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비보호 좌회전 - 문하 정영인

[포청]

                비보호 좌회전   <수필>    문하 정영인
운전면허 딴 지 얼마 안 되는 왕초보  시절이다.  
차의 뒷면 유리에는  ‘초보운전’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던  
시절이다.  그때는 신호등 준수를  금과옥조처럼 여겼다.
나는 핸들을 꽉 붙잡고 정지선 맨 앞에서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좌회전 신호가 안  떨어지고 직진 신호와 적색등만 반복하였다.  
뒷차가 빵빵거리기  시작했다.  
좀 불안했지만 나는  계속 신호등을 준수하였다.
참다 못한 뒷차가 내 차 옆으로 좌회전하면서  악을 쓰고 
내달린다.
“야,  운전면허증  반납해라.  필기시험 때 뭐  배웠냐?  
넌 비보호 좌회전도  모르냐?  운전면허증이  아깝다.”
‘비보호 좌회전?’
자세히 교통표지를 보니,  비보호 좌회전  구역이었다.  
그때서야 언뜻 배운  것이 생각났다.  
비보호 좌회전이란  상황에 따라 녹색 신호등시 
좌회전을 할 수 있다.  단,  사고 시 좌회전하는  차의 
책임이다 라는…….  
결국 상황 판단을  잘해서 가야 하는 곳이다.  
직진과 우회전은  정해진 규칙대로 가면 되지만,  
비보호 좌회전은  운전자의 상황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인생도 직진이나 좌회전,  우회전 등은 하기  쉽지만,  
인생의 비보호  좌회전을 할 경우는 상황 판단을 잘해야 한다.  
나처럼 운전대 꽉  붙잡고 어리벙벙할 수도 있다.  
또 우물쭈물하다가  좋은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톤은 비보호좌회전을 잘한 것이 아닐까.
세상을 정해진 규칙대로만  가고,  가 본 길만 가려는  
사람도 있다.  비보호 좌회전의  Change나 Chance를 잡지 
못하기도 한다.  
결국 인류의 발전이나  혁신,  창조는 비보호  좌회전을 
잘하는 사람들이 이뤄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서 클라크의  제2  법칙을 보면  “가능의 한계를 알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불가능의 영역에 살짝 발을 들여 
놓아 보는 것이다.”  라고  했다.  
여행은 지도가 없는  세계를 가 보는 것이라고 했다.  
또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비게이션 
없이 가 보는 것이 인생의 비보호 좌회전일 것이다.  
삼거리 길에서 사거리  길을 만들며 가는 것이 비보호 
좌회전이다.
특히 한국 젊은이들은 비보호 좌회전 길을 가  보려 하지 
않는다.  교통 신호를 잘 지켜  안전빵인 직진,  좌회전,  
우회전만 하려  한다.  
그래서  ‘나만 없어!’  라는 따라쟁이가  많다.  
금년은  중고등학생에게는 롱 패딩이 유행했다.  
너도나도 롱  패딩이다.  비싼 것은 백만 원을  호가한다고 
하니 부모들 등골 브레이커란다.  
유행 지나면 그 롱  패딩은 엄마 몫이란다.  
너도나도 치렁치렁한  롱 패딩을 입은 것을 보면,  
마음에 안  찬다.  
거기에는 묻어가는  심사뿐이 없는 것 같다.  
원래 디자인이나  패션은 창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유행 첨단의 나라  불란서나 이태리 학생들도 그럴까.
누가 뭐래도 나는 비보호 좌회전으로  가보겠다는 
심뽀가 아쉽다.  남이 간 길만 가면  무슨 재민겨!
고진감래(苦盡甘來)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감진고래(甘盡苦來)인 경우도 흔하다.  맞다.  
쓴 맛을 맛본 후  단맛이 더 달다.  
또 단맛을 맛 본후  쓴맛의 어려움을 더 알 수 있다.  
삶이란 내 기대를  어긋난 예외가 너무나 많다.
누가 그랬다.  진정한 성공해서 얻는  것보다 실패해서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사실 성공은 무수한  실패의 산물이다.
노벨 과학상 22개 등 26개의 노벨상을 일본 어린이의 장래 
희망은  ‘학자·박사’가 일본 남자 어린이 장래 희망  1위였다.  
지난 해 한국 어린이  희망 직업 조사에서는 공무원(남자)과 
가수(여자)가 최상위권에 올랐다.  
하기야 우리는 대통령이 나서서 노벨상을 탈  수 있는 학자,  
박사 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일자리를 마구  늘리는 판에 안 그럴 수야 있겠는가?  
비보호 좌회전보다 안전빵인  직진,  우회전,  좌회전을 주로 
하는  우리가 노벨상을 바라는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포청]

서울 지역 오늘과 내일의 날씨:

오늘: 2018.1.21. (일)
날씨: 오전 구름 약간, 오후 구름 많음, 미세먼지: 보통 수준
최저기온: -4도, 낮 최고기온: +5도
바람: 북서풍 초속 1~2m, 낮시간 체감: 영상 4도 가량

내일: 2018.1.22. (월)
날씨: 15시까지 흐림, 15~21시 사이 눈(65%), 미세먼지: 보통 수준
최저기온: -3도, 낮 최고기온: +3도
바람: 남동풍 초속 1~2m, 낮시간 체감: 영상 2도 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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