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성탄절' 전후에 꽤 많은 분들과 안부인사를 교환했다.
한 해 동안 수고 많았으며 새해 복 많이 받고 더욱 건강하시길 당부했다.
그런데 통화 말미에 모두가 대동소이한 얘기를 했다.
"한번 만나야 하는데....식사 한번 같이 해야 하는데....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시간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영 여의치가 않네요"
열이면 열, 저마다 비슷한 논조로 대화를 마무리 했다.
나는 그 점이 몹시 안타까웠다.
나도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과거에 야생마처럼 전국을 뛰어다녔던, 가슴 뜨거운 '울트라 형제들'이었다.
그래서 날을 잡았다.
막연하게 "언제 한번 보자"는 얘기는 보지 말자는 얘기와 다름 없었다.
그건 우리 스타일이 아니었다.
일단 2월 1일로 못을 박은 뒤에 다시 한사람씩 연락했다.
모두가 좋다고 했다.
그렇게 작년 12월 하순에 약속을 했던 터였다.
긴 명절 연휴를 보내고 드디어 2월 1일이 되었다.
'대전'에서 보자고 했다.
70대 초반인 큰형님이 대전에 계셨고, 그곳이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여 그곳에서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서울, 군포, 천안, 태안에서 출발해 울트라 5형제가 대전에서 회동했다.
두 분은 나의 형님들이었고, 두 분은 아우들이었다.
맛있는 음식에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오래오래 담소를 나눴다.
현재의 근황, 건강상태, 금년도 계획과 인생 2막 얘기들, 요즘 즐겨하는 운동, 부부관계, 2세들 이야기 등등 다양한 주제들을 주고 받았다.
모두가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삶을 엮어가고 있었다.
집에서 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작년에 자신이 사는 지자체에서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아우가 있어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의 박수도 보내주었다.
시종일관 흐뭇하고 훈훈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정말로 뜨겁게 운동했던 형제들이었다.
대회에 참전했다하면 100K는 기본이었고, 200K, 222K, 311K, 537K, 622K, 큰 산을 몇 개씩 뛰어넘는 트레일런, 해외 원정까지 숱한 땀과 열정을 쏟았던 철각들이었다.
지금은 모두가 울트라 런을 그만 두었고 바이크(2명), 트레킹(1명), 골프(1명), 해외 고산 등정(1명)을 하면서 각자의 심신을 짜임새 있게 관리하고 있었다.
운동을 좋아 하다 보니 경향각지의 각종 대회에서 자주 만났고, 자연스럽게 형제가 되었다.
한참 때엔 50여 명 이상 '호형호제' 하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세월이 흐르자 10여 분은 벌써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나머지 대부분의 형제들은 초야에 묻혀 두문불출하셨다.
특히 7080 형님들의 경우엔 건강문제와 거리문제로 인해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자주 연락이 되는 형제들이 약 10여 명 정도인데 각자의 사업과 손주들 육아문제, 건강 상의 이유 때문에 함께 자리를 하지 못했다.
아쉽고 안타까웠지만 급류처럼 흐르는 세월 앞에서 자꾸만 쇠약해져 가는, 미약한 존재의 현실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순리대로 살자 했다.
그래도 정 많고 순수한 영혼들이라 만남 자체가 그저 감사했고 행복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명함이나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고 했다.
살아보면 알게 된다.
정말로 맞는 말이었다.
진솔한 격려와 따뜻한 위로 그리고 삶에 대한 원초적인 박수가 녹아 흐르는 상남자들의 의리와 우정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주판알 튕기지 않고, 거리의 원근을 따지지 않으며 '보고 싶다'는 한마디에 만사를 제쳐둔 채 달려와 주는 사내들이 있어 가슴이 무척 따뜻했던 하루였다.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여름날에 다시 한번 회동하기로 했다.
그리움이 차고 넘칠 때 경치 좋고 시원한 곳에서 사랑하는 형제들과 한번 더 소통과 추억을 엮어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빈다.
또한 가족들도 모두 안녕하시고 행복하시길.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