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동작구 상도동에 살다가 맑은샘학교를 선택하고 양재동으로 이사한 혁준이네
차로 20분 내외 거리지만 하교 후면 많이 피곤했어요.
고민 끝에 잠집을(?) 양재동에서 9개월 만에 다시 과천으로 옮겼지요
그러나 제 직장은 그대로 반포동.
일 마치는 시각이 이미 맑은샘 하교 시간 넘어가니 날아와도 하교 시간에는 못 맞췄어요
혁준이 모둠살이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되었죠.
저는 제가 직장 다니는 어미인 것이 마음 쓰였어요. 다른 친구들 모두 어머니랑 3:30이면 하교하는데 혼자 남을 아이를 생각하니요.
정말 깊이 고민했어요. 내 진짜 욕구를...
- 나는 직장에 계속 다니는 게 맞나?
- 아이는 다른 어른의 손으로 크고?
혁준이를 모둠살이 시키면서 마음이 많이 흔들렸어요. 특히나 낮은샘은 부모가 돌보고, 높은샘은 마을 안에서 자기들끼리 놀며 크는 대안학교에서 혁준이 혼자 남는 때가 많았거든요.
다들 돈을 어떻게 벌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모두 엄청 부자인가... 생각도 해보고요👑
하루는 직장에서 일하는 도중에 ‘혁준이가 엄마 보고 싶다고 운다’는 전화를 받은 적도 있어요. 물론 담임 선생님이시던 김우정 선생님께서 어머니인 내가 많이 놀라지 않도록 미리 알려주시고 아이도 다독이신 후 통화하게 해 주셨지만 퇴근 시각까지 무거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어요.
등교도 아버지와 하고 하교도 모둠살이 후에 하니... 다른 부모와 만나 소통할 수도, 담임 선생님과 편하게 마주칠 수도 없는 시간이었지요. 답답하고 외롭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때 저에게 힘이 되고 위안을 준 것이 모둠살이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물으신다면
너무 좋아요. 모둠살이를 하게 된 것이 참 감사하고요... 그래서 이 글도 남겨두고 싶고요.
맑은샘 김경미 선생님은 좀 특별하세요. (다른 방과후학교 선생님들 비교하는 것은 아니라 하고 싶은데 비교일까요...? 평가가 되었다면 죄송해요... 선한 의도만 보아주세요.)
혁준이가 푸른샘 시절 자기가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이라고 했거든요. (심지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준민이까지도 열리는과 맑은샘 다 합해서 김경미 선생님이 제일 좋다고 했어요.^^;하핫)
저 역시 제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이 되었어요.
하루는 전날 혁준이에게 혁준 아버지와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마음 쓰였어요. 혁준이는 어린이집 다닐 때 부부가 다툰 뒤에는 특히 선생님께 ‘어머니 언제 오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고 들었기 때문에요. 혹시 어머니가 안 데리러 올까 봐 걱정할 아이일 텐데 싶어 선생님께 전달을 부탁드린 적이 있었어요. (부끄럽기도 했지만요.)
혁준이를 정말 사랑하고 언제나 빨리 데리러 가려고 애쓴다는 이야기를요. 엄마 기분과도 상관없고 혁준이가 잘하고 못하고도 상관없다고요. 그리고 불안해할까 봐 마음이 쓰인다는 이야기도요.
그때 주신 뭉클한 답문자에 눈물이 확 쏟아졌었답니다. 저도 혁준이도 다독여주시는 거 같아서요ㅠ
자책하던 엄마 마음에 힘이 나고 안심이 되는 말씀이었어요.
그러고 나서도 오후에 잊지 않으시고
‘아침 공부로 만둣국 만들어 먹고 까맣게 잊은 듯(?) 아주 잘 지내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 주셨어요. 그날의 위로와 따뜻함이 제게 크게 자리 잡았지요.
푸른샘 때는 하교시간만 되면 저는 왜그리 급했을까요?
한 번도 여유롭게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그렇지만 웃긴 건 에미는 허겁지겁 달려가 보지만, 아이는 이보다 여유로울 수 없이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죠. 심지어 더 놀다 가겠다는 말을....🫢
맛난 새참을 먹고 있거나
(가끔 교장 선생님께서 나갔다 들어오실 때 붕어빵 같은 깜짝 먹거리를 사다주시는 것도 보았어요🐟 제비새끼들처럼 머리 맞대고 모여서 참 잘 먹는답니다)
보드게임
비석치기
화단 가꾸기
텃밭일
산책
손끝활동
책읽기도.....
또 다른 하루는 혁준이 새참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혁준 아버지가 분명히 챙겨주었다는데도 말이죠.
학교에 있던 새참으로 잘 해결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집에 데려온 후에 이상하다 싶어 다시(X다시) 물어보았죠.
사연인즉슨 혁준이가 좋아하는 친구, 한울이가 먼저 가니까 자기도 새참 없다고 하면 한울이와 함께 갈 수 있지 않을까 - 원래 마실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취소되었다. 새참 없으니 모둠살이 못 하겠지? -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다음날 지초지종을 말씀드리니 김경미 선생님께서
요런 답을 주셨어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시는데 감사하고 따뜻했어요. 당장 새참 없으면 당황하셨을 텐데요.
덕분에 한울어머니께 마실도 쉽게 부탁드려 보고요. 그런 거 어려운 사람이지만요.
최대한 빨리 퇴근하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초과 근무를 해야 할 때가 있죠.
그럴 때 마음 놓고 일을 마무리하고 갈 수 있었어요. 새삼스럽게 감사한 마음이 들어 문자를 드렸더니 이런 답을 주셨고요^^
퇴근해서 가면 시간이 늦어졌는데도 저를 붙잡으시고 혁준이에게 있던 일을 풀어놓으시고는 하셨어요. 저는 안심이 되고 맑은샘이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와 저를 연결해 주시는 끈 같기도 했고요.
이사 오기 전, 양재동에 살 때는 집에 갈 일이 멀게 느껴졌어요. 퇴근길에서 학교 오는 길에 이미 모든 에너지를 다 쓴 후라 그랬던 거 같아요. 어떤 날은 피곤해서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었는데... 모둠살이 한 혁준이 이야기를 듣다가 저도 몰입되어 아예 주저앉아 실컷 나눈 적이 여러 번이었어요. 가끔 혁준이가 ‘엄마 이제 가자’ 하기도 했지요.
나눠주시는 이야기가(아이가 겪은 일, 그때 살펴주신 아이의 마음이야기, 그리고 선생님께서 아이와 나눈 대화들) 모두 참 소중했어요.
오히려 피곤이 사라지는 경험.
그러는 동안 준이는 책을 혼자 읽고 있었어요.
늘 있던 자리라 제가 왔어도 폭 한 번 안기고는 다시 가서 읽지요. 자연스럽게.
주의할 점은 아이들과 있을 때 문자를 전혀 안 보시기 때문에 꼭 전달할 일은 전화로 하기를 추천드려요.
제가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맑은샘에 왔다면
누려보세요! 모둠살이❤️
첫댓글 인채인준이가 모둠살이 선배네요 ㅎㅎ
백번 공감 가는 글이에요 ~
숫기 없는 인채인준이도 선생님 별명을 지어 부르고 격의없이 말을 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던 모둠살이!!
김경미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에 대한 걱정없이 직장에 다녔죠^^
아무리 긴 글이라도 단숨에 읽히는 혁준어머니 매직~! 혁준어머니 글 잘 보았어요. 저도 백번 공감이 가네요. 김경미 선생님 덕분에 저도 하교후 시간도 안심할 수 있었고, 시환이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어 참 좋았어요~~ 모둠살이는 정말 맑은샘의 꽃!ㅎㅎ 2편도 기대됩니다~~
저도 백번 공감합니다..저도 한주 한비 둘다 걍마(애들이 불렀던 별명) 쌤이 키워주셨다해도 과언이 아니예요..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못하는 음식만들기나 책읽기등 아이들이 참 차분해지고 푹 쉬게되는 좋은 시간들이었어요..김경미 선생님의 따뜻하고 너른 품으로 아이들 눈높이에서 봐주시고 저에게도 조언과 격려도 아끼지 않으시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 혁준어머니도 언제든 마실 요청하시고 일도 좀 여유있게 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