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오름 山行, 1년을 되돌아보며
다음 주가 오름 산행 1주년이니까 오늘이 1년을 매듭짓는 날이다. 작년 4월8일, 병수, 은치, 승주, 사순, 영철 이렇게 다섯이서 바리메를 오른 것이 시작이다. 첫날은 금요일로 정했으나 목요일이 더 좋을 것 같아 두 번째부터 목요일로 정한 것이, 이제는 우리에게 가장 의미 있는 날이 되어버렸다.
지난 1년 동안 48회의 산행으로 오름 62개를 올랐고, 연인원 551명이 참가하여 1회 평균 12명꼴의 참석률을 보였다. 산행을 하지 못한 날은 1년 동안 딱 4번 있었는데, ‘우천불구강행’을 정하기 전인 5월5일과 6월1일, 6월30일이 비 날씨로 산행을 못했고 12월22일에는 기록적인 한파로 산행을 포기해야했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산행은 10월27일 높은오름에 18명이 참가했고, 4월14일 따라비오름에는 단 3명이 참가하여 최저기록을 남겼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니 우리가 오른 62개의 오름 하나하나의 특징과 굼부리의 모양, 정상에서의 경관 등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오름을 오르내리면서 겪은 괴롭고 즐거운 일들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40여년을 쌓아온 우정이긴 하지만 산행으로 다져진 1년은 동기간보다 더한 정을 느끼게 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유격훈련 하듯이 내려온 산방산, 비를 흠뻑 맞으며 올라 그림처럼 아름다운 서귀포 시내를 내려다본 고근산과 제지기오름 산행, 물찻오름에서의 감동, 북돌아진 오름에서의 동심으로 돌아간 신나는 노래자랑, 대병악에서의 게릴라훈련 등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철쭉과 단풍에 취해 한라산을 두 번 올랐던 일, 그 눈보라 속에 새별오름에 올라 강강술래를 했던 일, 눈 덮인 바농오름에서의 산신제, 우진제비에서 본 깨끗한 한라산, 남송이에서 디카 사건........열거 하려니 한이 없다.
다음 주부터 새로 시작하는 새로운 1년의 산행이 더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건강을 지키고 안전에 주의 해야겠다. 1년 동안 우리의 행복한 산행을 위해 앞장서서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 김립과 완산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더불어 완산이 건강한 모습으로 산행에 동참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빈다. 또 궂은일을 도맡아 뒷받침을 해준 꼴찌와 고락을 같이한 모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열다섯 명이 350m 어승생악 정상에 오르다.
비고로만 따지면 우리가 오를 수 있는 오름 중 가장 높은 오름이 어승생악이다. 389m의 오백장군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마음대로 오를 수가 없는 오름이다. 물론 정확히 따지면 한밝저수지 부근에서 올라야 350m를 채우겠지만 어리목 쪽으로도 만만한 높이는 아니다. 자연생태학습장으로 꾸며 놓아 등반로가 잘 정비되어있긴 하지만 계단으로 되어있어 무릎에 여간 부담이 가는 것이 아니다.
날씨 이야기는 자주 나오지만 안 할 수 없는 것이 전 날과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꽃샘추위로 덜덜 떨던 날씨가 오늘 아침에는 윗옷을 벗어 던지고 활짝 웃는다. 바람도 따스하다. 1100도로변 어리목 주차장에 모인 친구들은 모두 15명이었다. 허리를 다쳐 치료 중인 완산부부와 감기가 아직 덜 나은 남산 빼고 모두 나왔다. 특히 남산부인은 여성솔로로 처음 참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여권신장의 본보기를 보여 준 예라고 하면 과장일까?
날씨도 화장하고 덩달아 기분도 좋다. 어승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하여 늘어선 모습에선 저절로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우리는 차를 두고 걸어서 어리목으로 향했다. 물오른 가지 끝에는 푸르름이 감돈다. 엊그제 내린 눈이 계곡에 남아 있건만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 참나무에 더부사는 겨우살이와 빗자루병에 걸린 가지 등을 구별하며 걷는 사이 어리목 국립공원 관리 사무소 앞에 닿았다. 넓은 주차장에는 관광버스로 가득했다. 오늘도 한라산에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겠구나.
앞장의 한마디로 무료입장했다. 잠시 쉬며 전열을 가다듬은 우리는 관리사무소 옆에 난 등반로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침목으로 계단을 만들고 중간 중간 판자로 또는 타이어 줄로 등반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수목에 이름표를 달아 놓고 필요한 곳에 이 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사진이나 그림을 붙여 놓아 생태 공부에 도움이 되게 해 놓았다. 동식물에 관심이 많은 도원과 산하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름이 높고 가파르지만 곳곳에 이런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어서 오르기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가끔 마주치는 관광객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즐겁게 산을 오른다.
정상에는 일본군이 구축해 놓은 벙커가 볼썽사납게 자리 잡고 있다. 일제의 최후의 발악에 또 얼마나 많은 도민들이 고난을 겪었는지 짐작이 간다. 이 높은 곳까지 등짐으로 져 날랐던 저 육중한 콘크리트.
한라산의 너무 가까이 다가와 숨이 막힌다. 지금도 흰눈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한라산의 검푸른 모습이 눈이 시리게 다가온다. 족은드레 위에 민대가리, 다시 그 위로 백록담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북쪽으로는 제주시와 북제주군의 절반 정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가히 제주도의 4분의 1정도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늑한 굼부리에서 맛있는 점심을
바람이 차다. 표고가 1,169m 이니 그럴 법도 하다. 아직도 응달에는 눈이 녹지 않고 있으니 기온도 꽤 낮다. 우리는 서둘러 사진을 찍고 굼부리 쪽으로 내려갔다. 약 200m의 원형 굼부리에는 지금은 물이 없지만 물이 고였던 흔적이 선명하다. 6개월 이상은 물이 고이는 듯 가운데 직경 30m 정도는 풀이 자라지 않고 가장자리에는 물풀이 무성하게 말라있었다.
우리는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고 둘러앉았다. 정상에서와는 딴판으로 정말 따뜻하고 아늑하다. 여기서 정담을 나누다 낮잠이라도 한잠 자고 싶다. 가지고 온 술과 음식을 꺼내 주거니 받거니 정을 나누는 정다운 시간이다. 특별히 오늘은 도원이 점심 김밥을 준비하여 우리를 기쁘게 했다. 선달의 유머 강의는 오늘도 우리들의 배꼽을 흔들고,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늘은 특히 점심을 현장에서 김밥으로 해결하고 오름도 하나만 올랐으니 더욱 여유롭다. 점심을 준비한 도원네와 꼴찌네에게 친구들을 대표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2006. 3. 30)
첫댓글 덕택에 1년 동안 즐겁게 지내며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새 해에도 모두 건강하여 더욱 즐겁게 함께 오름을 오를 수 있기 바랍니다.
[한국산악연맹제주오름통계국발표]CNE8 지난 1년 48회의 산행 오름 62개등정,연인원 551명 ,1회 평균 12명꼴의 참석,산행을 하지 못한 날은 1년 동안 딱 4번 있었다고
‘우천불구강행’을 정하기 전인 5월5일과 6월1일, 6월30일이 비 날씨로 산행을 못했고 12월22일에는 기록적인 한파로 산행을 포기,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산행은 10월27일 높은오름에 18명이 참가, 4월14일 따라비오름에는 단 3명이 참가하여 최저기록을 남겼다고, 통계내느라 욕 봤다 햇살아빠 /올해도 잘 해보자.
세월 참 빨리도 간다. 앞으로의 세월은 더 빨리 가겠지. 오름등반 1주년 경축합니다. 앞으로는 좋은 오름만 골라서 다니는 것이 어떨까? 올라서 조망이 시원한 곳으로. 한 50개 되지 않겠나? 계속 즐겁고 건강한 산행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