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비(劉備)의 출병(出兵) -
한편, 원소陶謙)가 있는 기주성(冀州城)에서는 지원군(支援軍) 요청(要請)의 가부(可不)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도겸(陶謙)의 아들 도공의(陶公義)의 앞에 원소(陶謙)의 모사(謀士) 허유(許攸)가 나타났다.
"도공자(陶公子)! 오래 기다리셨소."
도공의(陶公義)는 반가운 얼굴로 두 손을 읍하고 허유(許攸)를 맞았다.
"도 자사(陶 刺史)께서 주공(主公)께 보낸 서신(書信)은 우리 주공께서 상세(詳細)하게 읽어 보셨소."
그러자 도공의(陶公義)는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며 물어본다.
"기주군(冀州軍)은 언제 파병(派兵)합니까?"
그러자 허유(許攸)는,
"뭐요? 파병(派兵)? 아, 아니... 주공(主公)께서는 신중(愼重)히 검토(檢討)하셨지만 파병(派兵)은 안 하기로 하셨소."
그 말을 듣고 도공의(陶公義)는 창백(蒼白)한 얼굴을 하며,
"아니, 왜죠?" 하고 황급(遑汲)히 물었다.
그러자 허유(許攸)는,
"도 공자(陶 公子)가 기주(冀州)에 오시기 전에 조조(曹操)의 부고장(訃告狀)이 기주에 도착(到着)했소. 거기에는 이런 글이 있었소. 아버지 원수(怨讐)와 같은 하늘에서는 못 산다는... 그래서 우리 주공께서는 지금 같은 시기(時期)에 파병(派兵)을 해서 그쪽을 돕는 것은 설득려(說得力)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명분(名分)도 없다고 말씀하셨소."
그러자 도공의(陶公義)는 두 손을 읍(揖)하고 허리를 다시 굽히며,
"허 대인(許 大人)! 부친(父親)께서 장개(張開)를 시켜 조공(曹公)을 죽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을 시켜 호송(護送)까지 하면서 조조(曹操)와 친(親)해지려 한 겁니다."
그러자 허유(許攸)가 발끈 화를 낸다.
"떽! 바로 그 점이 이번 사건(事件)의 모순점(矛盾點)이 아니겠소? 도 자사(陶 刺史)는 바로 조조(曹操)에게 아첨(阿諂)할 생각이었지만 예기(豫期)치 않게 일을 그르치고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만 그린 꼴이 되고 말았으니 결국(結局) 조조(曹操)로부터 원한(怨恨)만 사고 충돌(衝突)이 발생(發生)하게 된 것이오."
그 말을 듣자 도공의(陶公義)가 더욱 창백(蒼白)한 얼굴로 허유(許攸)를 올려다보며 말문을 열려고 하였다.
"대인(大人)!"...
"안타깝소! 어엿한 조정(朝廷)의 명관(名官)이자, 한 주(一州)의 자사(刺史)가 그런 황당(荒唐)한 사고(事故)를 저질렀으니 말이오... 아!... 직언(直言)을 용서(容恕)하시오. 이번 일은 실로 어리석은 행동(行動)이었소! 도 공자(陶 公子)도 생각해 보시오. 우리 주공(主公)이신 원소(袁紹)님이 어떤 인물(人物)이오? 사대(四代)가 삼공(三公)이라는 위대(偉大)한 명성(名聲)이 만천하(滿天下)에 알려져 있소. 우리 주공께서는 당신(當身) 부친(父親) 도겸(陶謙)이 저지른 어리석기 그지없는 그런 황당(荒唐)한 사건(事件)에 숟가락을 얹어 놓고 싶진 않다고 전하라 하시었소."
도공의(陶公義)는 더 이상 말해 보았자 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이 일그러지며 허유(許攸) 앞을 총총히 물러 나오고 말았다.
그리하여 도공의(陶公義)는 마지막으로 평원(平原)의 공손찬(公孫瓚)을 찾아가 그의 앞에 엎드린 채로 구원(救援)을 요청(要請)하는 밀서(密書)를 읽고 있는 공손찬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기주 원소(冀州 袁紹)는 파병을 거절(拒絕)하고 남양(南陽) 원술(袁術)은 파병(派兵)은 할 수 있으나, 그 댓가로 서주(徐州) 관할 문영과 서주, 두 군(郡)을 달라고 합니다. 원씨(袁氏) 형제(兄弟)는 우리 가친(家親)과 친분(親分)이 두터웠으나 어려운 순간(瞬間)에 우릴 외면(外面)하고 있습니다. 공손(公孫) 장군(將軍)님! 가친(家親)의 생사(生死)와 서주성(徐州城) 오십삼만 백성의 존망(存亡)은 장군(將軍)께 달려 있습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도공(陶公義)의는 두 손을 읍揖하고 공손찬(公孫瓚)에게 거듭 허리를 숙여 보였다.
그러자 공손찬(公孫瓚)이 천천히 입을 연다.
"조조(曹操)가 서주(徐州)를 얻으면 분명(分明)히 중원(中原)을 도모 (圖謀)할테고 훗날 원씨(袁氏) 형제(兄弟)와 치열(熾烈)한 패권(覇權) 다툼을 하겠지."
그러자 도공의(陶公義)는,
"제가 보기에 원소(袁紹)와 원술(袁術)은 그런 구상(構想)을 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본래 겉과 속이 다른 지라 서로 상대(相對)가 초조(焦燥)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관망(觀望)만 하면서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원씨(袁氏) 형제(兄弟)는 그야말로 속 마음을 알 수 음흉(陰凶)한 자들이라 머지않아 서로 잡아먹으려고 싸울 것이오."
"그나저나 장군(將軍)님! 속(速)히 군을 파병(派兵)해 서주(徐州)를 구(救)해 주십시오!"
도공의는 공손찬(公孫瓚)의 화제(話題)가 다른 곳으로 흐르자, 안절부절하며 본론을 채근했다.
바로 그 순간(瞬間), 한 병사(兵士)가 달려 들어오며 아뢴다.
"보고합니다. 주공(主公)! 지금 평원(平原) 현령(縣令) 유비(劉備)가 찾아와 주공을 뵙자고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응? 현덕(玄德) 아우가?" 공손찬(公孫瓚)은 반가운 얼굴을 하면서 도공의(陶公義)에게 말한다.
"도 공자(陶 公子), 가서 좀 쉬게. 현덕(玄德)과 상의(相議한 뒤에 그때 경정(決定)하지."
그러자 도공의(陶公義)는 두 손을 읍해 보이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부디 좋은 소식을 주시기 바랍니다." 하며 물러갔다.
곧이어 유비(劉備) 현덕(玄德)이 공손찬(公孫瓚) 앞으로 들어와 인사(人事)한다.
"유비(劉備)가 공손(公孫) 장군(將軍)을 뵈옵니다."
공손찬(公孫瓚)은 반가운 얼굴을 하며,
"아우님! 도겸(陶謙)이 보낸 원군(援軍) 요청(要請) 서신(書信)이네." 하면서 도공의(陶公義)에게 받은
죽간서(竹簡書 :글자를 기록하던 대나무 조각)를 유비(劉備)에게 내밀었다.
유비(劉備)가 서신(書信)을 읽고 있는데, 공손찬(公孫瓚)은 급(急)한 마음에 도공의(陶公義) 가 찾아온 사연(事緣)을 먼저 말했다.
"조조(曹操)가 오만 대군을 이끌고 서주(徐州)를 친다 하여 도겸(陶謙)이 위기(危機)에 처(處)했네. 아우님 도겸을 구(救)해야 하겠나? 놔둬야 하나?"
서신(書信)을 모두 읽은 유비(劉備)가 공손찬(公孫瓚)에게 반문(反問) 한다.
"장군(將軍)의 의견(意見)은 어떠십니까?"
그러자 공손찬(公孫瓚)은 겸연(歉然)쩍은 얼굴을 하며 말한다.
"나야 도와주고 싶지, 그러나 우리는 군사력(軍事力)이 약(弱)해 조조(曹操)의 적수(敵手)가 못 되네. 더구나 원소(袁紹)와 원술(袁術)은 각각 20여만의 군사(軍事)가 있어도 관망(觀望)만 하고 있는 데, 내가 어찌 소주(徐州)를 돕겠나? 우리 전군(全軍)을 파평(派兵)해서 요행(僥倖)히 승리(勝利)를 한다 해도 얻는 게 뭐겠나? 내가 얻는 것은 도겸(陶謙)같은 약(弱)한 동지(同志)를 얻을 뿐, 원소(袁紹)나 조조(曹操) 같은 강적(强敵)을 만들게 될 테니 재고(再考)할 가치(價値)도 없는 어리석은 짓이지."
그러자 유비(劉備)는 담담(淡淡)한 어조(語調)로,
"장군(將軍) 말씀에 저는 절대(絶對)로 동의(同意)할 수 없습니다. 도겸(陶謙)은 선제(先帝)께서 임명(任命)하신 사람으로 충의(忠義)롭고 후덕(厚德)해 서주(徐州)를 인의(仁義)로 다스리면서 명성(名聲)을 떨쳤습니다. 조맹덕(曺孟德)은 부친(父親)에 대한 원한(怨恨)을 갚는다는 명목(名目)으로 서주(徐州) 육군(六郡)을 취(取)하려는 겁니다. 난세(亂世)에는 실력(實力)으로 패권(覇權)을 다툰다고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결국(結局) 민심(民心)을 얻는 자만이 천하(天下)를 얻을 겁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작별(作別)을 고(告)하기 위해섭니다. 저는 서주(徐州)로 가서 도겸(陶謙)을 돕겠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겸연(歉然)쩍게 듣던 공손찬(公孫瓚)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유비(劉備)에게 반문한다.
"한데, 아우님! 자네 군자(軍事)가 얼마나 되나? 고작 四, 五天으로 조조(曹操)의 오만 대군(五萬大軍)과 대적(對敵)한다고? 허, 그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네."
그러자 유비(劉備)는 공손(恭遜)한 어조(語調)로,
"제가 계란이란 법도, 조조가 바위라는 법도 없습니다." 하며 결연(決然)한 뜻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공손찬(公孫瓚)이 한숨을 쉬며,
"허... 좋네! 자네가 굳이 가겠다면 내가 정병(精兵) 三千을 내줄 테니 세(勢)를 더해 보게."
그러자 유비(劉備)는 공손찬(公孫瓚)에게 허리를 굽혀 고마움을 표시(表示)하면서,
"장군(將軍)께 감사(感謝)드립니다. 하나, 군사들은 원(願)치 않으나 장수(將帥) 하나만 내주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공손찬(公孫瓚)은 또다시 흠칫 놀라며,
"누구 말인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劉備)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말없이 지켜보던 조자룡을 한번 쳐다보고 나서,
"상산 조자룡(趙子龍)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공손찬(公孫瓚)은 놀라며 조자룡을 한 번 쳐다본 뒤에,
"왜 하필(何必)이면 조자룡(趙子龍)인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劉備)는 거침없이,
"세인(世人)들은 여포(呂布)가 천하 맹장(天下猛將)이라지만 조자룡(趙子龍)이 용맹(勇猛)함에 있어 여포(呂布)를 능가(凌駕)한다는 것은 잘 모릅니다."
그 말을 듣고 공손찬(公孫瓚)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음! 자룡(子龍)!"
<조자룡(趙子龍) : 자룡은 자고, 이름은 운(雲)>
공손찬(公孫瓚)이 조자룡(趙子龍)을 불렀다.
그러자 조자룡(趙子龍)은 단박에 대답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대답(對答)한다.
"네!"
"유비(劉備)를 따라 서주(徐州)로 가겠느냐?" 하고 묻자,
조자룡(趙子龍)은 두 손을 읍(揖)하고 유비를 한 번 쳐다본 뒤 결심(決心)한 듯 대답한다.
"가겠습니다!"
<읍(揖 : 두 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고 허리를 앞으로 공손히 구부렸다가 몸을 펴면서 손을 내리다. 인사하는 예(禮)의 하나이다.>
그러자 공손찬(公孫瓚)이 파안대소(破顔大笑)를 한다.
"하하 하하... 이제야 알겠네! 영웅(英雄)끼리는 서로를 아낀다고 하지 않던가? 엉? 하하하... 좋아! 자룡(子龍)! 그러면 자네는 유비(劉備)를 따라가거라!"
유비(劉備)가 만족(滿足)한 미소(微笑)를 지으며 공손찬(公孫瓚)에게 읍(揖)하며 말한다.
"고맙습니다."
이어서 조자룡(趙子龍)도 답(答)한다.
"고맙습니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공손찬(公孫瓚)의 진지(陣地) 밖으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나왔다.
유비(劉備)가 자룡(子龍)에게 말한다.
"공손(公孫) 장군(將軍) 진영(陣營)에 진정(眞正)한 영웅(英雄)은 자네뿐이네."
"실(實)은 저도 유공(劉公)의 인품(人品)을 흠모(欽慕)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주공(主公)께서 명령(命令)만 내리시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 것입니다."
"좋아! 자룡(子龍)! 이제부터 관우(關羽), 장비(張飛)까지 넷이 형제(兄弟)다! 어떤가?"
"감사(感謝합니다."
두 사람은 타고 갈 말(馬) 앞에 섰다.
유비(劉備)가 말한다.
"즉시(卽時) 평원(平原)으로 돌아가 내일 아침 서주(徐州)로 출발(出發)하세. 아마 도겸(陶謙)은 오래 못 버티고 사나흘 안으로 성(城)이 함락(陷落)되고 말 거야."
"알겠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뭔지 말해 보게."
"원소(袁紹)와 원술(袁術)은 수십만 대군이 있어도 관망(觀望)만 하고, 서주(徐州)를 돕지 않는데 겨우 수천 군사(軍事)에 세 명의 장수(張數)만으로 어찌 조조(曹操)에 대적(對敵)하려 하십니까?"
그러자 유비(劉備)가 대답(對答)한다.
"좋아, 말해주지. 그러잖아도 조만간(早晩間) 알려 주려고 했네. 지금 천하(天下)에는 각지(各地)의 영웅(英雄)들이 병권(兵權)의 힘을 빌려 대업(大業)을 도모(圖謀)하고 있으나 나, 유비(劉備)는 그들의 힘에 미치지 못하네, 하나, 그들에게 없는 두 가지가 있지.
첫째, 인의(仁義)를 근본(根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지. 천하(天下) 대란(大亂)은 민심(民心)의 혼란(混亂)에 있기 때문에 난세(亂世)를 다스리려면, 민심(民心)을 얻어야 하네. 난 기필(期必)코 불의(不義)에 대항(對抗)할 것이네.
둘째, 난 황실(皇室)의 후예(後裔)로써 역적(逆賊) 제거(除去)와 한실(漢室) 부흥(復興)이 나의 숙원(宿願)이네. 도겸은 선제(先帝)께서 임명(任命)하신 인의(仁義)로써 백성(百姓)을 다스리는 사람이니, 그를 돕는 것은 당연(當然)한 일이 아니겠나? 그에 비하면 조조(曹操)는 복수(復讐)를 빌미로 서주(徐州)를 취(取)하려 하니, 그게 천하(天下)를 노리는 야심(野心)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불의(不義)가 아니겠나? 따라서 조조(曹操)에 대항(對抗) 하는 것은 천하(天下)의 대의(大義)로써 불의에 대항하는 것이지. 내가 이 싸움에서 진다고 해도 한 가지 진리(眞理)는 남을 것이야."
" 그게 뭐죠? "
"정도(正道)는 불멸(不滅)하며, 대의(大義)는 영원(永遠)하다."
"....." 그러자 자룡(子龍)은 눈을 크게 뜨며, 유비(劉備)의 면모 (面貌)를 감탄(感歎)하는 시선(視線)으로 바라보았다.
삼국지 - 64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