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주인아(손예진)는 FC바르셀로나를 좋아하고 남편 노덕훈(김주혁)은 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매번 엘클라시코 때마다 각자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내가 FC 바르셀로나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저항정신 때문이라고 합니다. 스페인의 군부 독재 시절 집권자 프랑코는 정부의 예산을 써서 레알 마드리드를 지원했습니다. 그 덕택에 레알 마드리드는 당시 걸출했던 스타플레이어 푸스카스(헝가리)나 디 스테파노(아르헨티나, 스페인) 등을 영입하고 UEFA 챔피언스 리그를 5회 연속 석권하는 최고 전성기를 달렸습니다. 스페인 내전 이후 1975년 사이에 바르셀로나는 약 21년간 프리메라리그 무관의 치욕을 겪었고, 레알마드리드는 21년 동안의 무관 시절을 없애며 리그 최고 그리고 유럽 최고의 클럽으로 등극했었습니다.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바르셀로나 출신의 저항 인사나 민주화 인사들을 철저히 탄압하면서도 FC 바르셀로나를 남겨둔 이유는 순전히 축구 관전상의 대치구도(그 경기가 가장 재미있으므로)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바르셀로나 및 카탈루냐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저항의 수단이 되어버렸던 셈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모토가 탄생했었습니다. "클럽 이상의 클럽"
(일화 : 프랑코 장군은 바르셀로나로 이적을 하려던 디 스테파노를 스페인스포츠위원회를 동원해 묶어버린 후 레알마드리드로 강탈하고 향후 외국인 선수를 금지하며 철저히 바르셀로나의 성장을 막아버렸습니다. 이 일을 기준으로 21년간 바르셀로나는 무관의 불명예를 레알마드리드는 21년간의 무관을 청산합니다.)
요즘 TV에서 등장하는 FC 바르셀로나의 모습은 이러한 모토를 잘 지키는 것 같습니다. 기업 스폰서 대신에 가슴에 붙은 광고 UNICEF. 아무나 클럽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결국 수익성을 목표로하는 프로 축구 구단이 수익(스폰서)보다 사회 공헌(기부)에 중점을 둔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항 시기에 FC 바르셀로나는 살바르도 달리와 같은 예술가를 후원해줬고, 그 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은 피카소 미술관보다 더 유명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정말 이들은 매력적인 클럽이 된 것 같아보입니다. 메시를 비롯하여 2010년 남아공을 석권한 스페인 대표팀의 주축까지 보유한 FC 바르셀로나는 클럽으로서도 최고의 자리에 있고, 그들의 '아들들'도 최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영광의 이면에는 또 다른 '배신'이 있더군요.
우즈베키스탄 리그의 분요드코르(Bunyodkor)는 '창조자'라는 이름의 우즈벡어 팀입니다. 팀이 생긴지는 단 5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우즈벡 리그에서는 최고의 클럽이 되었고, 작는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포항 스틸러스와 맞붙은 바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FC XX로 오게 된 2008 AFC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제파로프가 이 팀의 선수였죠. 그런데 이 팀은 참 기적과 같은 팀입니다. 창단 5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1년 만에 2부에서 1부로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1부리그를 석권하게 됩니다. 그것도 무패행진으로 말이지요. 그리고 아시아지역 최고의 자금력을 가진 중동의 사우디리그나 일본의 J리그도 감히 영입하지 못 하는 선수를 영입하려고 합니다. FC 바르셀로나의 사무엘 에투(Samuel Eto'o)였습니다. 5년 차 신생 클럽이 카메룬은 젊은 이 선수에게 건낸 제안은 2-3개월 단기 계약으로서 2500만 달러였습니다. 유럽에서도 이렇게 제안할 수 있는 클럽은 많지 않았지만 에투는 이 클럽의 제안을 타슈켄트까지 날아가서 정중히 거절하게 됩니다. 돈보다는 명예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분요드코르의 꿈은 결국 성공하게 됩니다. 2002년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브라질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2004년 유로 준우승 및 2006년 월드컵 4위 기록)과 간판 스타 히바우두를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FC 바르셀로나와 3년간 파트너 쉽을 체결했습니다.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나 푸욜 같은 선수는 1년 중 2~3일을 타슈켄트에서 보냅니다. 그들은 그 기간 도중 축구 클리닉을 열고 약 70만 달러의 일당을 챙기는데, FC 바르셀로나로 유입되는 우즈베키스탄의 자본들이 얼마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FC 바르셀로나의 의장들만이 알겠지요. 이러한 파트너쉽의 성과라고 할까요? 엠블럼도 유사하게 제작됩니다. 브라질의 지코도 이 팀의 감독으로 재직한 적도 있습니다. 이쯤되면 AFC 내에서 가장 막강한 자본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 팀의 구단주는 누구일까요? 위키피디아에서는 이소바 아크바로프라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실제 구단주는 따로 있습니다. 굴라나 카리모프(Gulnara Karimov)입니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Islam Karimov)의 장녀입니다. 그녀의 직업은 디자이너, 외교부 문화담당 차관 및 스위스 대사, 사업가입니다. 이 팀의 스폰서는 절반 이상이 천연 가스 회사와 원유회사입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얼마 전 안리잔에서 우즈베키스탄인 1천 여명을 학살했었습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라며 시위대에게 무장 군대를 투입 학살했던 것입니다. 안디잔 사태 바로 전 노무현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서 카리모프와 함께 샴페인을 터트렸었습니다. 자원외교의 성과라는 치적에 묻혀 그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것이지요. 그리고 4년 뒤 4주년이 되는 시기에는 카리모프가 청와대에 방문했었습니다. 카리모프는 우즈베키스탄의 독재자입니다. 자원을 바탕으로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데, 그러한 부패 이후 '빵과 서커스'라는 통치기술로서 분요드코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슈퍼클럽의 탄생, AFC의 석권, FIFA 월드클럽챔피언쉽의 우승을 목표로 삼은 것이 다름 아닌 그러한 이유입니다. 수도인 타쉬켄트 이외의 지역은 소외되었고, 다른 인종들은 차별받고, 억압을 받는 상황입니다. 그들이 사무엘 에투나 히바우두, 스콜라리를 영입할 자본이라면 우즈벡의 실업률 40%를 급격히 낮출 수도 있었습니다. 굶어죽는 아이들을 살려낼 수 있었을 것이고, 다른 종교인들의 화합을 위해 더 좋은 정책을 개발할 수도 있었겠지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분요드코르를 이길 수 있는 축구팀은 없습니다. 오심과 편파판정 그리고 심지어 분요드코르 내에서도 선 수 개인 응원가를 부를 수 없습니다. 오로지 카리모프와 팀 응원가만을 부를 수 있는 것이지요.
불과 수십여년 전 프란시스코 프랑코로부터 억압을 당해왔던 FC 바르셀로나. 편파판정으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에게 왕좌를 빼앗기고, 카탈루냐어도 금지당했으며, 구단주가 살해당했고, FC(최초의 구단주가 잉글랜드인이어서 Football Club을 씁니다) 대신 카스티야식인 CF(Club de futbol : 레알마드리드가 CF를 씁니다.)로 강제 개명 당했습니다. 그걸 까맣게 잊어버린 채 독재자를 도와 강자의 편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했던 행동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스페인의 명문 구단 그리고 2008-2009 UEFA 챔피언 FC 바르셀로나. 겉으로는 UNICEF를 후원하며, 사회에 공로하지만 반대로는 우즈베키스탄의 독재자를 돕고 있습니다. '빵과 서커스'에 당했던 그들이 '빵과 서커스'를 돕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들은 "클럽 이상의 클럽"이 아닌 "클럽이기를 포기한 클럽"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덧. 저는 레알마드리드 팬은 아닙니다. FC 바르셀로나를 더 좋아했었습니다.
덧2. 오늘 FC바르셀로나가 K리그 올스타와 붙는다고 합니다. 스페인 수교 60주년 기념 이벤트로 말이지요. 카탈루냐의 팀이라서 그들이 이번 이벤트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것쯤은 충분히 이해하겠습니다만은 오만하기 짝이 없네요.
덧3. 후안 사마란치 회장이 FC 바르셀로나의 팬이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 올림픽이 마드리드보다 바르셀로나가 선택되었던 것입니다.
덧4. 오늘은 K리그 올스타를 응원합시다. 국제적으로 그들의 명성에는 딸리지만 저런 오만방자한 클럽이기를 포기한 클럽에게 지면 더 억울하지 않을까요?
첫댓글 재밌는 스토리가 있었군요
좋은내용 잘읽었습니다.
이왕 하기로 한거 5:0으로 k리그 올스타가 이기길 응원 해야겟네요 ㅎㅎ
(참고로 부산선수도 2명 바키도,김창수 선수도 등록되었네요 화팅 ㅎㅎ)
4:1 승리. 아르헨티나한테 당한 스코어로 이겼으면 좋겠네요.
아~ 창수랑 바키도 있었네요. ㅎㅎㅎ 정정할께요.
이런일이 있었군요. 작년 아챔때 중계에서 그냥 대통령의 딸이 관련되어있다고 중계진이 얘기해서 그런줄로만 알고있었는데 뒤가 구렸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바르샤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편이였는데 요 근래 있었던 각종 사건이나 논란으로 정내미 떨어져 가고 있었는데 이번 올스타전건으로 바르샤 안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바르샤를 좋아하시는분들이 많이 계신가요? 아님 단지 잘하니깐 그 이유를 덧붙이는걸까요 ? 정작 집안문제에는 강불구경하듯하시는분들의 남의 집안 문제로 인하여 좋아한다는것이 허울좋은 겉치레를 두르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 요즘입니다. 바르샤팬분들은 분요드코르와 연계시키는걸 굉장히 싫어하시더군요. 안티바르샤팬이 조작한거라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인정하지 않아요
저는 발만데라마님의 글의 요지를 모르겠네요. 뭔가 덜 쓰신 듯 합니다.
바르샤팬들의 아이러니를 지적한것입니다.
이런 축구상식은 매우 유익하군요. 감사합니다.
분요드코르가 돈많은 부자구단인줄로만 알았지 저렇게 피비린내 풍기는 팀인줄을 몰랐군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글쓰신 요지도 공감이 가네요
본문과 댓글에서 연고이전팀호칭에 반하는 표현이 있다면 수정되어야합니다.
다른곳에서 옮겨온것일지라도 마찬가지구요.
수정하셨는지 제가 찾기가 어렵네요.
전혀 알지못했던 이야기를 다뤄주셨군요. 잘읽었습니다. 분요드코르가 저런 클럽이었군요...
저희 사내 게시판에 퍼가도 될까요? 물론 출처는 밝히겠습니다.
역시 남의집 가정사(?)는 속속들이 알수 없는거군요..
겉으로 평화로워보이는 가정이라.. 쩝..
바르샤를 좋아하는 사람중에 한명인데.. 씁쓸하군요..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