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대학서열은? :
이만의(李萬儀ㆍ63) 환경부 장관은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충실한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환경ㆍ행정 등 3개 분야의 대학원을 마쳤다. "20년 전 서울대 공대에서 가르치던 학과 수준이 지금은 고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온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지속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이명박 정부'의 17개 부처 수장 가운데 광주ㆍ전남 출신 현직 장관은 그와 무안이 고향인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단 2명이다. 부단한 자기계발이 '오늘의 이만의'를 만들었는 지 모른다. 중앙부처와 시ㆍ도의 요직을 거치면서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요즘 '저탄소 녹색성장의 전도사'를 자처한다. 그래서인지, 환경부 전 직원들에게 7월부터 금연을 하도록 주문해 애연가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달 19일, 광주에 온 이 장관을 상무지구 한 식당에서 만났다.
-지난해 집무실에서 만난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호남출신 장관이라고 설움을 받지나 않은지.
△환경부 과장급(4급) 이상 간부 중 호남출신(광주ㆍ전남북)이 45%나 됩니다. 이를 두고 타 부처에서는 호남출신 장관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웃자는 얘기이긴 하지만, 이런 말은 들으면 (호남출신이기 때문에)'힘 없는 부처'에 몰려있는 거 아니냐고 맞받아칩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달콤한 장관보다는 당당한 장관이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들어 호남사람들은 여러 부문에서 소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은 데.
△호남의 인구감소 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고, 대학도 정원 채우기가 어렵습니다. 호남지역민들은 보다 진취적이고 세계화의 마인드를 가졌으면 합니다. '적게 먹고 가는 똥 싼다'라는 식으로 패배주의에 물들고,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면 발전이 없습니다. 지속적인 발전을 하는 영남을 바라만보고 있으면 패배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또한 관용하는 게 최종 승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ㆍ18을 두고 본다면, 이 상처를 승화시켜 진정한 화해와 용서로 이어질 경우 '큰 호남'이 됩니다.
-환경대학원을 수료한거나 환경부 차관,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등의 경력을 보면 환경부문과 인연이 깊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개인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문을 배우면서 '자연숭배사상'이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연의 위대성을 생각하면 인간은 일시적으로 왔다가 떠나는 '배우'가 아닌지…. 공직에 들어와서도 사무관 시절인 76년 벤쿠버 환경회의 등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자연스레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새마을운동 관련 부서에 일하면서 환경의 가치에 대한 눈을 더 뜨게 된 것 같습니다.
-7월부터 환경부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연운동을 펼치는 데 계기가 있다면.
△일부 흡연 직원들 사이에서 '개인의 기호를 강제하다'라는 불만도 있는 걸로 아는 데, 금연운동은 우선 개인건강을 위해서입니다. 건강해야 업무도 더욱 충실해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직원들에게 '금연하겠느냐'라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아예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지만, 흡연자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안겨줍니까.
-여천시장, 목포시장 등 일선 행정 책임자로 있으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얘기도 많았을 텐데요.
△92년에 목포시장을 지냈는 데 밤에 혼자 민생현장을 자주 다녔습니다. 당시 허위보고도 많아 이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는 데 후레시로 맨홀을 들춰내고 하수구를 자주 확인했습니다. 준설을 제대로 하지 않아 하수가 고여있으면, 달이 선명하고 온전하게 비춥니다. 이그러진 달이 보일 때는 하수행정이 잘 되고 있다라는 증거죠. 89년 여천시장 재임땐 광양만권 개발 과정에서 삼간도가 없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섬주민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하며 집단시위를 벌이는 등 복잡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을 9차례나 만나고, 한번은 9시간 동안 설득한 적도 있습니다. 여천공단 입주업체 노조가 99%에 가까운 찬성률로 파업결의를 했는데, 사측이 해결하지 못한 노사분쟁에 조정자 역할로 나섰습니다. 노사 모두에게 애국심과 애향심 등을 곁들여 설득해 결국 파업을 취소시킨 기억도 납니다.
-호남출신 장관으로 호남사람이나 공직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은데.
△호남사람을 두고 '너무 느리고 게으르다'라는 말을 합니다. 솔직히 수도권이나 영남지역 대학생들이 더 열심히 공부합니다. 똑같이 노력해도 경쟁에서 이길까 말까 하는 데 그 반대로 간다면 승부가 나겠습니까.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남지역 공무원들이 과연 얼마나 열정을 갖고 봉사한다고 생각하는 지 의심스럽습니다. 민선 들어 줄만 잘서면 요직을 맡는다는 데, 그런 사람이 자기계발에 얼마나 적극 나설지…. 민선군수들이 인재를 키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공직자들이 해외유학을 가지않을려고 발버둥치는 데, 이는 유학을 가면 공직생활의 공백으로 여긴 때문입니다. 이래선 안된다고 봅니다. 우수 인적자원이 낙후된 지역을 만회하는 최첨병인데 인재양성을 하지 않는다면 지역발전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MB정부, 그리고 현 정당구조에서 지역발전 전략을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많을 걸로 아는 데.
△이명박 대통령은 열정과 근면으로 뭉쳐진 CEO(최고경영자)형입니다. 물론 여러 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더 열심히 하면 더 나은 평가를 받는 그런 사회는 분명합니다. 모든 일에 열정이 없으면 성공도 실패도 없습니다. 다만 야당 중심의 지역여건상 지역사회의 백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문제입니다.
-30년 넘는 공직생활에서 얻은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공직자에게 정직은 기본입니다. 조직이나 지역사회의 평가가 중요하지만 양식을 갖고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없어야 합니다. 한 개의 얼굴을 가져야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달리하면 역사를 기만하는 것입니다. 또 겸손해야 합니다. 공직자가 말은 봉사자, 머슴, 섬김 등을 늘어놓지만 실제론 군림하고 있습니다. 겸손해야 고객과 시장에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공직 내부에서도 '그건 제가 했습니다' '전에 했는데요' 등은 오만의 또다른 표현입니다. 특히 후배 공직자들에게 항상 공부하라고 합니다만, 공직자가 자기계발에 소홀하면 그 피해는 고객(국민)에게 돌아갑니다. 부단한 공부를 통해 국민이나 지역사회에 새롭고 앞선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그 사회는 발전합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전도사를 자처하시는 데 이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에너지소비국이면서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경우 지난 100년간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하는 등 지구적 환경ㆍ자원의 위기에 대한 대응능력이 취약한 상태입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러한 도전과제를 극복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제시된 새로운 국가발전 비전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개인적으로도 일회용 휴지사용을 줄이기 위해 손수건 쓰기를 생활화하고 있으며, 주변사람들에게도 적극 권유하고 있습니다. 해외출장시에도 숙소의 수건을 한 장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짧은 거리는 걷고 먼 길은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합니다.
-마지막으로 건강유지는 어떻게 하시고, 장관(정무직)을 하시면서 아쉬운 점은.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할 나이이나 바쁜 일정으로 특별히 챙기질 못합니다. 평소 짧은 거리는 걷고 휴일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건강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 일이 많은 데 정책개발을 위한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역사(먼 미래)를 보고 공부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는 데 정신적 여유가 부족합니다.
대담=양동원 편집국장^사진=김양배 기자 ybkim@jnilbo.com
● 이만의 장관은
담양 출신(46년생)으로 광주일고와 조선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72년 행정고시(11회)를 거쳐 공직에 입문했다. 공직에 몸담으면서도 서울대 환경대학원(환경계획학),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동국대 대학원(행정학) 등에서 공부를 계속한 학구파이다.
내무부 새마을기획ㆍ세정ㆍ재정과장 등을 거친 뒤 여천시장(89년), 광주시 기획관리실장(91년), 목포시장(92년), 제주도 부지사(93년), 광주광역시 부시장(94년) 등 일선 행정경험이 풍부하다.
행정자치부에서 자치지원국장, 인사국장 등 요직을 거친 정통 내무관료이기도 하다. 일처리가 꼼꼼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하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국민의 정부 시절 환경부 차관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는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을 3년간 역임했다.
2007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광주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환경부장관으로 취임했다.
첫댓글 2007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광주선대위원장을 ..ㅋㅋㅋ어째서 한나라당인거냐 영삼이시절 행정부 수장이었다 이거지?
ㅋㅋ그러게 그러니 지금 장관하고있겟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