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간판 탈출증은 방치될 시 신경 손상이 진행되어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하반신이 마비될 위험도 있다. 이는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반려견도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방치 시 마비가 발생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빠른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위해 보호자들이 알아둬야 할 증상은 무엇일까. 수의사 문종선 원장(인천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의 도움말로 추간판 탈출증의 증상과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Q. 반려견도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요.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이 질환은 척추 뼈 사이에 존재하는 추간판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면서 척수 신경에 압박을 가하는 질환입니다. 척수 신경 신호 전달에 이상이 발생하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압박 주변부의 부종성 변화와 출혈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추간판 탈출증은 일반적으로 외상 및 급격한 방향 전환 등에 의해서 급성으로 일어나며, 노령성 변화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디스크 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추간판의 섬유테가 파열돼서 그 안에 있는 수액이 탈출하는 탈출형, 그리고 또 하나는 섬유테 자체가 돌출하며 압박을 가하는 돌출형입니다. 두 경우 모두 다 척수 신경에 압박을 가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일반적으로 섬유테가 파열되는 경우는 급성 변화, 돌출되는 경우는 만성 변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추간판 탈출증은 목 또는 허리에 생기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운동신경에 관련된 증상은 크게 UMN(상위운동뉴런)과 LMN(하위운동뉴런)으로 나뉩니다. UMN 증상은 자다가 쥐가 나거나 힘이 빳빳하게 들어가는 것처럼 근육이 강직된 상태와 유사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LMN 증상은 굽힌 상태로 너무 오래 있어 혈액순환이 원활히 되지 않을 때 힘이 들어가지 않아 축 늘어지는 상태와 비슷합니다. 일반적으로 운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LMN 증상이 나타나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경우에는 UMN 증상이 나타난다고 여겨집니다.
목 위쪽인 경추 1번에서 5번 사이에 손상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앞다리와 뒷다리 모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리에는 UMN 증상이 나타납니다. 만약 손상 부위가 경추 6번부터 흉추 2번 사이, 즉 어깨 부근이라면 앞다리 운동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신경이 손상되기 때문에 앞다리는 LMN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때 뒷다리는 여전히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니 UMN 증상이 나타나죠.
병변이 조금 더 뒤로 와서 흉추 3번부터 요추 3번 사이에 발생하면, 앞다리는 지나갔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고요. 뒷다리에만 UMN 증상이 관찰됩니다. 요추 4번 이후로 넘어가면 뒷다리 운동 신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뒷다리에만 LMN 증상이 나타납니다.
병변이 어디냐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이는 병변이 척추 한 군데에 생겼다는 전제하에 말씀드린 겁니다. 실상은 많은 경우에서 압박을 받는 부위가 다발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이 100% 똑같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확인해주셔야 할 증상으로는, 반려견이 목을 내리거나 좌우로 돌릴 때 통증을 유독 심하게 느끼는지, 이상 증상이 앞다리에만 나타나는지 혹은 모든 다리에 나타나는지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을 잘 살펴주시면, 의료진이 진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Q. 추간판 탈출증이 진행되면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는지 궁금합니다.
척수 신경의 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통증, 운동성 저하가 나타나고요. 압박 정도가 심해지면 배뇨, 배변 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 심해지면 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죠.
이처럼 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막으려면 보호자분들의 관심이 필요한데요. 반려견이 다리를 절거나 끄는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도 산책을 좋아하던 반려견이 갑자기 산책을 거부하거나 구석에 숨어 있는 경우 디스크를 의심해 보셔야 합니다. 물론, 이런 증상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지만, 디스크는 한 번쯤 꼭 의심해 봐야 합니다.
디스크 증상은 총 5단계로 나누는데요. 1단계는 부전마비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통증 반응도 약하게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2단계부터는 부전마비가 나타나기 시작하고요. 반려견이 느끼는 통증의 정도도 훨씬 심해집니다. 특정 상황에서 신체의 위치와 움직임을 인지하는 고유 감각도 슬슬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3단계부터는 보행이 불가한 부전마비가 나타나고요. 4단계부터는 완전한 양측 마비가 발생합니다. 이때는 심부 통증이라고 해서, 강하게 힘을 주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 남아 있는데요. 5단계는 마비는 물론 이 심부 통증까지 다 사라집니다. 5단계에서는 골든 타임인 48시간 내에 치료를 하지 못할 경우, 설령 수술을 한다고 해도 예후를 쉽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반려견이 갑자기 산책을 피하거나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디스크를 의심해 봐야 한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치료 예후가 좋은 경우와 나쁜 경우를 짚어주신다면요.
반려견이 정상적으로 보행이 가능할수록 예후가 좋습니다. 통증 반응 중 표재, 심부통증이 전부 남아 있고 디스크 질환이 처음 발병한 경우에서 치료 반응이 좋죠.
부전마비가 있더라도 심부통증이 남아 있을 때 수술을 하면 성공률이 약 80%로 높은데요. 심부 통증까지 완전히 소실되어 버린 상태에서 시간이 지체되었을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렸듯 수술 이후로도 예후를 쉽게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수술을 하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수술 성공률은 50% 정도라고 알려져 있고요. 이전에 디스크 질환을 앓았던 경우나 척수 연화증을 동반한 경우에는 예후가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Q. 진단법도 궁금합니다. 병원에서는 어떤 검사를 진행하나요?
대개 신경계 검사를 우선적으로 실시합니다. 신경계 검사는 자세 반응과 통증 반응 검사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자세 반응은 고유 자세 반응, 편측 기립 및 보도 반응, 수레바퀴 반응, 위치 반응 등을 통해서 확인하고요. 통증 반응의 경우 회음부, 그리고 표재, 심부 통증을 각각 확인합니다.
신경계 검사를 통해 병변을 극소화한 이후로는 확진을 위한 영상 검사를 실시합니다. 방사선 검사로는 척추체 간격이나 퇴행성 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서는 디스크 질환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 진단을 가능하지만, 확정 검사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MRI 검사가 필수적으로 권고됩니다. MRI 검사는 영상 검사 중에서 디스크를 진단하는 데 가장 추천되는 검사이고요. 척추의 압박 위치나 척수 연화증 감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MRI 검사까지 진행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Q. 치료 방법도 궁금합니다. 단계에 따라 어떤 치료가 진행되나요?
1단계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와 함께 신경성 진통제를 복약하는 내과적 치료가 우선적으로 권유됩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부종을 완화하고, 진통 효과를 증폭시키며 감각신경 기능을 일깨워주는 전침을 통한 한방 치료를 병행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2단계 이상부터는 수술적인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요. 일반적으로 목디스크는 ‘Vental Slot’이라고 하는 수술을 진행하고요. 흉요추 디스크 질환의 경우에는 편측 후궁 절제술(Hemilaminectomy)을 진행합니다.
다만 심장이나 신장 같은 실질 장기의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노령성 환자인 경우, 그리고 마취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는 내과 치료나 한방 치료를 통해 증상 완화를 시도해보셔야 합니다. 외과적 수술을 하지 못하더라도, 보존 치료만으로 임상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거든요. 따라서 반려견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태라고 해도 치료를 포기하지 마시고, 보존적인 방법이라도 시도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마지막으로 추간판 탈출증 예방을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을 짚어주신다면요.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은 체중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죠. 반려동물의 비만 정도를 9등급으로 나눈 BCS 수치가 있는데요. 4단계 정도로 유지해 주시면 가장 좋습니다. 4단계는 목살이 접히지 않고, 늑골이 살짝 보이는 상태로, 만약 이 단계보다 살이 쪘다고 생각되시면 먹는 양을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은 30분 내외의 산책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고요. 두 발로 선다든지 너무 높은 계단을 한 번에 뛰어내리는 것처럼 척추에 무리를 주는 행동은 최대한 하지 않도록 주의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경추 디스크가 진단되거나 위험성이 있는 반려견은 산책 시 목줄 대신 가슴줄을 사용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또한, 앞서 추간판 탈출증의 원인으로 급격한 방향 전환을 말씀드렸는데요.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척추에 생각보다 많은 부담이 가해지기 때문에 집안에서 반려견이 걸어 다닐 때 쉽게 미끄러진다면 바닥 소재를 바꾸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카펫을 까는 것이 좋습니다.
수의사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기적인 방사선 검사’입니다. 방사선 검사 자체는 확정 검사가 될 수는 없지만, 반드시 마취를 해야 하는 MRI와 비교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검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디스크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는 방사선 검사를 주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개념으로 하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기획 = 방현진 건강 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문종선 원장(인천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