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도착하고 버스가 서자 급하게 뛰어 내렸다.
앞에 선 아줌마를 제치고 얼른 내렸다.
그리곤 뒤도 안 돌아보고 뛰다시피 조각공원으로 향했다.
화창하게 게인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옆도 안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니 조금은 숨이 가빴다.
잠깐, 내가 왜 이렇게 쫓기듯이 가고 있는 거지?
괜히 녀석 때문에 신경 쓰이네......
조각공원이 가까워질수록 걸음이 늦쳐 지면서 옆의 쇼 윈도우를 보면서 옷매무새를 만졌다.
짝사랑하던 태웅이와 만남이라니!
갑자기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얼굴도 빨개지는 것 같고 숨이 가빠지네......
몇 번을 쇼 윈도우를 보면서 옷매무새를 만지고 웃음이 나와서 미소를 짓는데
“야, 아예 쇼를 해라! 쇼를 해!!!”
뒤에서 벼락같은 녀석의 소리가 들렸다.
확 뒤로 돌아 녀석을 노려보며
“너 갈 길이나 가라. 왜 참견이냐!! 으 씨...”
정말 창피하게 저 못된 오렌지 보이에게 들키냐.
내가 한 행동을 다 보았나 봐. 어떻게 해.
내일이면 학교에 다 소문나면 어떡해......
저 녀석은 왜 나를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거야!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 다 달아나 버리고 서로 잡아먹을 듯 노려보다가 뒤로 돌아서서
조각공원으로 향했다.
조각공원이 보이고 천천히 둘러보면서 안으로 들어서니 공원 안에는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고 벤취마다 무리로 모여 앉아 있거나 애인을 기다리는지 목을
길게 빼고 한 곳을 바라보거나 맑은 햇살을 즐기는지 잔디에 누워 있거나......
어디에 있는 걸까?.....
잠시 분위기에 취해서 몽롱한 시선으로 태웅이를 찾는데 뒤에서 누군가 어깨에 손을 올려 놓
았고 아주 달콤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들렸다.
“효빈아!”
뒤로 돌아서니 햇빛을 받으면서 태웅이가 서있었다.
꽃다발을 쑥 내밀며 나를 내려다보면서 밝게 웃는 태웅이에게 취한 듯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안개꽃이 한 아름 이였다.
내가 안개꽃을 좋아하는 걸 알고 사왔나?
행복하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멋있구나.
키도 참 많이 자란 것 같고...... 강백호 만큼은 되겠는데?
이마를 살짝 가린 머리카락이 태웅이와 참 잘 어울리네.
남잔데 눈이 이렇게 맑고 예쁠 수도 있구나.
살짝 웃는 태웅이의 가지런한 하얀 이를 보면서 가슴이 사정없이 뛰기 시작했고 바보같이
헤 웃으며 대답하려는데,
“흥!”
그 소리가 누구의 소리인 줄 아는 나는 들은 척도 안하고 얼른 태웅이의 손을 붙잡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민 태웅! 여기서 뭐하냐?”
강백호 이 녀석. 끝까지 쫓아 왔네.......
으응????
저 녀석이 태웅이를 어떻게 알지?
태웅이가 뒤를 돌아보며 강백호를 보더니
“너는 여기에 왠일이냐?”
그 말에 대답을 할 수 없겠지. 나를 쫓아 왔다고는 못 할 테니까....
왜 내 일에 사사건건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거야....
정말 싫다.
강백호 녀석이 턱 짓으로 나를 가르키며
“얘가 너가 말하던 걔냐?”
???????
태웅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그래, 맞아!”
강백호가 나를 향해 무서운 표정이 되어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뚫어 버릴 듯 쏘아 보았다.
“뭐 뭐야? 너희들 아는 사이야?”
내 말은 무시하고 태웅과 백호는 서로를 꼭 싸울 것처럼 서로들 노려보았다.
태웅이가 뭔가를 생각 하는 듯 하더니 먼저 웃으면서
“야, 강백호! 너 혹시 너가 말하던 애가 효빈이냐?”
“말 하지마!!!”
“후훗.....참 뜻밖이다. 이왕 이렇게 만났으니 어디 들어가서 앉자.”
“흥!!!”
“효빈아. 많이 놀랬지? 백호랑은 바로 옆집에 살고 어려서부터 친구였어. 아니 라이벌이라
고 해야 하나? .......동지이자 적인 셈이지.”
이게 무슨 일이야?
정말 기가 막히는 군.......
하여튼 백호 녀석이 끼어들면 되는 일이 없다니까......
갑작스런 일로 딱딱해진 분위가 되자 태웅이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나를 이끌자
강백호가 내 어깨에 올려진 태웅이의 손을 탁 쳐서 내려버렸다.
태웅이가 그러는 강백호를 한 번 보더니 하하 웃어버린다.
키 큰 강백호와 태웅이를 양 옆에 두고 걸어가니 지나가는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쳐다본다.
성질은 더럽지만 잘 생긴 거는 인정하는 강백호와 정말 멋진 태웅이가 걸어가니 안 쳐다 볼
수가 없겠지.
인기짱 이라고 하지만 오렌지 보이의 실체를 알게 되면 인기가 다 떨어 질거다.
아.......피곤한 하루가 될 것만 같아.
태웅이가 없어야 싸우기라도 할텐데.......
나쁜 놈. 진짜 나쁜 놈.
서로의 생각에 빠진 듯 말없이 걸어가다 태웅이가 레스토랑 안으로 쑥 들어갔다.
여기는 분위기는 좋지만 비싸기로 소문난 곳인데......
안으로 들어가서 앉으려는데 자리배치 때문에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태웅이가 내 옆 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강백호는 태웅이를 끌어다가 자기 옆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앞에 앉은 두 녀석을 보자니 한숨만 나오고 가슴이 답답했다.
태웅이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고 강백호는 아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절대 바라던 상황은 아니다.
태웅이를 바라보고는 미소를 짓고 강백호와 눈이 마주치면 잘못한 것 하나도 없는데
괜히 가슴이 쫄리는 것 같아서 눈길을 피하게 된다.
저 강백호 녀석 왜 이렇게 쫓아 다니면서 괴롭히는 거야!
이런 묘한 상황은 정말 싫은데.......
“강백호! 시내에 볼 일 있다고 했잖아. 가서 볼 일이나 보시지⌢.”
“말하지 마라....... 나........”
무슨 말을 할 듯 하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종업원이 다가와서 물과 메뉴판을 주고 옆에서 기다렸다.
“효빈아, 너가 시켜. 먹고 싶은 걸로.”
메뉴를 보다가 태웅이가 말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부드러운 미소에 답하듯 방긋 웃으면서
말을 하려고 하는데,
“여기 안심 스테이크 3개. 웰덤으로 줘요. 야, 나효빈 너도 시킨 것 그냥 먹어.”
“
후후...... 백호야. 너 여전하구나!”
태웅이 말에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화를 내려는 나를 보고는
“너 너무 말랐어. 나랑 싸우려면 튼튼해야지! 그러니까 고기 많이 먹어.”
나를 비꼬는 거야?
그런데 어쩐지 나를 생각해 주는 것 같아......
아니겠지...... 자기랑 싸우려면 내가 튼튼해야 한다고 했는걸......
아빠가 살아 계실 때에는 외식도 자주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테이크, 크랩, 맛있다고 소문난 곳은 아빠가 시간을 내서 온 가족을 많이
도 데리고 다니셨다.
아빠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 딸 효빈이는 너무 말라서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아빠생각을 하니 눈이 촉촉해 지는 것 같다.
아빠생각에 빠져서 멍하니 테이블 위를 보는데 물 한잔이 눈앞에 쓱.
고개를 들어보니 강백호가 들고 있다.
의아해서 바라보니
“......마셔...... 얼굴이 너무 창백해. 얹치지 않으려면 마셔”
아니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래........???
강백호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바라보던 태웅이는 손으로 턱을 괴고 가만히 보더니 갑자기 하
하하 웃었다.
으 씨.......
나를 또 놀린 거냐? 진짜 너를 용서 할 수가 없다!!!
놀렸다는 생각에 잔뜩 노려보는 나를 보고는 스치듯 잠시 동안 안타까운 눈빛이 되더니 예
의 건방진 표정이 되어 비웃음을 입꼬리에 달았다.
“이제야 너 같다. 나효빈! 너는 그렇게 씩씩한 표정이 어울려!”
“내가 너 같은 오렌지 보이에게 질 줄 알고?”
내가 말하는 소리에 태웅이의 눈이 커지더니
“백호가 오렌지 보이?”
으 하하하!!!!!!!!!!
태웅이가 한참동안 웃더니 백호를 한 번 보고 나를 한 번 보고는 또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백호의 찌그러진 표정이 나를 뚫어지게 한참 쳐다보더니 슬며시 웃는다.
식사가 나왔고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로 스테이크를 먹는데, 정말 오랜만에 먹는 스테이크
라 그런지 엄마생각도 나고 효성이 생각도 나고 조금은 느끼한 것 같아 잘 먹지를 못했다.
“여기! 김치 있으면 김치 갖다 줘요!”
강백호의 느닺 없이 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태웅이도 멍하니 강백호를 보더니 후후후 웃으면서 스테이크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종업원이 김치를 식탁위에 올려놓으니 강백호가 내 앞에다 가져다 놓는다.
?????????
“김치랑 같이 먹어. 조금 괜찮을 거야.”
이 녀석 강백호가 맞아???
너무 놀랐지만 느끼해서 먹지 못하는 나를 어떻게 알아 본건지 궁금했다.
조금은 고마운 마음이라 평소 같으면 가차 없이 싸 붙였을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먹었다.
레스토랑을 나와 셋이서 같이 움직였다.
이상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가려고 하지 않는 강백호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그래도 태웅이랑 처음 갖는 데이트이니까 행복했다.
셋이 같이 지나가니 여기저기서 쳐다보고 인사까지 했다.
오락실 들어가서 펌프도 하고 바블 바블도 하고 아이스 크림도 먹고 영화도 보고.......
정말 처음 맛보는 즐거운 하루였다.
강백호도 즐거운지 많이 웃고 싸움도 걸지 않았다.
가끔 자리싸움이라든가 접촉하는 문제로 신경전이 있었기는 했지만 대체로 무사히
즐거운 하루였다.
“이제 집에 가야겠어. 오늘 너무 즐거웠어. 고마워.”
태웅이에게 손을 내미니
“집까지 데려다 줄게.......... 가자.”
그러라고 대답하려는데
“야, 나효빈! 너 혼자 가라. 태웅이와 할 말이 있다.”
태웅이는 강백호를 가만히 쳐다 보고는 나를 향해
“그래. 혼자 갈 수 있지? 데려다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조심해서 가.”
미소를 띄우며 말을 했다.
버스에 올라타고 차창 밖을 보니 태웅이는 밝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고 강백호는 나를
또 알 수없는 눈빛이 되어 쳐다보고 있다.
웃으면서 나도 같이 손을 흔들고......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장편 ]
바이올렛 향기 #9
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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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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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흠,,삼각관계? 백호랑 태웅이 둘다 효빈이를 좋아하는거에요? 흥미만점입니다~^^
삼각관계는 모든 사랑에 있는 불변이죠? ㅎㅎ 그냥 재미로 봐 주세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