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조(曹操)의 출병(出兵) 결정(決定) -
한편, 도겸(陶謙)의 수하(手下) 장수(將帥) 장개(張開)에 의해 부친(父親)이 무참(無慘)하게 살해(殺害) 당(當)했다는 소식(消息)을 들은 연주(兗州)의 조조(曹操)는,
"아버님~!..."
"괘심(掛心)하다, 괘심해! 아흑...!"
"내, 이놈들을! 아흑...!" 조조(曹操)는 괴성(怪聲)을 고래고래 질러대며 슬픔의 통곡(痛哭)을 하였다.
그 바람에 수하(手下)의 장수(將帥)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조조(曹操)의 앞에서 안절부절 하였다.
한 장수(將帥)가 조조(曹操)에게 말한다.
"이왕 벌어진 일 이제 그만 고정하십시오."
"명(命)을 내려 주십시오! 소장(小將)에게 삼천 병력을 주시면 닷새 안에 오봉산으로 달려가 도망(逃亡)친 장개(張開)의 목을 가져와 주공(主公)에게 바치겠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장수(將帥)는,
"소장(小將)이 당장(當場) 장개(張開)의 목을 베어와 조공(曹公)의 영전(靈前)에 바치겠습니다!" 하고, 다짐하듯이 말한다.
그러자 그때 막 들어온 조조(曹操)의 책사(策士) 순욱(筍彧)이 여러 장수(將帥)들을 번갈아 둘러보며 냉정(冷靜)한 어조(語調)로 말한다.
"아니! 오봉산은 왜? 토벌(討伐)하겠다는 거요? 조공(曹公)을 살해(殺害)한 놈은 장개(張開)라는 도적(盜賊)이나, 원흉(元兇)은 그가 아니라 서주(徐州)에 있는 도겸(陶謙)이오!... 주공(主公)께서 큰일을 당해 지금은 상심(傷心)이 너무 크시니 모두들 물러들 가시오. 주공(主公)께서 좀 쉬시게 말이오." 그러자 모든 장수들이 어중 어중 거리면서 물러나갔다.
장수(將帥)들이 물러가자 순욱(筍彧)은 말없이 이런 상황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조조(曹操)의 앞으로 손을 모으고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소관(小官), 주공(主公)의 슬픔을 위로(慰勞)하고 또한 감축(感祝)을 드리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曹操)는 눈을 매섭게 치켜뜨면서,
"순욱(筍彧)? 웬 헛소리야? 가친(家親)께서 별세(別世)하셨는데, 감축(感祝)이라니?" 하고, 불만(不滿)이 가득한 어조(語調)로 따지듯이 반문(反問)했다.
그러자 순욱(筍彧)이 허리를 굽히며,
"복(福)중 화(禍)가 있고, 화(禍)중 복(福)이 있으니, 복(福)과 화(禍)가 어우러져 큰일이 기대(期待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조조(曹操)는 눈을 깜빡이며 순욱(筍彧)에게 물었다.
"지금 말한 화(禍)중 복(福)이란 뭘 의미(意味)하는 것인가?"
"알고 계시면서 어찌 소관(小官)에게 물으십니까?... 주공(主公)께서 거병(擧兵)하신지 2년여 동안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위엄(威嚴)을 떨쳤으나 그 속에는 말 못 할 고충(苦衷)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십만(十万) 대군(大軍)이라는 군사(軍士)를 가지고도 연주(兗州) 한구석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부터라도 주공께서 대업을 이루시려면 우선(于先) 중원(中原)을 제패(制霸)해야 하며, 중원(中原)의 노른자위는 바로 서주(徐州) 육군(六郡)입니다. 아마도 주공(主公)께서는 서주(徐州)에 염두(念頭)를 두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공의 통곡(痛哭) 속에 어찌 그런 살기(殺氣)가 느껴지겠습니까?"
"음... 제대로 맞췄소, 나는 저들이 내 비통(悲痛)한 심정(心情)을 천하(天下)의 제후(諸侯)들에게 소문(所聞) 내주기를 바라는 것이오. 도겸(陶謙)이 내 아버지를 죽여 조조(曹操)의 슬픔이 극(極)에 달했다고!"
"지금쯤이면 그 소식(消息)이 백리 밖까지 퍼져 나갔을 것입니다. 하나 주공(主公), 서주(徐州)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순욱(筍彧)이 말을 그치려 하자,
조조(曹操)가 채근(採根)한다.
"계속(繼續)하시오."....
"서주(徐州)를 취(取)함에 있어서 문제(問題)는 딱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서주(徐州) 태수(太守) 도겸(陶謙)은 천제(天帝)께서 임명(任命)했으며, 인의(仁義)를 바탕으로 다스려왔기 때문에 백성(百姓)들의 존경(尊敬)을 받고 있는 데다가, 관계에(官界)에서도 평가가 아주 좋아서 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두 번째, 기주 (冀州)의 원소(袁紹), 남양(南陽)의 원술(袁術), 평원(平原)의 공손찬(公孫瓚)과 심지어 형주(荊州)의 유표(劉表)까지도 모두 서주(徐州)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저 바라만 보고 나서지 않는 것은 민심(民心)의 분노(憤怒)를 사고, 제후(諸侯)들의 적(敵)이 될까 봐서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서주(徐州)를 취(取)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순욱(筍彧)의 말에 턱을 괴고 듣던 조조(曹操)는 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진지(眞摯)한 어조(語調)로 순욱에게 물었다.
"그러면 내가 서주(徐州)를 쳐야 한다고 보오?"
순욱(筍彧)이 대답(對答)한다.
"지금, 도겸(陶謙)의 부하(部下)가 선친(先親)을 살해(殺害)했는데도 불구(不拘)하고 원수(怨讐)를 갚지 않게 되면 이치에 어긋나게 됩니다. 그리고 도겸(陶謙)은 세상(世上) 물정(物情)이 어두운 데 다가 늙고 병약(病弱)한 몸이니 그런 사람이 어찌 서주(徐州) 자사(刺史)에 어울리겠습니까?... 서주(徐州)는 중원(中原)의 요충지(要衝地)로 황하(黃河 : 황허강)가 흐르고 태산(泰山)이 보이며 남북(南北)을 아우를 수 있는 곳입니다. 하늘이 주공(主公)께 서주(徐州)를 주시는 것은 큰 깃발, 광풍(狂風)을 몰아 주고 보검(寶劍)에 검(劍)집을 주는 셈인데 주공(主公)은 뭘 더 기다리시는 겁니까?"
조조(曹操)는 그 말을 듣고 몸을 고쳐 앉으며 눈을 들어 말한다.
"순욱(筍彧)! 당신(當身) 말을 들으니 좋은 술을 마시고 취(醉)한 기분(氣分)이 드는구려, 아주 기분이 좋아지는군! 으하하하~!"
그러자 순욱(筍彧)은 다시,
"주공(主公), 이렇게 하십시오. 즉시(卽時) 조정(朝廷)에 상소(上疏)를 올려 도겸(陶謙)의 죄(罪)를 밝히시고, 한편으로 원소(袁紹)와 원술(袁術), 공손찬(公孫瓚)에게 부고(訃告)해서 전(全) 제후(諸侯)들에게 도겸(陶謙)이 부친(父親)을 살해(殺害)한 것을 알리는 겁니다. 그래서 소식(消息)이 전해지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바로 그 순간(瞬間)에 군사(軍士)를 몰고 서주(徐州)로 진격(進擊)하게 되면, 이는 천명(天命)에 따른 것이 되니, 하늘의 뜻과 민심(民心)과 공의(公義)에 모두 부합(符合)됩니다. 그러면 서주(徐州)는 주공(主公) 차지가 될 것입니다."
순욱(筍彧)이 말을 마치자 이제까지 자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던 조조(曹操)가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면서 순욱(筍彧)을 보고,
"나는 지금 슬픔이 과해, 붓을 못 잡겠소. 그러니 당신(當身)이 부고(訃告)를 써서, 조정(朝廷)에 상주(上奏)하는 동시(同時)에 제후(諸侯)들에게 전령(傳令)을 보내서 부친(父親)을 살해(殺害)한 원수(怨讐)를 어쩔 수 없이 친다고 전(傳)하시오."
그러자 순욱(筍彧)은 미리 가져온 죽간서(竹簡書)를 꺼내어 두 손으로 받들어 조조(曹操)에게 보이며 말한다.
"부고(訃告)는 이미 써 놨습니다. 주공(主公께서 내용(內容)을 살펴보십시오."
그 말을 듣고 조조(曹操)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됐어~!... 당신(當身)이 썼다면 내 뜻과 구구절절(句句節節)이 일치(一致)하겠지! 삼군(三軍)에 명(命)하시오. 내일(來日) 진시(辰時 : 오전7~9시 사이)를 기(期)해서 서주(徐州)를 친다고!"
"알겠습니다."
삼국지 - 62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