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본의아니게 머리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멍해지는 순간들이 오곤 한다.
좀 지저분하지만 예를 들자면 어제 마신 두 잔의 막걸리때문에 떵구녕으로 소변을 보는 경우가 그에 해당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기 좋아한 나. 운이 좋아 해외 여행을 많이 했다.
뭐 나보다 훨 많이 돌아댕긴 역마살 낀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거니깐 딴지 걸지 맙시다.
나의 소중한 젊은 날의 경험들은 1995년 가을 어머니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영문과 2학년 복학생이었던 나에게 어학연수나 유학을 보내주기엔 돈이 없으신 어머니의 권으로 이스라엘 키부츠를 가게 되었고, 그리스-이스라엘-유럽으로 이어지는 여행이 시작된다.
한 번 여행의 짜릿함을 맛보면 누구든 지칠 때까지 돌아다니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이후 3학년 1학기 마치고 과감히 휴학계를 던졌다. 97년 당시 여름부터 경제가 심상치 않더니 가을에 기아자동차가 부도났다.
학자금 대출받은거, 막노동과 과외로 모은거에 부모님께 돈타내고, 형님꺼 마스터카드 한장 빼앗아 들고 1년여를 중동-동유럽-중유럽-동남아에서 놀고 오게 되었다. 어찌나 운이 좋았던지 IMF 사태 직전 환율이 급상승하기 전 가진 돈 전부를 여행자 수표로 바꿨고 이 돈은 소중한 여행자금이 되었다. 물론 졸업 후 대출금 갚느라 상당기간 뺑이좀 쳤다. IMF 당시 신용카드 들고 해외로 나온 사람들은 환율 때문에 먹고 싶은것도 제대로 못먹고 다녔다.
사설이 길었다.
때는 1998년 3월초. 당시 한참 중동 정세가 어수선하여 이라크에서 이스라엘에 생화학 무기를 쏜다 만다 했던 시점이다.
이스라엘 N시에 있는 K 키부츠에서 6개월여를 일하면서 놀면서 여기저기 여행다니면서 개기니 점점 지루해져 이집트로 여행을 떠났다. 남들 다 가는 피라밋, 박물관 등등을 둘러보고, 한비야 씨의 책에서 본 백사막에 가보기로 했다. 여행 책자에서 뒤져보니 바하리아라는 오아시스로 가서 투어를 해야 한다고 한다. 또 카이로에서 오후 5시쯤 버스를 타면 버스 안에서 사막의 일출을 보며 아침에 도착한다고 해서 버스에 탔다. 일출 구경에다 몇 푼 안되지만 숙박비 절약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버스는 만원이었고 제일 뒷자리 구석에 동양인은 오직 나 하나. 해는 져가고 베낭은 아래 짐칸에 있는데 버스가 멈추고 사람들이 내리면 내 베낭 집어갈까봐 제대로 잠도 못잤다. 게다가 왠 음악은 그렇게 쉬지 않고 틀어대는지...
아랍의 앵앵거리는 음악. 아~~! 30분 이상 들으면 미친다.
그렇게 달리기를 6시간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다. 버스 기사가 오더니 바하리아라고 소리치며 내리란다. 아직 11시밖에 안됐는데... 큰 마을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렸고 뒤따라 바지에 똥 싼것처럼 어기적 거리며 내린 나. 사람들은 제각각 바쁘게 흩어지고... 허거덕. 아찔하다.
혼자 여행하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당장 뒤에서 누가 칼로 찌르고 가진것 다 빼앗아 가도, 아무리 소리질러도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허허 벌판에서 갑자기 망연자실이다.
갈 곳이 없다.
가로등도 거의 없고 핸드폰도, 공중전화도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수만년은 묵었을 먼지바닥에 베낭을 내려놓고 올라앉아 고개를 떨구고 담배 하나 물고 한숨을 길게 빼고 있는데... 저 멀리 어둠속에 뭔가 빠른 속도록 다가온다.
지리산 남부능선 삼신봉 자락에서 혼자 야간산행을 할 때도 이렇게 무서워 해본 적이 없었다. 뭘까... 동물은 아니다. 야생동물은 눈빛으로 알 수 있다. 점점 가까워지는데 가만히 보니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순간 지나가는 오만 육천 300여가지 상상.
잠시 후... 그의 첫마디. Did you make any reservation for accomodation tonight? 살았다. 그 사람은 그 마을에 두개밖에 없는 여행자 숙소중 하나의 주인이었다.
덕분에 이 곳에서 편히 쉬고, 사막 투어를 했다. 역시 난 정말 운이 좋은 놈이다. 후에 알고보니 내가 얻은 여행책자는 발간일로부터 3년이 지난 것이었고, 그사이 도로가 포장되어 버린 것이었다.
1박2일 투어 비용 : 2인 투어시 1인당 100 이집트 파운드 (당시 3.4 이집트 파운드= USD1)
아마 저 빨간 타원 부근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흑사막 전경.
백사막이군요.
밤에 이 근처에서 텐트없이 모닥불 주위에서 야영(비박)을 했는디... 추워 죽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사막을 한밤중에 걷다보면 지구가 아닌 달에 와있는 듯하지요.
첫댓글 제 사진도 꽤 되는데 시간상 개인적 게으름상 인터넷에서 멋진 사진 다운받아 인용합니다.
멋진 여행을 하셨습니다. 밖을 둘러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작은 우물 속에 아웅대며 살고 있는지 비로서 알게 되지요.
참 먼 길을 돌아 이곳에 와 계시는군요. 그 젊은 말의 여행이야기를 더 많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진만 봐도 가슴이 딱~ 뜨이는 것 같네요 ^^
과연.... 그래서 제대로 여행하려면 혼자 여행해보라는 말이 나왔군요^^
다음에도 여행후기 추억담 올려주세요. 가보지 못한곳이라 동경하는 맘이 드네요 ^^
까악~~멋지다^^ 지대로 여행하셨네요.
이야 대단이 멋진 분이시네........ 거꾸사 회원분들이 봄... 레벨들이 쪼메 있스셔.....
월요일쯤 2편 나갑니다. 흥미진진
중동지역을, 무일푼으로 잘 따라 뎅겼습니다~~~~
와우.. 저런데 가봐야 되는데...ㅜㅜ 아직 학생이라 못나가고 공부만 하는게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