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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조(曹操)의 철군(撤軍) -
한편, 서주성(徐州城) 공격(攻擊)에 나선 조조(曹操)는 공성 장비(攻城裝備)인 전투 마차(戰鬪馬車)가 도착(到着)하자 이튿날 아침부터 대대적(大大的)인 공격에 나섰다. 성벽(城壁)을 향(向)하여 돌덩이와 불덩이를 얹은 투석기(投石機)가 연달아 발사(發射)되고 검차(劍車)에서는 십여 발의 창(槍)과 화살이 동시(同時)에 성(城) 안을 향하여 계속 날아갔다.
공성 장비(攻城裝備)
이와 동시(同時)에 커다란 방패(防牌)를 손에 든 병사들이 방패 뒤로 숨어서 창(槍)을 꼬나 쥔채 성벽(城壁)으로 접근(接近)했다.
조조(曹操)
그 뒤에는 성벽(城壁)을 타고 넘을 삼 장(三丈)이 넘는 사다리를 든 병사가 뒤따라 왔다.
성(城) 안 곳곳에서는 조조군(曹操軍)이 계속(繼續)하여 쏘아 대는 불화살로 인해,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처럼 조조(曹操)의 공성군(攻城軍)이 성벽(城壁)으로 접근(接近)해 가자 성루(城樓)의 서주군(徐州軍)은 돌과 끓는 물을 연실 퍼부어서 성(城) 안팎은 일대(一帶) 혼란(混亂)의 도가니가 펼쳐졌다.
전투(戰鬪)가 한참 무르익었을 때, 별얀간(瞥眼間) 조조군(曹操軍) 후미(後尾)가 시끄러워졌다.
"무슨 일이냐?" 조조(曹操)가 측근(側近)에서 호위(護衛)하고 있는 순욱(荀彧)과 조인(曺仁)에게 물었다.
그러자 소란(騷亂)이 일어나는 곳을 유심(有心)히 지켜보던 순욱(荀彧)이,
"주공(主公)! 도겸(陶謙)을 돕는 자들이 있습니다!" 하고 소리쳤다.
"누구요? 원소(袁紹)요? 아니면, 원술(袁術)...?"
순욱(荀彧)은 한참을 더 유심히 살펴보다가 말한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구야?"
그러자 조인(曺仁 : 조조의 사촌)은 시끄러운 소란이 일고 있는 후미(後尾)로 말을 달려갔다.
그곳에는 자신(自身)도 처음 보는 젊은 장수(將帥)가 선두(先頭)에 나서서 자기네 편 군사들을 가차 없이 공격(攻擊)하고 있었는데 그 장수(將帥)는 날래기는 독수리요, 용맹(勇猛)함은 호랑이였다.
"저게 누구냐?" 조인(曺仁)은 수하 병사에게 물었다.
"너무 멀어서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조인(曺仁)이 몸소 말을 달려 가까이 다가가보니, 젊은 청년 장수 하나가 창(槍), 칼(劒)을 번개 치듯 휘두르는데 대적(對敵)하는 자기네 편 병사들이 그 앞에서 마치 바람 앞에 낙엽(落葉)처럼 뒹구는 것이 아닌가?
크게 놀란 조인(曺仁)이 선봉(先鋒) 장수(將帥)의 후미를 유심(有心)히 살펴보니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에는 평원령(平原領)이라고 쓰여있는 것이 아닌가?
"평원령(平原領)이라 유비(劉備)가 아닌가?"
조인(曺仁)은 깜짝 놀라며 급(急)히 조조(曹操)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주공(曺仁)! 후미(後尾)에서 소란(騷亂)을 일으킨 자는 평원령(平原領) 유비(劉備)와 관우(關羽), 장비(張飛)입니다." 하고 보고(報告)를 하였다.
"뭐야, 유비(劉備)? 기껏해야 수 천 군사(軍事) 밖에 없는 자가 감(敢)히 나에게 대적(對敵)을 해?"
"맞습니다. 유빕니다." 이번에는 깃발을 확인(確認)한 순욱(荀彧)이 말했다.
이때, 서주성(徐州城) 성루(城樓)에서는 성주(城主) 도겸(陶謙)과 그의 아들 도공의(陶公義)가 성(城) 밖의 전투(戰鬪) 상황(狀況)을 지켜보며,
"지금 조조(曹操)의 대군(大軍)과 맞부딪쳐, 조금도 밀리지 않는 저 군사(軍事)들이 누구냐?"
그러자 도공의(陶公義)가 깃발을 살펴보며 말한다.
성주(城主) 도겸(陶謙)
"평원령(平原領) 깃발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비군(劉備軍인) 것 같습니다."
"유비(劉備)? 이런 고마운 일이 있나? 원소(袁紹), 원술(袁術)도 우리를 구원(救援)하러 오지 않았는데 평원령(平原領) 유비(劉備)가 청(請)하지도 않았는데 우리를 도우러 오다니..."
성(城) 밖의 조조군(曹操軍)은 후미(後尾)로부터 선봉장(先鋒將) 조자룡(趙子龍)은 물론, 관우(關羽), 장비(張飛), 유비(劉備)로부터 뜻하지 않던 공격(攻擊)을 받게 되자 공성(攻城) 작전(作戰)을 전환(轉換)하여 후미(後尾)로 접근(接近)해 오는 평원군(平原軍)을 정면(正面으)로 맞아 싸우기에 골몰(汨沒)하였다
조조(曹操)
이런 모습을 지휘차(指揮車)에서 지켜보던 조조(曹操)가 일갈(一喝)한다.
"유비(劉備)? 미친놈이구먼! 간(肝)이 부었군!"
그러자 후미(後尾)에서 번개같이 밀고 쳐들어오는 평원군(平原軍)을 살펴 보던 순욱(荀彧)이 말한다.
"만만히 보면 안 되겠습니다. 유비(劉備)와 관우(關羽), 장비(張飛)까지 함께 나타난 것을 보니 유비가 아무런 준비(準備)도 하지 않고 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관우, 장비 뿐만 아니라 선두(先頭)에는 걸출(傑出)한 맹장(猛將)이 또 하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자 조조(曹操)가 탄식(歎息)하듯 말한다.
"유비(劉備)란 놈은 정말 운(運)도 좋구나, 흥!"
싸움이 격렬(激烈)해지면서도 조조군이 한발짝씩 뒤로 밀리자, 조인이 조조에게 달려와 아뢴다.
"주공! 계속 공격할까요?"
전황(戰況)을 계속해 살펴 보던 조조(曹操)가 빨리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순욱(荀彧)이 간(諫)한다.
"주공(主公)! 소나기가 세찰 때에는 잠시(暫時) 비를 피하는 것도 좋은 것이니 오늘 전투(戰鬪)는 잠시 숨을 고르는게 좋겠습니다." 하고 말을 하니,
조조(曹操)는 그때서야,
"조인(曺仁), 서서히 물러나며 적(敵)을 유인(誘引)하도록 명령(命令)해라." 하고 말하였다.
조조(曹操)
"알겠습니다."
조인(曺仁)은 뒤로 돌아서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후미(後尾),로 말을 달려가며 소리쳤다.
"후퇴(後退)하라! 후퇴하라!"
성 안에서 조조(曹操)의 공격(攻擊)을 막아 내느라고 악전고투(惡戰苦鬪)를 거듭해 오던 도겸(陶謙)의 군사(軍事)들은 평원령(平原領) 유비(劉備)의 지원군(支援軍) 출현(出現)으로 갑자기 사기(士氣)가 왕성(旺盛)해졌다. 그리하여 조조군(曹操軍)이 퇴각(退却)하는 것을 보자 성문(城門)을 활짝 열고 퇴각(退却)하는 조조군(曹操軍)의 뒤를 쫓으려고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유비(劉備)가 만류(挽留)한다.
"적(敵)들이 공격(攻擊)을 멈추고 퇴각(退却)하고 있으니 무리하게 추격(挽留)하는 것은 좋지 않소! 우리가 수적(數的)으로 불리(不利)하니 쫓지 말고 수성(守城)을 하는 것이 좋겠소이다. 어서 성(城) 안으로 들어갑시다."
이리하여 유비(劉備)는 관우(關羽), 장비(張飛), 자룡(子龍)과 함께 조조군(曹操軍)의 추격(追擊)을 멈추고 서주성으로 입성(入城)하였다.
그러자 서주성(徐州城) 방어(防禦)에 전력(全力) 을 기울이던 팔 천여 명의 병사들과 이들을 돕던 수많은 서주 군민(郡民)들은 평원령(平原領) 유비(劉備)를 맞아 기쁨의 환호성(歡呼聲)을 올리고, 연이어 만세(萬歲)를 부르는 것이었다.
도겸(陶謙)은 몸소 유비(劉備) 앞으로 달려 나와,
"군사(軍事)들과 군민(郡民)의 저 기뻐하는 소리를 들어 보시오. 유 장군(劉將軍)은 오늘로서 우리 서주(徐州) 만백성(萬百姓)의 구세주(救世主)가 되었소이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소이다. 자, 어서 들어가십시다. 뭐 하느냐? 어서 유 장군을 모시지 않고?" 하며 부하 참모(參謀)들에게 말했다.
이리하여 전승(戰勝) 연회(宴會가 도겸(陶謙)의 집정전(執政殿)에서 조촐하게 벌어졌다. 이 자리에는 중앙에 도겸이 자리하고 좌측에는 서주성(徐州城) 각부(各府) 참모(參謀)들이 각상(各床 )앞에 자리하였고, 우측에는 앞쪽에는 유비(劉備가) 그 뒤로는 관우(關羽), 장비(張飛)와 자룡(子龍)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서주 자사 도겸(陶謙)
그 자리에서 도겸(陶謙)이 말한다.
"조조의 대군이 서주로 접근하면서 우리가 생사의 기로에 처했을 때 각지 제후들에게 원군을 요청했으나 수 십만 대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 하나 우리를 돕지 않았소. 한데, 유현덕 장군은 우리의 원군 요청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지는 순간, 고작 오천 군사만으로 철통같은 진영의 조조군을 뚫고 위기의 서주를 구하였소. 현덕...! 내가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소!"
유비(劉備)
도겸(陶謙)이 말미에 유비(劉備)를 부르며 쳐다보자 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겸을 향하여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였다.
그러고 나서 입을 열었다.
"도공! 천하가 크고 넓다고 하나, 오직 도 공만이 너그럽고 어진 인품으로 백성들을 다스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도공 같은 인덕을 가진 분이 천하에 살아남지 못한다면 이 나라에는 어떤 희망이 있고, 또 한실(漢室)은 어찌 부흥할 수가 있겠습니까? 오늘 서주(徐州)를 돕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세상의 양심(良心)과 정의(正義)를 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도겸(陶謙)은 술 잔을 높이 들며 말한다.
"좋은 말씀이오. 자, 잔을 비웁시다!"
"도공(陶公)을 경애(敬愛)하며 잔을 들겠습니다."
유비(劉備)가 이렇게 말을 하며 도겸을 향해 잔을 들어 보인 후 잔을 비우자.
일동은 잔을 들어 서로의 눈을 맞춘 후,
"드십시오!" 하고, 만족한 미소와 뿌듯한 성취감에 젖은 얼굴로 승리와 고마움의 축배를 함께 들었다.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도겸(陶謙)이 유비(劉備)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이제, 내가 서주(徐州)를 이끌고 나가기에는 덕망(德望)도 부족(不足)하고 기력(氣力)도 쇠진(衰盡)하여 어지러운 천하에서 서주의 땅과 백성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한실이 부흥하려면 그대 같은 영웅이 서주를 맡아야 하겠소."
도겸(陶謙)은 이렇게 말하면서 손짓을 해 보이자 도공의가 서주목의 인장함(印章函)을 두 손으로 공손히 들고 나타나 유비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도겸(陶謙)은 계속 말을 이어가는데,
"하여, 내가 내일 조정(朝廷)에 상주(上奏)하여 그대를 서주목에 추대(推戴)하기로 하였소."
도겸(陶謙)의 입에서 그와 같은 말이 떨어지자, 유비(劉備)는 황급(遑急)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읍(揖)하였고, 관우(關羽), 장비(張飛), 자룡(子龍)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겸을 향하여 반쯤 허리를 굽혔다.
"그건 안 됩니다." 유비(劉備)의 대답은 짧고 강경(強勁)했다.
그러자 도겸(陶謙)은,
"안 될 게 뭐 있소? 조조 같은 간웅조차 서주(徐州)를 갈취하려는 마당에 그대는 한실의 종친으로써 덕행(德行)과 자질(資質) 모두가 왕실(王室)의 기품(氣稟)을 모두 갖추었는데 왜 서주(徐州)를 영도(領導)할 수 없다는 거요?"
유비(劉備)가 다시 말한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태수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온 것이지 다른 욕심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 그러나 현덕, 귀공은 한나라 종실(宗室)의 혈통(血統)을 이어 받은 사람이 아니오?
천하의 소란(騷亂)을 진정시켜 어지러운 사직(社稷)을 바로잡을 사람이 현덕, 귀공 이외에 또 누가 있겠소.
나 같은 늙은이가 부질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백성들을 안전하게 지키지 못한다면 큰 잘못이오.
그러니 나의 조그마한 지위나마 물려줄 사람은 현덕, 귀공밖에는 없는 것이오! 부디 나의 부탁을 들어 주시오."
도겸(陶謙)의 말에는 진심(眞心)이 담겨 있었다. 소문에 듣던 바와 같이 그는 지혜(智慧)롭고 인자(仁慈)한 인품(人品)의 명 태수였다.
그러나 유비(劉備)는 여전히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아직 나이가 젊어서 태수님 같은 덕망(德望)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덕이 부족한 태수를 모시는 것은 백성들의 불행입니다. 하여, 저는 감히 뜻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관우(關羽)
그러자 유비(劉備)의 등 뒤에 서있던 관우(關羽)와 장비(張飛)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우리 형님은 쓸데없는 사양을 하고 계시단 말이야.... 주는 자리를 고맙게 받아 두면 좋을 텐데, 왜 저러실까!)
하고 적이 실망스러워하였다.
이렇게 도겸과 유비(劉備)가 서로 권하고 사양하는 모양을 보고 도겸의 가신 미축이 말한다.
"아직은 조조군이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 오니 그런 문제는 추후로 미루시고 우선 적을 물리칠 논의부터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도겸과 유비(劉備)는 그 말을 옳게 여겨 즉시 조조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유비가 말한다.
"우리가 용맹한 장수가 있어 싸워서 물리치는 것도 좋겠지만 저들은 우리보다 수적으로 많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여, 생각건대 조조(曹操)에게 글을 보내어 화해(和解)를 청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난들 어찌 싸우기를 원하겠소."
도겸도 즉석에서 좋다 하여 유현덕의 이름으로 조조(曹操)에게 화친의 글을 보내기로 하였다.
조조(曹操)는 유비(劉備)의 글을 받아 보고 크게 노하였다.
"뭐? 개인적인 원한을 갚으려 하지 말고, 나라를 바로잡는데 힘쓰라고? 유비 따위가 제가 뭔데 감히 나에게 방자스러운 소리를 하는 거야.... 여봐라! 서신을 가져온 놈부터 목을 베어라!"
하고 명하고 돌아서는데 조인이 급히 달려오며,
"주공, 큰일 났습니다. 우리가 연주를 비우고 원정을 떠난 사이에 여포(呂布)가 우리의 본성인 연주로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다고 합니다." 하고 숨 가쁘게 말한다.
조조(曹操)는 그 소리에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여포(呂布)가 조조(曹操)의 본거지인 연주로 쳐들어 오게 된 데는 이런 과정이 있었다.
얼마 전, 죽은 동탁의 심복인 이각에게 쫓겨 중앙의 대권을 빼앗긴 여포는 일시 원술에게 들렀다가 얼마 뒤에는 진류 태수(陳留 太守) 장막(張邈)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여포(呂布)가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적토마를 타고 교외를 한 바퀴 돌고 있노라니까
누군가 그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요즘은 천하의 명마가 부질없이 살만 찌고 있습니다그려!" 하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여포(呂布)는 괘씸하게 여기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 사람아! 어째서 내 말이 부질 없이 살만 찌고 있단 말인가?"
"말은 천하의 명마인 적토마인데,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여포(呂布) 장군이 군웅(群雄)이 할거(割據)하는 이 시기에 할 일 없이 놀고만 계시니, 말이 살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
여포(呂布)는 화를 내려다가 사내의 말의 의미가 뜻하는 바가 있음을 알아채고 정중히 물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이기에 나를 이런 눈으로 보는가?"
"소인은 진궁(陳宮)이라는 무영 지사올시다."
"진궁(陳宮)...? 그렇다면 조조(曹操)를 도와주기 위해 현령(縣令)의 벼슬을 버리고 함께 도망쳤다던 그 사람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아, 그런 줄은 몰랐는걸... 그런데 당신은 지금 무슨 뜻으로 나에게 그런 말을 하였소?"
"장군께서는 이런 훌륭한 명마를 가지고 남의 집 식객으로 일생을 보낼 생각은 아니시겠죠? 우선 그 대답부터 듣고 싶습니다."
"그야 물론 남의 집 식객 노릇이나 하면서 일생을 보낼 내가 아니지 다만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오."
"그런데 장군이 기다리고 계신 그, 때라는 것이 지금 눈앞에 왔는데 아직 그것을 못 보셨습니까?"
"뭐요? 그때가 왔다니 도대체 무얼 말하는 것이오?"
"지금 조조(曹操)는 군사를 대거 이끌고 서주 토벌을 하고 있어서 연주는 주인 없는 뱃사공만이 지키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연주를 전격적으로 기습하면 큰 힘들이지 않고 방대한 영토를 얻게 될 텐데 아직 그것을 모르셨습니까?"
여포(呂布)는 진궁(陳宮)의 말을 듣자 가슴이 울렁거렸다.
"과연 옳은 말씀이오. 그대의 말씀으로 나는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 같소."
어느덧 여포(呂布)가 진궁(陳宮)을 대하는 태도는 <해라에서, 하여로> 바뀌었다.
이리하여 여포(呂布)는 진류 태수의 군사를 빌어 커다란 저항을 받지 아니하고 연주를 점령하게 되었다.
조조(曹操)는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자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며 서주 원정길에 오른 것을 크게 뉘우쳤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뉘우치고 있을 조조가 아니었다.
사태가 위급할수록 기발한 착상을 민첩하게 해 내는 유일 무의한 사람이 조조(曹操)가 아니던가?
그는 즉시 부하를 불렀다.
"여봐라! 아까 유비(劉備)가 보내왔던 사자(使者)는 벌써 죽여 버렸느냐?"
그러자 조인이 대답한다.
"지금 죽이려고 군문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중입니다."
"그거 참 다행이로구나 급히 나가서 그 사자를 정중히 안으로 모셔라."
조인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부리나케 군문 밖으로 달려나가 유비의 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조조(曹操)는 유비(劉備)의 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까는 내가 얼떨결에 화를 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유 장군의 말씀이 옳았소. 나는 유 장군의 제의대로 군사를 거느리고 연주로 돌아갈 터인즉, 당신은 속히 돌아가 나의 뜻을 유 장군에게 전하시오."
조조(曹操)는 이렇게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난 뒤, 유비(劉備)의 사자를 융숭히 전송하고, 그 길로 전군을 연주로 퇴각시켰다.
삼국지 - 65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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