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일탈을 꿈꾸며....-①
부모님이 여행을 가시고 수빈과 수안 단 둘이 생활한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수안의
생활엔 조그만한 변화가 생겼다. 말 그대로 조그만한 변화다. 기본적인 생활 패턴엔
변함이 없다. 일어나서 식사하고 등교하고 공부하다 점심 먹고 다시 공부하다 집에 간
다. 집에 가서 저녁을 먹은 뒤 잠시 T.V를 시청하다 공부를 하다가 잔다는 기본 패턴에
나수빈이 함께 한다는 것이 변화의 전부다. 부모님이 안 계신동안 쌍둥이 누나에 대한
책임감이라도 생긴 건지 수빈은 등하교를 같이 하는 건 물론이고 점심도 함께 먹어주
었다. 게다가 부모님이 계실 때 맨날 쳐나가서 새벽에나 들어오던 놈이 일주일 내내
외출 한번 안했다. 하나밖에 없는 누이가 집안에 혼자 있으면서 외로워 할까봐 함께
있어주는 심정은 충분히 짐작하고 감동하는 바고, 또 지금의 수빈이 수안이 원했던
상태임에도 수안은 괴로웠다. 문제아 쌍둥이 동생을 보시고 고민하시는 부모님을 보
면서 그나마 위안을 드리기 위해 또래 주위 친구들이 한두 번쯤 자연스럽게 접해봤을
유흥문화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범생이가 된 자신이었다.
하지만 수안역시 피 끓는 18살의 청춘을 즐기고 싶은 평범한 십대 소녀다.
평소 무의식저편으로 눌러놓았던 ‘범생 싫어!! 나도 놀아보자!!’라고 외치는 또 다른
자아가 부모님이 안 계시는 요즘 들어 무럭무럭 의식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 말로 일생일대의 기회가 아닌가?!!
그런데 수빈이 놈이 하루 종일 붙어 다니는 통에 딴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탈을 꿈꿀 수 있는 것도 이제 3주 남짓- 그 뒤엔 부모님이 돌아오시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박관념처럼
수안을 초조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수안아, 너 무슨 고민 있니?”
버릇대로 수업시간 내내 똑똑 거리며 부러뜨린 샤프심 조각이 연습장위로 한 가득이
고 수업시간 내내 눈치를 보던 영은이 쉬는 시간이 되자 조심스레 물어온다.
수안이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했다.
“어머! 야, 너두 인간이었구나. 나는 니가 공부랑 수빈이 외엔 관심 없는 줄 알았지.
어유~귀여운 것 !! >_<”
“그래........실컷 귀여워해라......”
수안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자, 영은이 깔깔거리며 웃더니 마침 껀수가 있단다.
“껀수?”
“응, 너는 그런 거 싫어할 줄 알고 말 안했는데 XX 예고 남자애들이랑 미팅 있어.”
“XX 예고? 연예인 많이 나온 학교?”
“엉. XX 예고 사대천왕이래. 진짜 진짜 잘 생긴 애들이래~~꺄아~ >_<”
수안은 잠시 영은을 지긋이 바라봐주었다. 아무래도 영은의 꽃미남 밝힘증은 중증이
지 싶다. 잘 생겼다는 말만 듣고도 저렇게 좋아하니, 원....... 그나저나 웬 사대천왕?
유치해서...별루 땡기진 않지만 정말로 찬스다!!!
“언제?”
수안이 눈을 번쩍 빛내며 얼굴을 들이밀자 영은이 살짝 놀란 듯 싶다.
“오, 오늘.”
“오늘? 몇시?”
“7시....너 진짜 하게?”
“어!!”
수빈이 안다면 길길이 날뛸 것이 분명하니 잘 하지도 못하는 거짓말까지 준비했는
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하느님이 도우시는지 수빈이놈 오늘 꼭 나가야 되는
모임이 있단다!!
“문단속 잘 하고 있어. 아마 늦을 것 같지만, 최대한 빨리 들어올께.”
수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냐, 내 걱정하지 말고...그동안 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했잖니? 재미있게 놀고,
천.천.히. 들어와~^-^”
“진짜? 괜찮겠어?”
“어유, 얘도 참~내가 무슨 어린애니? 나 오늘 피곤해서 일찍 잘꺼야. 신경끄고
놀다오셔. 호호호~~”
헉!! 오바했나보다. 수빈은 잠깐 의심스런표정을 짓다가 이내 일찍들어온다고 말한 뒤
나갔다. 오옷~순조롭 구나~~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옷장을 뒤지며 고민하다가 선택
한 의상은 쇄골이 스퀘어 라인으로 드러나는 크림색 반팔 니트와 무릎위를 살짝 덮는
카키 그레이의 일자치마. 가느다란 줄이 달린 조그만 백을 크로스 시켜 메고 머리는
그냥 자연스럽게 풀렀다. 엄마 방에 달려가 화장대를 뒤져 찾아낸 베이비핑크 립글로
스를 살짝 입술에 발라주고 거울을 보니...........
예뻤다. ㅋㅋㅋ 애들 눈에도 예뻐 보이기를 희망하면서 서둘러 집을 나섰다.
조금 일찍 먼저 만난 영은은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예쁘다고 칭찬해주었다.
“어우야!!! 너 진짜 예쁘다. 평소에도 이러구 다녀, 이뇬아!! >_<”
그렇다. 평소 수안은 머리를 질끈 묶거나 틀어 올리고 공부할 때 쓰는 안경까지
착용하는 전형적 범생이었다.
“진짜? 고마워. 너두 이뻐, 이뇬아!! >_<”
영은도 진짜 예뻤다. 살짝 웨이브를 줬는지 자연스럽게 구불거리며 흘러내린 머리를
귀여운 아가타 핀으로 정돈시켜주고 민소매 핑크 블라우스에 청치마를 코디시켰다.
어유~깜찍하다. 자세히보니 살짝 화장도 해준 듯 싶다. 오옹~~이뽀, 이뽀~~
그렇게 수안과 영은은 서로서로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며 약속장소인 스탁야드라는 호
프로 출발했다. 오늘 술도 마셔보는구나!! >_<
사실, 수안은 미팅보다는 술을 마셔본다는 흥분이 더 컸다.
스탁야드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던 영은이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구석에 자리
잡은 무리로 다가갔다. 오올~같은 반 여자애들이다. 지수와 은주... 니들도 오늘 신경
좀 썼구나. 몰라볼뻔 했다. -_-; 자리를 잡고 맞은편에 앉은 일명 사대천왕과 인사를
했다. 남자애들은 그럭저럭 잘생긴 편에 축하는 얼굴들이었고, 매너도 좋았다. 장난도
쳐가면서 분위기를 풀어 가는게 이런 만남을 자주 갖는 놈들이다싶다.
상당히 자연스러워보인달까...?
곧 거품이 보글거리는 맥주가 나오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자리는 자연스레 화기애
애해졌다. 수안이 처음맛본 맥주는 쌉쌀하면서 시원한 맛이었다. 홀짝거리며 마시다
가 어느새 오백 한잔을 벌컥벌컥, 캬아~~ 몰랐는데 체질인가보다. 기분이 좋아졌다.
“술 잘 마시나보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자애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몰랐는데 그런가봐.”
수안도 빙긋 웃으며 대꾸해주었다.
아까부터 계속 빙글거리면서 시선을 주는 게 수상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관심있나?
나름대로 생긴 편인 건 알겠는데 수빈이의 미모에 익숙해진 수안으로서는 평범해
보이는 인상일 뿐이다. 머릿속에서 왜 수빈이와 비교하고 있는진 자신으로서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난 너 맘에 드는데, 넌 어때?”
갑작스런 놈의 선언에 테이블에 앉아서 주거니 받거니하던 아이들의 시선집중!!
“얼~준성이, 쟤한테 꽂혔다?”
“뭐?”
수안은 좀 얼떨떨해 하면서 눈앞에있는 준성이라는 놈을 보았다.
“너, 맘에 든다고.”
꽤 자신 있나보다. 당연히 O.K.할거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난 너 밥맛없다고 말해야하나하고 잠시 고민하는데, 갑자기 조용해졌다.
뭐지 싶어 아이들을 보니 모두 멍하니 수안의 옆쪽으로 시선을 올리고있다.
누군가 수안의 옆에 서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는데 새카만 니트밖에 안보인다.
헉!! 길다.......?
얼굴을 더 젖히고 누군지 확인하려는데 수안의 어깨에 커다란 손이 얹어지고 인상적
인 베이스의 음성이 울렸다.
“........얘, 내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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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장편 ]
★★ 비행 소년,그리고 소녀-7화
연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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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13 00:5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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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리중인데 읽었댜 쿄쿄쿄쿄~
하하~~^^; 읽어주신거야 감사하죠...어쨌든 리플도 감사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