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카밤바에서 만난 106세 노인.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누구나 나이가 먹으면 늙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과 욕망이다.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인 남미의 빌카밤바,그루지아의 캅카스, 불가리아의 로도피산맥, 파키스탄의 훈자,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캄포디멜라, 프랑스의 카오르, 일본의 오키나와, 중국의 바마와 루가오 등 10곳을 둘러보았다.
신성한 장수 마을 에콰도르 ‘빌카밤바’
장수마을 중 처음 찾아 간 곳은 빌카밤바였다. 빌카밤바(Vilcabamba)는 남미 대륙의 북서쪽에 위치한 에콰도르에 있다.빌카밤바는 인디언의 말로 ‘신성한 마을’이라는 뜻이다. 마을은 해발 1,500m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마을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의 가운데에 있었다. 마을 이름처럼 마을 전체가 성스러운 기운이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빌카밤바에서 만난 아고스틴 할아버지의 나이는 106세. 우리가 방문했을 때 할아버지는 밭 사이를 직접 걸어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할아버지의 부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할아버지는 가족이 없이 혼자 살고 있었다. 외로워 보이는 할아버지 곁을 새끼 고양이가 지키고 있었다. 그는 혼자 텃밭을 가꾸고 텃밭에서 나오는 신선한 채소로 직접 요리를 해서 먹고, 마당에 있는 레몬, 오렌지, 아보카도 등의 과일 나무에서 직접 과일을 따 먹는다고 했다.
이곳 노인들은 단순하게 밭에서 일을 하며 마른 체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찍 나가보니 할아버지들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가파른 길을 30분 정도 걸어서 옥수수나 유카 등을 수확해 오고 있었다. 그 사이 할머니들은 집 근처의 이곳저곳에서 계란을 모은다고 했다. 아무도 자동차나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았다. 단지 걸을 뿐이었다. 빌카밤바 지역에서도 다른 장수마을과 마찬가지로 이곳 노인들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활발하게 일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노인들의 대부분은 가공식품을 이용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대부분의 음식을 바로 텃밭에서 수확해서 요리하여 먹고 있었다. 그들의 밥상은 초라하고 가난해 보였지만 실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장소에서 농약 없이 자란 질이 좋은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질이 좋은 신선한 음식의 섭취, 이것이 바로 그들이 장수 비결 중 하나인 것이다.
우리의 먹거리 현주소
우리가 먹는 먹거리의 약 70%는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2008년도 통계청에서 조사하여 발표한 사회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87%가 수입 농산물의 농약 오염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오염된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금방 우리 몸에 어떤 징후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먹는 먹거리가 오염되어 있음에도 당장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먹게 되면 독성물질이 우리 몸에 서서히 축적되어 우리 몸을 해치게 된다.
우리가 먹는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식품첨가물이 첨가되지 않은 식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식품첨가물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맛이나 모양을 아름답게 하고,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방부제, 인공색소, 인공향료, 인공감미료, 산화방지제, 팽창제, 화학조미료 등의 화학물질을 의미한다.
아무리 첨가물이 들어 있는 식품을 피하려 한다 하더라도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한 피해갈 방법이 없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섭취량을 줄일 수는 있다.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노력
가장 좋은 방법은 색이 너무 아름답거나 모양이 지나치게 깨끗한 식품, 유통기간이 너무 긴 식품 등은 인공색소나 방부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구입을 자제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확실하게 식품첨가물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가공식품을 먹는 대신에 집에서 유기농 식재료를 이용하여 직접 조리해서 먹는 것이다. 집에서 요리할 때에는 화학조미료를 사용하기보다는 옛날 방식으로 다시마와 멸치, 버섯 등을 오랫동안 끓여 국물을 내서 먹어야만 한다.
장수마을 사람들은 깊은 산속에서 고립되어 살다보니 자연히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음식을 먹고 있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은 장수마을 사람들처럼 유기농으로 직접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리 몸에 들어가는 먹거리만큼은 좋은 것을 선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어 아파트의 베란다나 주말 농장 등을 이용해 한 두 가지 농작물이라도 재배해 보도록 하자. 이렇게 직접 재배한 작물을 먹다보면 옆에서 누가 강조하지 않아도 스스로 먹거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오염되지 않은 자연식품을 구입해 먹어야 한다. 진정 장수하고 싶다면 말이다.
강릉원주대학교 이원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