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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스크랩 군중속의 고독 그 외로운 방의 삶
우청 추천 0 조회 48 12.09.27 21:33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군중속의 고독 그 외로운 방의 삶

 

                                                                                                         김영곤

 

일찍이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군중속의 고독’을 설파하였다.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군중 속에 갇혀 있는 강원도 영월 노인전문요양원으로

모처럼 가을을 느끼며 현장체험 학습에 나선 날!

우리 10분임원들은 낯선 곳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민생현장체험 이틀째 짜여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봉사활동지로 내달았다.

시간은 계절을 비껴갈 수 없는 듯 문득문득 차창 밖으로 스치는 가을 내음이

산과 들을 휘감고 있었다.

모두가 버스 안 침묵 속에서 지난 그리움의 사념에서 벗어났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일행을 태운 버스는 산과 계곡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아름다운 강원도 영월 노인전문요양원 앞에 지친 발을 세웠다.

곧장 차에서 내려 영월 노인전문요양원에 대해 대강의 브리핑을 듣고

요양원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어르신을 돕는 각자의 역할을 부여 받았다.

우리가 부여 받은 임무는 시설 내 청소와 노인 말벗 해드리기 그리고 식사수발 등이었다.

시설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요양원 관계자가 역한 냄새가 나는지부터 물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기거하기 때문에 방문객에겐 무엇보다 냄새가 먼저 와 닿는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시설을 잘 보존한 탓인지 별다른 냄새를 느끼지 못하였다.

다만 낯선 방문객을 바라보는 시무룩한 노인들의 무표정이 더 쓸쓸해 보였다.

우리는 건물 4층으로 이루어진 요양원 시설을 몇개조로 나누어 청소부터 하기로 했다.

각 층별로 화장실과 유리창 그리고 마루바닥 닦기를 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락스로 변기와 화장실을 바닥을 문지르니

독하고 역한 락스 냄새가 코를 찔러 눈물까지 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손길에 따라 여기 계신 외로운 노인들이

청결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생활한다고 생각하니 얼마든지 견딜만 했다.

중간중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청소를 마무리 지을 즈음,

요양원 관계자로부터 노인들의 말벗을 하라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말벗을 하자마자 어느 팔순 할아버지는 슬하에 아들이 둘이나 있다면서

더듬더듬 응어리진 가슴을 꺼내 말문을 열었다.

내용인즉 형편이 여의치 못한 장남 보다 둘째 아들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요양원에 들렀다 간다며

자신은 몸이 불편하여 죽지도 못하고 자식에게 짐만 되고 있다며 스스로의 신세를 한탄하였다.

참으로 가슴 짠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옛날 간난과 격변의 한 시대를 견뎌가며 오늘의 풍요를 일구어낸 우리 아버지들!

이분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거늘 도리어 우리의 아버지들은

지금도 자나깨나 자식 걱정에 마음을 다잡고 있는 모습을 현실에서 부딪혀 보니

오히려 봉사를 하는 마음이 민망해졌다.

우리의 어른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오로지 자식을 위해 평생 동안 당신의 희생을 감수했는데

오늘을 사는 우리는 그저 물질로서 어른을 잘 모신다고 여기고 있으니 이를 어찌 사람도리라 하겠는가?

어디 그 뿐이랴 여기 요양원에선 자식을 먼 이국땅에 보내고 오갈 데 없는 몸을 의탁한 채

오매불망 요양원 창밖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노인도 있으니

이 또한 어찌 설명해야 좋을까?

사람 사는 한 평생 백년도 못살면서 자식따로 부모따로 살며 애증에 잡혀 있는

이 처연한 현실을 침묵해야만 하는 답답함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우리가 봉사랍시고 하는 이 작은 일들이 과연 이분들의 외로움을 얼마나 달래줄 수 있을 지

그저 데미안의 군중 속 고독을 파노라마처럼 들여다 보게 되었다.

때는 바야흐르 가을! 오곡백과는 하루가 다르게 익어간다.

그러나 여기 요양원의 외로운 노인들의 그리움은 가을 보다 더 짙게 익어감을 과연 몇 사람이나 인식하고 있을까?

불과 몇 시간의 짧은 만남을 통해 우리가 베풀 수 있는 것은 그저 작은 노동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나의 미래는 이 노인들처럼 자식 잃은 어미 노루가 되어 처연한 눈빛으로

먼산만 쓸쓸히 바라보게 되지는 않겠지라며

스스로의 도래질로 안도의 마음을 가지진 않았는지 반성해 볼 뿐이다.

아무리 자본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라 하지만 물질이 인간이 지닌 따뜻한 심성마저

품지 못할진대 봉사는 그저 겉치례에 불과한건 아닐까?

진정한 봉사란 마음의 문을 열고 이분들의 아픈 몸과 외로운 마음까지

가감없이 헤아려 살뜰히 보듬는 것이 아닐까?

평소 공직 생활중 그저 의무감에 젖어 노인들을 아무 생각없이 공경하는 척 하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곧장 무관심해져버린 지난 시간들을 반추해보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여기 계신 이 분들이야말로 바로 나의 아버지요 또한 나의 소중한 어머니가 아니였던가?

그러기에 더 살갑게 보살펴야 하지 않았을까?

우린 이제 승진 리더과정의 이 연수가 끝나면 나름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사무관이란 지도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이제라도 늦지않다. 진정 참다운 봉사자가 되기 위해선

이분들의 아픔과 외로움을 진심으로 거두어내는 그런 자식 같은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

이번 민생체험 현장에서 얻는 것은 작은 땀의 댓가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가르쳐준 건 아닌지

영월 노인전문요양원에서 짧은 시간 봉사활동을 함께 체험한

우리 10분임 모두 그런 마음이었음을 필자는 감히 장담해 본다.

이제부터라도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했던 오늘의 잿빛 하늘을 서산너머에 묻고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세상의 찬란한 태양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오늘 봉사활동을 통해 만난 우리 10분임원과 외로운 어르신들의 가슴가슴마다

인간다운 사랑의 꽃 몽우리을 맺을 수 있다면 말이다.

오늘따라 가을 하늘이 참으로 푸르고 높다.

그동안 가슴을 활짝 열고 격의 없는 우정과 사랑으로 함께한 우리 10분임 연수 동기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것으로 봉사활동 후기를 접는다.

영월 노인전문요양원에 계신 우리 아버지 어머니 께서도 더는 아프지도 외로워 하시지도 마시고

편안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우리 모두 당신들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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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10.18 11:30

    첫댓글 늙는 다는 것은 참~ 저 모습이 우리의 내일 일텐데... 저도 홀로 시골에 계신 시어머님 생각에 요즘 걱정이 많답니다. 모시고 온다해도 낯설고 텅빈 아파트에 내내 홀로 계셔야하고~제가 모든걸 접고 어머니 곁으로 가야 할텐데,그죠? 그게 맞는것 같은데 그렇게 살아야 우리 삶이 쓸쓸하지 않을 텐데...뭐하는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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