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지지간(彈指之間)
[튀길 탄/손가락 지/어조사 지/사이 간]
[뜻]
손가락을 튀길 사이. 아주 짧은 시간
[참고]
거북이와 지렁이 그리고 달팽이를 등장시킨 동화가 있다.
거북이 등에 먼저 탄 지렁이가 달팽이에게 무지하게 빠르니까 단단히
붙잡으라고 일러준다. 둘을 태운 거북이는 몇 걸음 가다가 마주 오는
다른 거북이와 머리를 부딪쳤다.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경찰이 와서 사고 조사를 하면서 지렁이와 달팽이에게 사고 경위를 묻는다.
그러나 이들은 워낙 쏜살같이 달리다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잘 모르겠
다고 한다.
당(唐)나라 영가현각(永嘉玄覺)이 선(禪)의 핵심을 운문으로 읊었다는 증도가
(證道歌)의 구절이 당연히 뜻이 깊다. 부분은 이렇다.
彈指圓成八萬門, 刹那滅却三祗劫(탄지원성팔만문, 찰나멸각삼지겁).
손가락 튕기는 사이에 팔만 법문 원만히 이루고, 생각이 스치는 짧은 사이에
삼지겁(三祗劫-보살의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을 셋으로 나눈 것)을 없애
버리도다.
인간의 번뇌에 응하는 팔만법문을 짧은 시간에 행하면 엄청나게 오랜 기간
삼지겁(三祗劫)도 없어져 시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설에도 아리송하기만 하다.
'순식(瞬息)'은 아주 작은 수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그냥 막연히 작은 수가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 단위이다. 10의 17제곱 분의 1이다. 얼마나 작은
수인지 잘 짐작이 되지 않는다.
'찰나의 가을, 올 유난히 짧아 겨울 일찍 온다' 짧은 가을에다 '찰나'라는 말을
썼다. '찰나'는 '순식'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소수점 이하의 단위는 분(分), 이(厘), 모(毛),
사(絲) 정도이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 쓰이건 말건 간에 10의 21제곱 분의
1까지 단위가 매겨져 있다. 그 단위들을 순서대로 보면, 분(分), 이(厘), 모(毛),
사(絲), 홀(忽), 미(微), 섬(纖), 사(沙), 진(塵), 애(埃), 묘(渺), 막(漠), 모호(模糊),
준순(逡巡), 수유(須臾), 순식(瞬息), 탄지(彈指), 찰나(刹那), 육덕(六德),
허공(虛空), 청정(淸淨) 순이다. 마지막 '청정'을 아라비아 숫자로 써보자면
소수점 밑에 '0'이 무려 20개나 붙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작은 숫자이다.
수도 끝이 없지만 인간의 상상도 끝이 없다.
첫댓글 찰나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순식(瞬息)' 이 10의 17제곱 분의 1이라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