."
덕분에 만화 등급을 독자적으로 매기는 CGC는 이 슈퍼맨 #1 사본에 10점 만점에 9.0점을 부여해 이전 기록인 8.5점을 넘어섰다. 구매자 프리미엄을 포함해 900만 달러가 넘는 판매 가격으로, 슈퍼맨 #1은 종전 최고 가격의 만화책을 300만 달러나 넘어섰다. 1938년에 슈퍼맨을 처음 소개한 액션 코믹스 1호는 지난해에 600만 달러에 팔렸다.
삼형제의 막내는 경매사 보도자료를 통해 상자가 다락방 뒤쪽에 잊혀진 채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생은 일련의 상실과 변화를 가져왔다, 일상적인 생존의 요구가 중심 무대에 섰고, 한때 조심스럽고 의도적으로 따로 뒀던 만화 상자는 지난 크리스마스까지 잊혀졌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오래된 종이와 잉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단순한 수집품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기억, 가족, 그리고 과거가 뜻밖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만화가 제리 시걸, 조 슈스터가 함께 창작한 슈퍼맨은 1938년 탄생했다. 만화잡지 '액션 코믹스'의 수록작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번에 낙찰된 판본은 슈퍼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단행본이다. 액션 코믹스의 출판사 '내셔널얼라이드 출판'이 '디텍티브 코믹스'(현 DC)에 합병된 뒤 슈퍼맨을 제목으로 처음 찍어낸 초판본 50만부 중 한 권이다. 출간 당시 정가는 10센트였다. 현재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2달러(3000원) 정도다.
당시 출판사는 슈퍼맨의 단행본 표지를 오려 포스터처럼 벽에 붙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표지를 오려 벽에 붙이곤 했다. 해서 표지가 온전한 책이 매우 드물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
이 화제가 더욱 돋보였으려면, 삼형제가 신원을 밝히고 어머니와의 사연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뤄졌어야 했다. 형제들은 신원을 감춤으로써 그 감동과 재미를 반감시켰다. 물론 형제들이 사생활을 보호받기를 원한 것을 존중할 수 밖에 없지만,
한 가지 더, 슈퍼맨 초판본과 함께 발견된 다섯 권의 만화책이 '액션 코믹스' 초기작들이라고 보도됐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고, 이들 만화책이 경매에 함께 부쳐지지 않았는지 여부도 기술되지 않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