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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ne 5th, 2007
# Napoli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린다는 나폴리, 이름 한 번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안타까운 건 이렇게 나를 끌어들이는 매력에도 불구하고(나폴리의 피자와 파스타까지 포함하여ㅋ)
나폴리를 이동중심의 거점으로 밖에 삼을 수 없었다는 사실.
여행자는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는 걸.
오늘 그 선택의 결과는 폼페이와, 살레르노부터 소렌토까지 이어지는 아말피 해안 버스여행이었다.
선택 결과만큼이나 오늘 하루가 빡세게 돌아갈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으나
몇 번이고 가이드북을 독파하며 며칠 밤을 고심한 후 내린 결정이었기에
말짱 도루묵 꽝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했다.
생각보다 빡셀틴디, 김양~ 준비되었능가~?? 날래 가자고잉~
Roma in Italy (08:27) → Napoli (10:36)
창피한 줄도 모르고 양 사이드의 사람들 사이에 끼인 채로
고개까지 꾸벅꾸벅 젖혀가며 환상의 꿈나라에 빠져 나폴리 도착.
Napoli (10:50) → Pompei (11:18)
폼페이로 향하는 국철이 운 좋게 바로 있어 여유있게 승차했다.
덜컹덜컹 신나게 달리는 시골 기차, 바깥 바다 풍경도 운치있고 기분도 구름처럼 둥둥~
느끼한 청년의 은근한 스킨쉽만 없었더라도, 기름이 절로 흐르는 빛나는 헤어스타일만 아니었더라도,
그 뜨거운 추파만 내게 던지지 않았더라도 좋았을텐데, 말이라도 붙일라 애써 관심없는 척하며
하악하악- 숨이 달아날 지경으로 지옥같은 30분을 보내고 나니 다행히 폼페이. 하핫- 쌩유~ 가드!
준비된 여행자, 김양! 오늘은 더더욱 치밀한 계획과 준비 자세가 요구되었던 관계로
오후 2시 21분 나폴리행 기차시간을 확인해두고 폼페이 유적지로 고고고~
(이 때까지만 해도 나폴리로 기차를 타고 돌아가 거기에서 다시 살레르노로 이동하려던 계획이었다.)
# Pompei
서기 79년 8월 24일 "폼페이 최후의 날"을 초래한 그 주인공! 베수비오산.
죽어있는 화산이라고 여겨진 베수비오 산이 갑자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 그 날,
로마 귀족들의 방탕하고 타락한 휴양지였던 폼페이는 전설 속으로 파묻히게 된다.
그로부터 1784년 우연히 세상에 드러나게 되면서 1860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작업이 시작됐고,
그 결과가 지금에 이르게 됐다, 폼페이 유적지라는 이름으로.
드디어 오셨구나, 오셨어, 우리 김양! 굿이라도 한 판 벌여야 하는거 아니냥;; 에헤라디야~
뙤약볕 아래 남쪽 입구까지 걸어가 비싼 입장료 내고 티켓 구매 완료, 무려 11유로. -ㅁ -허억;;;
유럽연합 시민 18-24세 그리고 선생님들에게만 주어지는 할인 혜택,
유럽연합 시민 18세 미만과 65세 이상에게만 주어지는 무료 입장.
지금껏 유럽 어디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지역 차별주의는 왠말이냐고;; 쳇;; 간만에 더럽게 치사빵꾸-ㅠ-
한국 경복궁도 아시아 국가 시민들에게만 혜택을 주면 좋겠수??
아폴로 신전의 활을 쏘는 아폴로.
활과 화살은 어디로 가버렸는고?
화산재에 묻혔던 시체의 모습.
세월이 지나 시체가 썩으면서 생긴 빈 공간에 석고를 넣어 굳힌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당시 아무 것도 모른채 자고 있던 상태에서 엄습한 화산 용암 물결하며
텁텁한 화산재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오도가도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죽음을 맞이했던 한 사람.
나에게도 그 때의 고통이 다가오는 것 같아 순간 가슴이 메였다.
저 멀리 보이는 베수비오산.
어쩜 이렇게 신기하기도 할까.
엄마의 든든한 품처럼 폼페이를 조용히 싸안고 있던 베수비오산,
조용한 그 상태로 사람들의 넉넉한 자연의 벗이었던 그 산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터져버린 용암으로 인해 폼페이의 유적이 생겨날 수 있었다니
그 당시 화산의 규모가 얼마나 됐을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다.
산은 저 먼 곳에 위치해 있는 것 같은데 삽시간에 어떻게 그렇게나 빨리
그래도 당대 한창 번성했던 폼페이란 도시를 집어 삼켜버릴 수 있었던 걸까.
그리고 1700여년이 지나서 어떻게 우연히 세상의 빛을 보게 된걸까.
하나에서 열까지 용암처럼 끊임없이 끌어오르는 궁금증들.
칼리큘라의 개선문, 오노라리오 문
이건 해도해도 날씨가 너무 더운거다.
게다가 낮 12시.
최고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기원전 6세기부터 남부 지방의 중요 도시로 크게 성장해 온 폼페이였다지만
사실 돌덩이들만 산재해있는 이 곳에서 당시의 모습이나 분위기를 그려보며 맘 속으로 느껴보는 데는
올 해 스물 셋이라는 나이가 갖는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쳐 도무지 가당치가 않다.
"아- 이게 이거였구나,," 하는 식의 확인 과정.
차라리 책으로 읽으며 접했을 때가 더욱더 흥미롭고 호기심에 가득차 실감났었던 것 같은데,
직접 이 곳에 두 발로 딛고 서서 두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그래서,,??"라는 반문만 든다.
폼페이, 폼페이, 폼페이라지만 그냥, 그냥, 그냥 지나치게 된다.
복에 겨워 터진 발언일테지,,
이름을 알 수 없던 어느 집의 실내 정원.
가리비, 조가비, 조개들을 조각조각 붙여서 장식해 놓은 것이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그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폼페이에 비춰든 햇살.
오래도록 이 햇살을 기억하고 싶었다.
오노라리오 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유적지 안내원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베티의 집은 일시 폐쇄 중이라 안타깝게도 오늘은 못 보겠네요" 한다.
"네엣??" 폼페이 유적지 중에서도 반드시 봐야 할 장소가 바로 거긴데 일시 폐쇄??ㅠ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겉모습 구경이라도 해야 미련이 남지 않을 것 같아 다짜고짜 베티의 집으로 향했다.
베티의 집 관람 포인트가 2000년이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잘 보존되어 있는 벽화라더니,
문 앞에 서자마자 나의 시선을 확- 붙들어 매놓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거!
푸히힛, 멋지십니다!!
-ㅂ- 뭐, 사실 살짝 부끄럽기도 해요;;
외설시비에 걸리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혼자 보기 아까웠어요.
베티의 집에서 본 벽화도 그렇고, 창녀의 집인 루파나레도 그렇고
로마 귀족들의 방탕하고 타락한 휴양지로서 이름을 날렸다고 하더니 아무렴 뭐 어떤가.
결국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인 걸, 그냥 웃음으로 허허- 넘겨버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당시의 마차바퀴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돌로 포장된 길.
이 길을 따라가다보면 옛날 그 당시의 폼페이로 피용~하고 도착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시간을 뛰어넘어 현존하는 흔적 앞에 감당할 수 없을만큼 벅차오른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외마디 소리를 질러버렸다.
멈추지 않는 탄성, 감탄,,
내 몸과 마음은 폴짝폴짝 길 위를 뛰고 하늘을 난다.
폼페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목욕장인 스타비아와 마주보고 서있던 대극장.
무려 5천명을 수용하는 시설에 커다란 천으로 햇빛까지 가렸다니 말 다했다.
오, 놀랍습니다, 대단해요~!! -ㅁ -//
정신없이 빠져있었다.
오후 2시를 살짝 넘긴 시간, 또 다시 찾아온 달갑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나폴리행 기차가 2시 21분, 계획대로라면 아말피 해안 버스여행을 위해서 폼페이와는 작별을 해야했다.
갈까,, 말까,, 갈까,, 말까,, 하아- 답답해, 답답해!!
지금 여기에서 폼페이에 담뿍 빠져 하루를 보내느냐 환상적인 아말피 해안을 따라 달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벌써 발걸음은 출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출구로 나가면서 선택을 잠시 보류하며 생각을 더 해보자는 결론이었으나
출구 쪽의 대체육관과 원형경기장까지 둘러보는 대단한 강심장 o_O 오, 놀라워라~
당연히 시간은 2시 10분을 넘어섰고 초침은 하염없이 내달리고 있었다.
폼페이의 굵직굵직한 유적지에 어느정도 발도장을 찍고나니 그제서야 번뜩 뜨이는 정신이라니.
참, 이럴 때가 아니지, 아말피 해안!!!
이러다간 기차가 떠나버리겠는데?? 역까지 걸어서 15분이니까 냉큼 달려가야겠다!
완전 혼비백산하여 미친듯이 내달렸다, 출구를 향해!!!
초중고 100미터 달리기 1등을 자랑하는 실력을 믿었다, 김양, 뛰어! 달렷! 이럇!
저기있다, 출구!
그러나 나를 맞이한 출구,, "공사중이오니 저쪽으로 돌아서 나가주시기,,," 그 뒤는 보지도 않았다.
젝일, 대체 어디로 돌아가란말야, 이 시점에!! 하이고야, 불난다 불나.
막막 눈썹이 휘날리고 두 볼이 버얼겋게 상기되도록 내달렸던 이 길.
레스토랑에서 밥 먹다 놀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던 사람들,
길가에 나를 따라 달렸던 꼬맹이들, 오토바이 주변에 서서 잡담을 하고 있던 동네 아저씨들의
뜨거운 시선을 한 몸으로 받으며 영광의 피날레를 끊은 대한민국 마라톤 대표 김양.
그러나 나를 맞은 건 이미 떠나버린 기차가 남기고간 황량한 기찻길 뿐ㅠ
숨은 헉헉 차오르고 다리는 후덜덜, 입안은 가뭄난 땅처럼 쩍쩍 말라 버렸다.
인생 다 끝났어, 11유로 주고 다시 폼페이 유적지로 돌아갈 수도 없고, 니가 하는 짓이 그렇지 뭐.
잔인한 자책이 시작됐다.
됐다, 됐어, 다음 기차나 타고 돌아가, 돌아가자고.
기차 시간표 앞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데 "14:39 살레르노행 기차"가 언뜻 스쳤다.
오홋? 나폴리가 아니라 살레르노로 바로 직행??
지상낙원은 저리가라 순식간에 천국이 내 눈앞에 화알짝 펼쳐지는 이 순간!!
나폴리로 돌아가 살레르노로 다시 가는 이중 노동 없이 직행으로 가는 행운의 티켓을 건졌으니
역시 험난한 인생사, 사람 한명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히힛.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더이니,
이제서야 "김양, 달리느라 수고했어, 자자, 아이스크림 먹으며 기차나 기다리자구"로 급반전.
짤짤이 동전 지갑에서 4유로가 금방 튀어 나온다.
수고했어, 당신은 진정한 마라톤 대표 선수였어! 누가 폼페이에서 그리 뛰겠나, 안그렇나?
Pompei (14:39) → Salerno
므흣, 살레르노를 향하여 가는 아낙네의 기분은 봄날의 꽃향기를 가득 머금은 진달래 처녀라네~홍홍"
# Salerno
예상 도착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정각 3시.
가뿐한 발걸음으로 기차에서 내렸으나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찌됐든 소렌토행 버스로 옮겨타야 되는데 이건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디에서 티켓을 사야하는지, 인포메이션 센터는 어딘지, 대체 파업을 한건지 단순한 휴무인지. @_ @;;
냅다 한명의 이딸리아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노 잉글리쉬.
이 남자, 또 한 명의 사람을 데려왔으나 이 사람도 역시나 노 잉글리쉬.
대충 감사해요~하고 영어를 할 만한 사람을 찾아 나서려는데
사무실로 데려다 준다며 막무가내로 끌고가는 이들.
사무실 앞에서 가볍게 노크를 했으나 무응답.
이 두 남자, 다짜고짜 문을 부셔버릴 듯 쿵쿵쿵쿵 주먹으로 쳐댄다. 헉-;;;
그제서야 "갑니다, 가요~"하는 듯한 이탈리아말이 들려오고 한 명의 남자가 나왔다.
나는 입도 안열었는데 든든한 두 명의 이딸리아노 통역원들이 샬롸샬롸~~
"아~ 살레르노~? 버스? 여행? 아말피? 오케오케~ 저리로 고고고~" 사무실 직원님 대단하십니다.
창문 밖 인포메이션 센터를 가리키며 저기가면 만사 오케이요 하기에 감사인사를 전하고 가려는데
두 이딸리아노, 극구 괜찮다고 해도 데려다도 아니고 모셔다 드리겠단다.
아이고,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도착하니 엎어지면 코 닿을 데-;; 대체 무슨 생쑈를 한거야, 김양아;;
두 명의 도움으로 3시 30분 아말피행 버스에 올랐다.
드디어 드디어 아말피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버스 여행 출발~
내심 부푼 기대를 안고 오른편에 자리를 잡아 창문에 얼굴이 뭉개지도록 찐한 밀착을 하고
아말피 해안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30분을 달려도 비오는 창밖으로 가파른 절벽, 빽빽한 집들, 푸른 나무들만이 스쳐 지나가는게
어째 수상,, 아말피 해안은 대체 언제 나오는거냐-;;; 버스를 설마 잘못 탄 건 아닐테고;;;
창문에 붙이다시피 했던 얼굴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순간 왼쪽 창밖을 통해 보이는 황홀한 절경, 아.말.피.해.안.ㅠ
해안은 왼쪽인데 오른쪽에 앉아 오른쪽의 절벽만 바라보고 있던 형국. 미치겠다, 정말.
왼쪽 창문 밖에 펼쳐지는 아말피 해안을 보겠다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갖은 쇼를 해댔지만
이미 왼쪽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뒷통수만 실컷 구경하다 결국 포기, 이내 잠에 들었다.
그래그래, 아말피부터 소렌토 구간까지가 내로라하는 절경이라니까
아말피에서 버스를 갈아탈 때 그 땐! 자리를 왼쪽으로 잡아 앉자고,, 음냐음냐,,zZ,,zZ,,
# Amalfi
어느새 그쳐버린 비와 함께 새롭게 태어난 아말피 해안의 오후 4시 55분.
콜롬버스가 여기도 있었다,
저도 태워주세요-ㅁ -//
노만큼은 잘 저을 자신이 있어요, 으쌰으쌰!
언제 올지 모르는 소렌토행 버스를 기다리며.
아름다운 해안이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사실 이 놈의 버스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어 무지 조마조마 했더랬다.
시간을 떼우다 발견한 이름모를 성당.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 때문에 사진만 찍고 턴.
다음에 꼭 오겠어요! 아멘.
5시에 오려던 버스는 결국 3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우리나라의 위대한 아줌마가 되어 왼쪽 자리로 잽싸게 몸을 날렸다. 훗- 완벽해.
완벽한 아말피 해안 버스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음악이 빠질 수 없쥐.
귀에 리시버를 꽂고 모든 출발 완료, 아저씨~ 오라이~!!
# Positano
오후 6시를 향해가는 시간인데도 아직도 햇볕은 쨍쨍.
살랑살랑 넘실대는 아말피 해안 물결에 햇살이 그대로 비쳐 차마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게 만드는 반짝이는 아름다움이 바로 이런거 였어.
꼬불꼬불 해안 절벽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난 길을 따라 버스는 잘도 내달린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을 향해 서로 주의 사인을 주기위해
빵빵대는 클락션 소리가 귀를 쩌렁쩌렁 울려대긴 했지만 이런게 대수인가.
요리조리 피해서 시원하게 잘도 달리는 오토바이, 두 남녀가 탄 빨간 스포츠카는 뒤로 하고
덩치 큰 버스가 어쩜 이렇게도 잘 달리는지.
우렁찬 클락션 소리와 함께 난폭하게 씽씽 몰아대는 터프한 버스 기사아저씨 덕분에
목숨까지 담보로 내걸어야 했지만 왼쪽 창가를 통해 보여지는 아말피 해안을 보고 있노라면
이마저도 문제 될 일이 아니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한 시간 이상을 그렇게 계속 버티고 있으려니 슬슬 뻐근해져 오는 뒷 목.
이젠 됐어, 더 욕심 부리지 말고 그만 봐. 했지만 1분 1초라도 놓칠 수가 없는 걸.
햇살에 반짝이는 지중해의 눈부신 아름다움. 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난제로다, 난제.
# Sorrento
1시간 40분여의 환상적인 버스여행을 마치고 7시 10분 소렌토에 도착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란 명곡의 주인공, 소렌토. 내가 왔습니다.
오자마자 가야하는 운명이 안타까울 따름, 7시 26분 나폴리로 향하는 지방철도에 몸을 실었다.
사방이 어두운 그래피티로 가득 채워진 기차는 창문이 무의미할 정도.
아무것도 안보인다, 안그래도 오늘은 하루종일 이동수단 안에서 풍경 구경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는데 여기선 이마저도 불가능.
언더그라운드 락밴드의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것도 모자라 소리까지 요란해
음악을 들으며 눈을 붙이려해도 이것도 불가능.
눈만 꿈벅꿈벅 해대며 물끄러미 사람 구경만 하기에도 한 시간이란 시간은 너무 길다구ㅠ
Napoli (20:42) → Roma (23:11)
살다살다 이런 냉동고같은 기차를 다보나.
더운 것도 아닌데 이렇게 추울 수가. 에어컨 좀 꺼주셔요!!
내 앞 좌석의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세 여자애들은 신문지로 몸을 둘둘 만 것도 모자라 덮어쓰기까지,,
나도 따라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치밀어 올랐지만 체면이 나를 붙잡았다.
치아는 윗니 아랫니가 부딪치며 덜덜, 아무리 손으로 몸을 열심히 비벼도 나아지지 않는 상태에
망할 놈의 체면이 대수냐고, 그래도 어떻게 따라해ㅠ 비웃을 것 같아ㅠ
차라리 밖이 이보다는 더 따뜻하겠어ㅠ 내보내쥬세요ㅠ
테르미니 역에 도착, 내리기 위해 다음 칸으로 이동하는데 훈훈하게 나를 감싸안는 따뜻함은 뭐지??
뭐야, 내가 있던 칸만 그렇게 오라지게 추웠던거야?
같이 내린 세명의 여자애들이 나 대신 내리 shit을 연발해 주시는 바람에 조금 기분이 풀린다만서도,
동태처럼 얼어버린 몸은 쉽게 녹아내리지 않을 태세.
하아- 새벽 1시 20분을 넘어선 깊은 밤.
"정말이지 길고 긴 하루였어."
이 말 한마디에 오늘의 기나긴 수고와 노고가 어찌 다 표현이 되겠느냐만,,
그런 수고를 마다하고 무사히 보냈다는 뿌듯함보다 욕심을 과하게 부린 부끄러움이 앞선다.
열심히 달렸지만 그래서 계획한대로 완벽히 폼페이도 둘러보고, 아말피 해안을 따라 달려도 보았지만
남는 건 도대체 뭐지??
무리하게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내달리다보니 미처 맘의 여유를 갖고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
스탬프 찍듯 "나 이만큼 보았소~"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여행도 아닌거란 거
나도 잘 알지만 내 안의 욕심이 지나친게 문제다.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는 여행인데, 자꾸 이러기유?
과유불급, 잊지말고 적당히해라~잉?!
덧붙임.
그래도 아말피 해안은 죽이게 좋았잖아?ㅋㅋ 흠, 그건 인정한다.
첫댓글 폼페이유적지 너무 멋지네요~~ 혼자가면 위험하다고 하는데 잘댕겨오셨네요 ^^
그래요?? 전혀 위험하지 않던데요?? 제가 너무 막무가내 강심장이라 그런가,,
정말 정신없이 돌아다닌 하루였네요 으,,, 저는 폼페이 간지 1시간도 안되서 나온거 같아요... 날씨가 협조를 안해줘서뤼... ㅋㅋ 담번엔 포지타노도 가야쥐~
한시간만에요?? 기억나기론 비가 왔었나요?? 다음 여행을 계획중이시군요~ㅎㅁㅎ;; 저도저도~
네,, 햇볕은 쨍쨍인데, 비가 내렸었죠 ㅋㅋ 다음 여행은 계획만 하고 있어요... 즉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거~~
어 저는.. 아말피.. 첨 들어본 거 같은;;;; ㅎㅎ 절경인데요!
아흑- 정말 좋았어요. 눈물이 나올정도로ㅠ 버스타고 이동하면서 차마 사진 찍을 엄두도 안나요, 일분일초라도 놓칠까봐;;
전에 티비에서 본걸 다시 보니 또 새롭네요... 폼페이는 일정에 없어서... 아쉬움이 더해가네요.... 일정을 바꿔~???ㅋㅋㅋ
미리 바꾸지 않아도 가면 자연스럽게 몇번이고 더 바뀌는게 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