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 후, 학원 가기 전 잠시 들러 책을 읽는다. 학원 수업과 숙제시간 사이는 맛있는 파스타가 더욱 입맛을 당기는 때다. 친구들과 공을 차다가도 잠시 들러 쉰다.
지난 6월 초,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40평 남짓한 공간에 꾸며진 까사미아. 문을 연지 며칠 만에 까사미아는 벌써 인근 지역 어린이들 일상의 휴식 공간으로 탄탄히 자리매김했다.
따로 홍보한 적도 없다. 조그마한 간판을 본 아이들이 하나 둘 오가며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입소문이 퍼졌다.
수요일~주일 오후 1~7시. 하루 평균 40~50명, 때론 70~80명까지 카페를 찾는다. 이용료는 무료다. 어린이들은 까사미아(Casa Mia, 이탈리아어로 우리 집이란 의미)를 ‘우리 집’처럼 드나든다.
- 학교 수업 후, 학원에 가기 전 까사미아에 잠시 들러 책을 읽고 있는 어린이들.
2.쉐프의 솜씨는 매일매일 기대돼요
“정말 파스타 공짜로 줘요?”
정말 파스타 공짜로 준다. 까사미아 카페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덤이다. 서재 등에서 놀던 아이들은 ‘땡’ 하는 종소리가 울리면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간다.
“본아뻬띠또(맛있게 드세요)”
“그라찌에(감사합니다)”
쉐프(요리사)와 어린이들이 주고받는 인사말이 자연스럽다.
파스타는 전문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과 똑같다. 메뉴는 매일매일 바뀐다.
쉐프는 수시로 불량식품을 사먹는 아이들의 입맛을 정화시키느라 채소를 듬뿍 넣은 파스타를 즐겨 만든다.
- 까사미아 카페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덤, 공짜 파스타. 까사미아를 찾아와 놀던 아이들이 즐겁게 파스타를 맛보고 있다.
3. 마음 성장의 영양분
김용길(베드로·52)·최금자(엘리사벳·50)씨 부부가 각각 까사미아의 쉐프와 카페지기를 맡았다. 아이들에게는 그저 아저씨, 아줌마로 불린다.
부부는 아이들이 편안히 쉬고 놀 문화공간이 부족한 우리 사회 현실이 늘 아쉬웠다. 닫힌 공간에, 정해진 시간에 모일 것을 강요당하는 어린이들이 안타까웠다. 수년 전부터 아이들이 자유롭게 찾아가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까사미아에선 어떤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는다. TV도 없고, 게임기도 없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가 생각하고 놀이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인성 등을 키워나가도록 열린 공간을 제공할 뿐이다. 단지 아이들이 도움을 청할 때 즉각 응할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어줄 뿐이다.
처음엔 안전한 먹을거리를 주는 지, 성당에 데려가려고 혜택을 주는 건 아닌지 확인하러 오는 부모들도 많았지만, 이젠 부모들도 까사미아에서 쉬는 것을 더욱 반긴다.
까사미아가 언제든 가고 싶은 곳으로 기억되길, 마음 평안히 자라는데 작은 영양분이 되길 바란다. 부부가 까사미아의 문을 연 유일한 목적이다.
- 까사미아에선 어떤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는다. TV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지만 아이들 스스로가 놀이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인성 등을 키워나간다.
4. 하느님 보시기에 좋으면 계속 유지될 것
“너 돈 많이 벌어놨냐?”
“부인이 돈 좀 버는 모양이다.”
어린이 무료카페를 연다는 소리에 친구들의 핀잔이 계속 이어졌다. 그곳이 불우아동 쉼터인지, 공부방인지 묻는 질문도 심심찮게 이어졌다.
하지만 카페 운영은 돈이 있다고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부부에게도 오랜 시간 마음에서부터 우러나는 용기가 필요했다.
이탈리아 로마 살레시오대학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청소년교육학 박사학위를 처음으로 받고, 청소년 사목 관련 일을 오랫동안 해온 최씨와 가톨릭사진가회 임원과 인터넷 언론 기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던 김씨는 몇 해 전, 의기투합해 로마로 훌쩍 유학을 떠났다. 특히 김씨는 그곳에서 요리솜씨도 새로 익혔다.
돌아와선 살던 집 아래채를 모두 카페로 꾸미고, 그동안 모은 돈을 털어 넣었다. 뜻을 함께 한 지인 몇몇의 도움으로 주방도구들도 제대로 갖췄다. 텅 빈 서재는 며칠 만에 기증받은 책들로 가득 찼다.
아이들이 너무 많이 몰려든 날, 파스타 재료가 부족하면 어떡하나, 더 이상 장 볼 돈이 없으면 어떡하나 아주 잠깐 잠시 고민한 적도 있다. 수십 명분 접시를 씻고, 정리하고 아이들을 도와주며 육체적으로 힘든 날도 많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시작한 일이었다. 연방 웃으며 아이들을 맞이하던 부부가 내민 작은 카드엔 부부의 마음과 같은 말씀 한 구절이 있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어린이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귀한 선물입니다.”
-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동상.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까사미아를 운영하는 김용길·최금자씨 부부의 모습이 꼭 프란치스코 성인의 마음을 닮은 듯하다
첫댓글 이런 공간이 많이 생겨서 더불어 가는 세상이 되길 ..
유연한 사고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너~~~무 좋은 공간인것 같습니다. 내가 사는 시골 성주에도 이런 곳이 운영된다면 좋겠습니다. 와우~ 멋있습니다.
정~말 본받아야 되겠습니다.그렇게 훌륭한 공간이 있는 십정동 어린이들은 행복하겠습니다.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