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하율이 태어난지 6개월이 되어간다. 손자 도율이 27개월이 되었으니 두 아이를 기르는 일에 딸과 사위가 힘과 시간과 마음까지 올인 중이다. 딸과 사위는 쿵 이면 짝이요 짝이면 쿵이라. 옆에서 지켜보는 일이 즐겁고 사랑스럽다. 제 밥은 챙겨 먹지 못하면서 자식 밥은 꼭꼭 시간 지켜 챙기는 딸을 보면 찡 가슴께가 아프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일이다.
손자와 손녀와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다. 멀지 않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수영장과 테마파크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비용은 반반씩 부담하자고 했다. 딸과 사위도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기도 했고 큰 손자 도율이 좋아하는 어린이 풀장이 있어 마음껏 놀 수 있다니 우리도 흔쾌히 승낙하였다. 손자와 손녀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파라다이스 시티 라고 했다.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는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예술과 여가와 엔터네인먼트가 결합된 복합 리조트라 했다. 호캉스. 많이 들어봤지만 처음인지라 기대가 되었다. 손자와 손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인데 어딘들 나쁘겠는가. 평일이라 차는 막히지 않았다. 외곽 순환고속도로를 가다가 길고 긴 멋진 인쳔 대교를 건너갔다. 안개에 휩싸인 고층 건물들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길고 긴 다리와 출렁이는 바다는 외계 풍경 같았다. 어디든 떠나는 일, 가슴을 뛰게 한다.
파라다이스 시티에 도착. 호텔 로비에 대형 호박을 만났다. 쿠시마 야요이 작가의 Great Gifantic Pumpkin 작품. 파라다이스시티를 대표하는 포토 스팟이란다. 사위와 딸과 손자와 손녀와 사진을 찍었다. 사위가 손녀딸을 번쩍 들어 올려 마주 보고 웃는 사진과 딸이 손녀딸을 번쩍 들어 올려 마주 보고 웃는 사진을 찍었다. 자식을 낳고 길러보니 친구들과 술 마시고 수다 떠는 일이 시시하게 느껴진다는 사위의 말을 눈으로 보는 순간이다. 그럼그럼. 어린 딸과 눈을 맞추는 동안의 기쁨을 무엇과 비교하겠는가. 딸과 사위와 손자와 손녀와 사진을 찍었다. 손녀 하율이를 따라서 모두 방긋!
손자가 좋아하는 실내 수영장으로 먼저 갔다. 처음 파라다이스 호텔 로비에서 만났을 때 손자는 낯선 장소에 대한 불안으로 경직된 표정이더니, 수영장에서는 활짝 피어난 아침 나절의 꽃송이처럼 물방울을 달고 만개되어 있었다. 물장구를 치고 물속을 걸어다니고 철퍼덕 물에 주저앉으며 좋아라 웃어댔다. 손자의 세상은 얼마나 순진무구한가. 바라보는 누구나 저절로 웃게 만든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저녁을 먹으러 갔다. 복도를 따라 가다보니 붉은빛 노랑빛등 각종 빛깔들이 바뀌어지면서 빛의 향연 중이었고 음악까지 곁들여져 나왔다. 몸과 마음이 내가 아닌 내가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아치형 천장과 벽면을 따라 설치된 기둥들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한국 전통의 오방색 조명이란다. 국악 베이스의 음악을 통해 시각과 청각이 모두 자극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란다. 마치 다른 차원 속에 있는 듯하였다. 손자는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고 팔을 흔들었다. 체조하듯 춤을 추는 나도 손자를 따라 몸을 흔들게 만드는 장소였다. 어린 손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유모차에서 상체를 들어 올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래그래 처음 보는 빛깔과 소리의 세상이지. 이 할미도 놀랍고 신비로운데 너는 얼마나 놀라울까.
프리이엄 뷔페 레스토랑 온더플레이트에 갔다. 고급스런 분위기에 직원들은 상냥했다. 레드 와인을 한 잔씩 공짜로 서비스 받았다. 남편은 스테이크가 맛있다고 두 번씩이나 먹었다. 보통 뷔페에 가면 회는 먹지 않는데. 그곳 연어회와 참치회 광어회등은 하도 싱싱해보여 저절로 젓가락을 들었다. 보이는 만큼 맛있었다. 가격만큼 맛있었다.스테이크 한 쪽, 엘에이갈비 한쪽, 대게 두 쪽 찐만두 1개 볶음밥 조금 회 다섯쪽 야채 조금. 하나하나가 제 맛을 냈다. 벌집 그대로의 꿀이 있어 한 쪽 입에 넣고 살살 삼켰다. 온 몸이 달달해지는 기분이었다. 레드와인 두 모금도 마셨다. 사위와 딸이 주는 기쁨 한 접시. 손자와 손녀 웃음에 묻어있는 행복 한 접시. 남편의 눈에 들어있는 사랑 한 스푼. 냠냠. 배 불렀다. 마음도 불렀다.
저녁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플라자 광장으로 갔다. 바람과 추위와 햇볕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지붕이 있는 넓은 공간 플라자에서는 찻집과 아이스크림점 인형가게 등 상가로 둘러싸여 있었다. 운동장만큼 넓은 휴식 공간이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카우스 작가의 투게더 라는 대형 작품이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사람 모형 둘이서 서로를 보듬어주는 조형물이었다. 손자에게 슬쩍 다가가서 안아보았다. 손자가 히죽 웃어주었다. 한쪽에는 사슴이 있었는데 박제 사슴이었다. 숲속처럼 사슴 주변을 꾸며놓았더라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도 보였다. 크리스마스나 특별한 날일 때는 축제를 여는 공간이기도 하단다. 사위와 딸은 디트로네 전동자동차를 빌려서 아이와 신나게 즐겼다. 남편은 손자를 태우고 돌고 돌았다. 나도 딸이 운전하는 전동차에 올라 달렸다.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이여!
원더박스에 갔다. 놀이와 축제로 가득한 가족형 실내 테마파크였다. 실내임에도 천장이 높고 조명 연출이 자연스러워 편안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이들 기준에서는 탈 게 많은 편이었다. 자이드롭 메가믹스 회전목마 매직바이크 해피스윙 공 던지기 티컵 범퍼카 회전목마 등이 있었다. 테마파크에 입장하자마자 새로운 세상으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었다. 슈팅건, 공던지기등 9개의 카니발 게임이 있는데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미션 달성하면 인형을 준다는 유혹에 사위와 딸과 남편이 공던지기를 했다. 그까짓 것 못할까 했는데 그까짓 게 아니었다. 옆에서 외국인 여성분이 끈질기게 공을 던졌고 인형 두 개를 받았다. 그 중 한 개를 내 손자에게 내밀었다. 만약 우리가 인형 두 개를 받았다면 다른 아이에게 한 개를 줄 수 있었을까?
스카이트레일- 안전장비 착용후 공중에 있는 다리들을 건너 2층에 도착하는 놀이다. 사위와 딸이 올라갔다.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딸아이는 어지럽다고 바로 내려왔는데 사위는 군대에서 훈련한 경력이 있어 가장 높은 곳까지 의기양양하게 올라갔다가 왔다. 메가믹스는 360도 회전하는 놀이기구인데 끊임없는 젊은이들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리가 질러졌다. 젊음이 부러워서 한참을 올려다보았다. 자이드롭은 남편과 딸이, 매직바이크는 딸과 내가, 회전목마는 모두가 탔다. 딸과 사위가 있다는 것은, 손자와 손녀가 있다는 것은, 이처럼 신나는 세상을 선물 받는 일.
플라자 레스토랑은 넓고 쾌적하면서 한식 일식 중식등 다양한 음식들이 있어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맛도 괜찮았다. 두 번을 그곳에서 먹었다. 손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여러 가지 있었고 유모차를 타고 있는 손녀를 옆에 두고 케어하며 먹을 수 있을만큼 공간이 넓었다. 오구오구, 손녀 하율은 유모차에서 잘 놀고 잘 자고 잘 웃었다.
저녁에는 딸아이가 먹고싶다길래 돼지갈비집 봉피양에 갔다. 고기는 구우면서 먹어야 제 맛이다. 고기가 구워지는 연기에 내 눈이 건조해지는 것을 염려하여, 구워서 나오는 돼지갈비를 주문하였는데, 그건 착오였다. 제 맛이 아니었다.
Teddy bear 인형 가게가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손자는 곰인형이 많으니 손녀 것만 사 주면 된다고 딸아이가 누차 말하길래 손녀 것만 샀다. 손자가 가게를 떠나지 못하고 이것저것 만져보는 것이 아닌가. 한 개 갖고 싶은 게 분명하였다. 맘에 드는 거 골라봐. 손자에게 말하였다. 졸졸졸 손자 뒤를 따라다니는 동안 내가 오히려 신이 났다. 그렇게 많고 그렇게 귀엽고 색깔과 모양이 다른 인형들을 구경하면서 나는 어릴적 나로 돌아가 있었다. 서너 개 골라잡고 싶었다. 드디어 손자는 맘에 드는 것을 집어 들었다. 곰인형을 꼭 끌어안고 토닥이며 좋아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천국이 따로 없다. 손자는 인형의 이름을 무무라 지었다.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여기저기 다니지 않고도 먹고 자고 놀고 전부 만족할 수 있는 장소였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젊은 부부들이 대부분이었다. 딸과 사위와 손자가 수영장에 가서 노는 동안 손녀딸의 재롱을 보는 일 또한 얼마나 신났던가. 자다가 일어나서도 방긋, 눈이 마주쳐도 방긋, 노래를 불러줘도 방긋, 까꿍 소리쳐도 방긋이다. 손녀가 방긋거릴 때마다 우리도 방긋 웃으니 큰언니가 이 말씀을 하실 만하다. 막내는 손자손녀 보더니 더 젊어지고 이뻐졌네. 맞다. 웃는 시간과 횟수가 늘어났으니 그만큼 얼굴이 밝아지지 않았겠는가. 이번 여행이 손자손녀를 위한 것이라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딸은 말하지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웃음을 잃어가는 우리를 위한 웃음여행이라는 말이 맞다. 웃음 여행!!
첫댓글 삼대가 어루어지는 가족여행에는 미소속에 행복이 보이지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기 자식 키울때보다 한층 더 손자 손녀를 돌보아주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다 하면서 힘들다 하지요. 이번 여행기는 너무 너~무 행복의 비명 소리가 들리네요. 행복하소서.
즐거운 비명 들으셨다니
이미 손자와 손녀 자라는 모습 지켜보신 분이시군요
마음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