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언론에는 미국내 탄저병 테러에 대한 공포의 확산을 다룬 기사들로 가득하다. FBI에서도 아직 집단적인 테러의 '가능성'이 있다고만 발표하고 명확한 확증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영국의 일간지인 인디펜던트는 탄저균의 출처가 러시아일 가능성이 많다고 18일 보도했다. 이처럼 탄저균 유포의 배후세력에 대한 공동된 수사 진척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언론과 미 정부는 중동 테러단체의 소행으로 기정사실화 하여 다시금 대 아프간 공습의 명분을 얻으려 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탄저균에 의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사망 1명, 감염자 3명, 그리고 탄저균 양성반응이 나타난 사람 40명이 전부다. 과연 그것이 다시 중동을 테러집단으로 몰아 과거 미국이 국가적으로 자행했던 테러를 지속시킬 명분이 될 수 있을까. 아직 정확한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베트남전 당시 제네바 의정서를 위반하고 청산가리의 수만배의 독성을 지닌, 인류가 개발한 가장 치명적인 위험물질이라는 다이옥신을 대량으로 살포하여 30만에서 40만에 이르는 피해자를 낳았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수치또한 단지 추정되는 수치일 뿐이며 2세들로 인해 그 피해 수치는 정확히 통계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그 피해 보상에 있어서도 5000명 이상의 한국군 피해 참전군에 대한 배상은 이루어지지도 않고 있다.(미국 국립과학원 자료에 의해 우리나라 참전군 32만명중 고엽제 피해자로 분류된 사람은 단 32명 뿐이다.) 1983년 베트남전쟁 참전 미군병사들이 미정부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에서도 미정부는 2억 4천만 달러를 배상하는데 그쳤다. 이는 집단소송 인원이 24만명이라는 것으로 비추어 볼 때 1인당 1000달러 밖에 되지 않는 상징적인 수준일 뿐이었다.
한국전쟁 당시에 미국이 한국 민간인을 상대로 세균전 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최근에 제기된 바 있다. 지난 9월 26일 미군 학살만행 진상규명 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전민특위)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초 무등산과 화순 이서면 일대를 둘러본 전민특위 국제조사단 브라이언 윌슨 단장이 월간지 `민족 21' 10월호 기고문을 통해 `1951년 무등산 일대에 뿌려져 수백명의 민간인을 숨지게 한 백색가루는 T-2 진독균이라고 주장했다. 윌슨 단장은 "6ㆍ25 전쟁시 광주에서 나타났던 피부가 검게 변색되는 증상들은 가스에 의한 것이 아닌 일종의 출혈열 감염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일본의 연구를 바탕으로 출혈열을 유발하는 세균전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90년대 초부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후진국 국민을 대상으로 미국이 생체실험을 자행했다는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 '97년 5월8일 연방하원 미연방 약품실험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의원들은 그 동안 FDA(미식품의약국)가 주도,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진행된 각 종 의약품실험의 인권침해 사례를 고발한 바 있다. 이날 밝혀진 바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미 90년대 초부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후진국 국민을 대상으로 AIDS치료제인 AZT 등의 임상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실험에서 어떤 종류의 AIDS치료제가 얼마나 어떻게 투약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미국 정부 산하 질병조절센터(Dease Control Center)가 AIDS가 만연한 태국에서 에이즈에 걸린 임신부들을 상대로 AIDS치료제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일부 임신부들에게 위약(Placebo)을 주어 모자간의 에이즈감염 과정을 관찰한 일이다. 부작용과 후유증이 밝혀지지 않아 미국내에서 인체실험이 금지된 의약품을 후진국 국민에게 사용했고, 실험대상에게 실험의 목적과 약품의 부작용 및 후유증을 사전에 인지시키지 않은 것은 과거 독일이나 일본이 저질렀던 생체실험에 다름이 아니다.
심지어 미국은 자국민을 상대로도 생체실험을 서슴치 않았다.
미국 연방정부가 「터스키지 매독연구」(Tuskegee Syphilis Study)라 불렀던 생체실험이다. 미국 연방정부 산하 공중의료서비스(Public Health Service)국이 지난 1932년부터 1972년까지 무려 40년 동안 미국 남부에 사는 흑인 399명을 대상으로 매독 생체실험을 한 사건을 말한다. 매독환자가 페니실린 등의 처치를 받지 않을 경우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를 관찰한 이 사건에 대한 비판은 '97년 5월16일 클린턴대통령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1932년 어느날, 흑인 간호사를 앞세운 백인의사들은 한 빈민지역 교회에 도착, 피해자들에게 이름모를 약품을 주사했다. 의사들은 흑인들에게 주사를 맞으면 무료로 건강체크를 해주고 공짜로 식료품을 제공하겠으며 특히 터스키지라는 곳에 여행을 시켜주겠다고 유인했다. 이날 흑인들이 주사받은 약품은 치명적인 매독균이 었다. 그로부터 40년간, 이들 399명의 흑인남성들은 매달 한번씩 백인의사로부터 혈액샘플을 추출당했다. 이들은 주사 직후부터 극심한 매독 질환에 시달렸으나 페니실린 등의 치료약을 제공받지도 못한 채 「알수 없는 병」을 앓으며 시름시름 죽어갔다. 이들은 한달에 한번씩 회진오는 백인의사들이 교회 근처 학교교실에 앉아 혈액을 채취해가는 것에 대해 자신들의 「이름모를 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인 줄만 알았다. 워싱턴의 의사그룹은 이들이 어떻게 건강을 잃고 어떻게 몸이 변해가는가를 철저히 관찰했다. 실험은 1972 년 세상에 일부 꼬리가 드러날 때까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채 계속됐다. 주사맞은 사람 399명뿐 아니라 주사맞지 않은 사람 201명이 포함돼, 모두 600명의 흑인남성들이 지속적으로 관리됐다. 연방정부 백인의사들이 100% 흑인들을 대상으로 초강력 매독균을 생체실험했다는 것이 밝혀진 1972년에도 이 뉴스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현재도 당시 연구가 어떤 방법으로 어떤 강도의 매독균이 얼마만큼 투여 했는지, 실험의 목적은 무엇인지 완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매독균을 주사맞은 399명중 28명은 매독 으로 사망했고 100명은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터스키지」 생체실험은 이제 미국 전체의 흑인 커뮤니티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인종차별 음모」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사건 진상은 흑인들 사이에서 연방정부가 흑인들을 대상으로 AIDS 균 생체실험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할 것이라는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간 동아 '97년 6월 10일자)
미군 병사들 마저도 미국 정부의 생체 실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걸프전에 참가한 70만명의 참전미군들 가운데 10만명 이상이 소위 「걸프전 신드롬」이라는 괴질을 앓고 있다. 참전미군들은 기억력 상실, 구토, 가려움증, 심장 및 신체기관 쇠약증 등 각종 이름모를 증상에 시달렸다. 증상의 원인에 대해 여러 주장이 나왔다. 국방부와 CIA는 처음에는 미군들이 「이라크군이 유정에 방화했을 때 발화가스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퇴역군인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라크군의 무기창고를 폭발시 키다 화학탄두가 터지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지난 5월초 코네티컷 출신 크리스토퍼 새이즈 하원의원은 듀크대학 의학연구팀 등이 시행한 각종 실험결과를 토대로 「미국 정부의 걸프전 참전군인 대상 생체실험설」을 폭로했다. 그는 미 국방부가 걸프전 참전군인 40만명에게 「피리도스티그마인 브로마이드」라는 반화학무기제제를 실험했다고 주장했다. 걸프전 신드롬이 한창 문제되던 지난해 듀크대학에서 닭에게 이 제제를 투여한 실험결과 걸프전 신드롬 환자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증상이 일어났다는 것. 새이즈 의원과 걸프전 신드롬의 연방정부 배상을 요구하는 퇴역군인 그룹은 당시 반화학무기 제제를 40만 명의 미군들에게 투여하면서 정부가 왜 약품의 부작용와 후유증을 왜 사전에 알리지 않았는지, 그리고 국방 부와 FDA는 왜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약품을 아무 경고없이 투여해 결과적으로 참전군인들을 실험대상으로 했는지를 성토했다. (주간동아 같은 호)
자국의 소수계인 흑인들, 제3세계권의 후진국 국민, 나아가 자국 군인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저지른 미 연방정부가 시도 때도 없이 다른 나라들에게는 「인권보장」을 요구하고 테러단체로부터 자국국민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이라는 것을 단면적으로 나타내 주는 사건들이다.
나날이 거세어 지는 세계 각국의 반전, 반미행렬의 힘에 밀려 주춤하는 미국은 탄저병 테러라는 또 하나의 대중동 공격의 명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누구의 짓인지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지도 정확히 밝혀진 바 없고, 설사 테러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테러의 원인을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을뿐인 미국이 탄저테러 공포의 확산을 통해 자신의 패권장악을 위한 대 중동 공격을 정당화 하려는 것은 정말로 역겨운 위선이다. 이는 아랍권에 대한 대규모 보복공습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의 죽음을 보상하거나 또다른 테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정부의 거짓말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들에 다름 아니다. 과거에, 그리고 지금도 자신들이 행하고 있는 엄청난 학살들을 정당화 하려는 미국의 위선을 모든 사람들에게 폭로하고 미지배자들이 전세계에서 행하고 있는 미친 짓들을 하루빨리 끝장낼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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