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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읽기 48강 (66장)
(1) 제66장 원문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是以欲上民, 必以言下之.欲先民, 必以身後之. 是以聖人處上而民不重, 處前而民不害. 是以天下樂推而不厭. 以其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 고능위백곡왕. 시이욕상민, 필이언하지. 욕선민, 필이신후지. 시이성인처상이민부중, 처전이민불해. 시이천하낙추이불염. 이기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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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以) : ~써. ~로. ~를 가지고. ~를 근거(根據)로. ~에 따라. ~에 의해서. ~대로. ~때 문에. ~까닭에. ~로 인하여. ~부터. ~하여. ~함으로써. ~하기 위하여. ~을 ~ 로 하다. ~에게 ~을 주다.
선(善) : 착하다. 좋다. 훌륭하다. 잘하다. 옳게 여기다. 아끼다. 친하다. 사이좋다.
지(之) : 가다. (영향을)끼치다. 쓰다. 사용하다.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 달하다. 어조사(語助辭). 가, 이. ~의. 에, ~에 있다. 와, ~과. 이에, 이곳 에. 대명사(그것). 강조.
이(而) : 말 이을. 그리고. 그러나. 그런데도.
추(推) : 밀다. 옮다. 변천하다. 천거하다. 추천하다. 넓히다. 확충하다. 헤아리다. 추측 하다. 받들다. 공경하여 높이 받들다. 추대하다.
염(厭) : 싫어하다. 물리다. 조용하다. 가리다. 막다. 가위눌리다.(움직이지 못하고 답 답함을 느끼다.) 누르다. 따르다. 마음에 들다. 젖다.(물이 배어 축축하게 되 다.)
막(莫) : 없다. 말다. ~하지 말라. 불가하다. 꾀하다. 편안하다. 안정되다. 조용하다. 드넓다. 아득하다.
여(與) : 더불다. 주다. 같이하다. 참여하다. 허락하다. 돕다. 간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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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강과 바다가 모든 계곡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강과 바다가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계곡의 왕이 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성인이 백성 위에 있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말로써 백성의 아래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성인이 백성의 앞에 서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몸으로써 백성의 뒤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까닭으로 성인이 위에 있어도 백성들이 무거워 하지 않고, 앞에 있어도 백성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이 그를 기쁘게 추대하면서 싫어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상의 누구도 그와 더불어 다툴 수가 없다.
(3) 해설
이번 66장은 “자신을 높이면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면 높아진다”는 이치를 말하고 있다. 노자는 그 예로 물의 이치를 들고 있다. 강과 바다로 모든 계곡의 물이 모여드는 까닭은 강과 바다가 강제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낮은 위치를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여름 뙤약볕에 큰 정자나무 아래에는 사람들이 저절로 모여드는 것과 같다. 이것도 물론 정자나무가 사람들에게 모이라고 명령해서가 아니다. 그곳이 그늘이 져 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억지로 강제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을 도가사상(道家思想)에서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한다.
무위자연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즐겁게 모여들어 그를 통치자인 왕으로 추대하면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그렇게 하겠는가? 사람들이 그의 그늘(통치) 아래에 있으면 좋다고 여기도록 하면 된다. 한 여름의 정자나무 아래처럼 말이다. 그늘을 만들지 않은 나무가 속임수를 쓰거나 강제적으로 자신에게 모이라고 하면 일시적으로 모일 수는 있지만 지속되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속임수는 드러나고 강제적인 방법은 반작용으로 무너진다.
사람들을 다스리는 통치자인 왕은 백성들을 통솔하고 다스리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것은 조직에 있어 인사권(人事權)과 재정권(財政權)을 행사할 수 있어 조직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이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조직원들은 그에게 잘 보이면 진급하거나 경제적으로 풍부해지고, 잘못보이면 퇴출되거나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며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조직원에 해당하는 백성들은 통치자인 왕에게 잘 보이는 일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왕의 말 한마디는 백성들에게 천금처럼 무겁게 여겨진다. 왕정국가(王政國家)에서는 실제로 왕명(王命)을 어겼을 때 반역죄로 몰아 삼족(三族)을 멸하기도 한다.
그런데 노자는 “백성의 위에 있고자 하면(欲上民) 반드시 말로써 (백성의) 아래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必以言下之)”고 하였다. 그래야만 “위에 있어도 백성들이 그의 말을 무거워하지 않기 때문(處上而民不重)”이라고 했다. 통치자가 어떻게 말을 하면 인사권, 재정권, 심지어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까지 지닌 그의 말을 백성들이 무겁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리고 노자는 이어지는 문장에서 “백성의 앞에 서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몸으로써 백성의 뒤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欲先民 必以身後之)고 하였다. 그래야만 “앞에 있어도 백성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處前而民不害)이라고 했다. 백성들이 통치자의 말을 무겁게 여기지 않고, 통치자가 앞에 있어도 자신들에게 해가 되지 않게 여기도록 하는 자를 노자는 성인(聖人)이라고 말한다.(是以聖人處上而民不重 處前而民不害)
이번 66장의 다음 67장에서 노자 자신이 세 가지의 보배를 지니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데, 통치자가 이 세 가지를 지니면 위와 같은 성인이 될 것이다. 첫째, 그는 어버이처럼 자애로워야 한다. 그래야 백성들을 자식같이 여기기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보호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둘째, 그는 사치와 허영에 들뜬 사람이 아니라 검약한 사람이라야 한다. 그래야 사리사욕을 위해 백성들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그는 자신이 백성들의 봉사자(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여겨야 한다. 그래야 갑질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의 바탕에는 백성들의 입장에서 통치자를 자신들의 위에서 간섭하는 존재로 여기지 않고, 뙤약볕의 그늘처럼 자신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살도록 도와주는 존재로 여기게 하고 있다.
모든 백성들이 통치자를 위와 같이 여기면서 즐겁게 왕으로 추대를 하면 왕은 자연스럽게 만백성의 위에 있게 된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이 그를 기쁘게 추대하면서 싫어하지 않는다.”(是以天下樂推而不厭) 이렇게 백성들이 그를 왕으로 추대하면서 싫어하지 않는 이유는 통치자가 “다투지 않기 때문”(以其不爭)이라고 노자는 말한다. 그리고 통치자가 다투지 않으니 “그래서 세상의 누구도 그와 더불어 다툴 수가 없다”(故天下莫能與之爭)고 말한다. 결국 노자는 왕으로 추대받기 위해서는 다투지 않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다투지 않는 삶의 자세는 백곡의 왕인 강과 바다처럼 낮은 곳에 있으려는 자세임은 분명하다.
다투지 않고 낮은 곳에 있으려는 자세에 대해 도덕경 8장에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임하는 것”(處衆人之所惡)이라 말하고 있다. 노자는 8장에서 남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향하는 물의 성질을 높이 평가하여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처럼 사는 것)를 말하고 있다. 노자는 “상선약수의 이유를 물이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기 때문(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이라고 말한다. 물은 만물(특히 생물)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그러면서도 물은 자신이 더러워지면서 씻기는 만물을 깨끗하게 한다. 즉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빛나(돋보이)게 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자리에 가고 싶어 하고 천시(賤視)받는 자리는 싫어한다. 돋보이는 자리는 높은 자리이며, 천시 받는 자리는 낮은 자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가려고 하고 낮은 자리는 회피한다. 그런데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즉 기꺼이 낮은 자리로 찾아간다. 강과 바다가 계곡보다 낮은 곳에 임하고 있으니 그곳으로 물들이 모여들고 있다. 계곡에서 흘러들어오는 것은 물뿐만 아니다. 온갖 더러운 물건들도 함께 흘러든다. 그런데도 강과 바다는 싫어하지 않고 받아들여 깨끗하게 씻어낸다. 특히 바다는 소금으로 소독까지 하면서 모든 계곡과 강의 물을 받아내니 계곡의 왕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왕도 마찬가지이다. 안으로는 도둑, 강도, 깡패로부터, 밖으로는 외적의 침략을 막아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낸다. 왕이 이것을 하지 못하면 국난(國難)으로 백성들의 고통은 심해진다. 따라서 왕도 백성들의 삶에 물처럼 꼭 필요한 존재이다. 물과 같은 왕은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삶을 더욱 빛나게(윤택하게) 하기 위해서 노심초사(勞心焦思)한다. 그리고 자신은 기꺼이 낮은 곳에 머물러(권력을 휘두르지 않아)서 백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말을 무겁게 여기지 않게 하며, 몸을 뒤로 물러 백성들의 윤택한 삶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4) 문제 제기
1. 노자가 말하는 이상적 인간은 처음부터 높은 자리에 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어찌 ‘백성 위에 있고자 한다면’(欲上民)이라는 가정(假定)을 할 수 있는가?
2. 물과 같은 왕이 현실적으로 존재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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